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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 과거] 산문 - 사진관
게시물ID : readers_80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바람노래
추천 : 2
조회수 : 21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6/30 18:47:03

그녀의 시선이 사진 한 장에 멈췄다. 그녀의 앞에 놓인 몇 장의 사진 중에 한 장, 그녀의 시선을 잡아끄는 사진이었다. 얼핏 보면 밝게 웃고 있는 남자의 사진. 하지만 그 남자의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울고 있었다. 이상하게 생각했다. 보통 사진관에 와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울지 않는다. 어색하게 웃더라도 울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남자는 달랐다. 사진을 찍으러 와서 밝은 표정을 지었지만, 셔터가 눌리는 찰나, 눈은 울고 있었다. 그녀는 그 남자가 궁금해졌다. 어째서 그는 울 수밖에 없었을까. 그녀는 어느새, 그 남자가 사진을 찾으러 오기만을 기다리게 되었다.


하지만 다음날 그 남자는 사진을 찾으러 오지 않았다. 보통 사진을 찍고 나면 연락처를 남기고 인화됐다는 문자를 남기면 으레 다음날 찾으러 오기 마련이었지만, 그 남자는 오지 않았다. 그녀는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문에 달린 종이 맑은 울음소리를 낼 때마다 기대에 찬 표정으로 문을 돌아봤지만, 이따금 찾아오는 옆집 속옷 가게 아주머니와, 손주 사진을 찾으러 오신 할머니 두 분이 전부였다.


그 다음날도 남자는 여전히 오지 않았다. 이제 그녀는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했다. 혹시 사진이 잘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다른 사진관에 가서 사진을 다시 찍은 건 아닐까, 아니면 혹시 사진이 필요 없어진 건 아닐까.


삼일 째, 그녀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녀 앞 책상에는 남자의 전화번호가 적힌 사진 봉투가 놓여있었다. 자꾸 번호를 썼다가 지웠다가 하면서 고민하는 그녀. 현상비는 받았지만, 왠지 자꾸만 그 남자가 걱정이 되는 그녀였다. 결국 그녀는 심호흡을 두어 번 하고는 통화버튼을 눌렀다. 전화를 받으면 사진 찾으러 안 오냐고 물어만 보면 되는 거야, 라고 스스로 마음의 준비를 한 상태로.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소리샘으로 연결.


그 남자의 휴대폰은 꺼져있었다. 크게 한숨을 내쉰 그녀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음성 메세지를 남겼다.


-안녕하세요. 여기 정은사진관인데요. 다른 게 아니라 며칠 전에 사진 찍으신 거 찾으러 안오셔서 연락 드렸거든요. 혹시 메시지 들으시면 찾으러 오세요.


전화를 끊고 그녀는 그대로 책상 위에 엎드려 늘어졌다. 이제 연락이 오기만 기다리면 됐다.


그 뒤로 며칠 동안 그녀는 그 남자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왠지 모르겠지만 갑작스레 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들이 몰렸고, 사진을 찍고 인화하는데 온 신경을 쏟았다. 음성 메시지를 남기고 삼일 째, 문을 닫고 집에 가려던 그녀의 가게에 낮선 남자 두 명이 들어왔다. 자신들을 경찰이라고 소개한 남자들은 그녀의 음성 메세지를 듣고 찾아왔다고 했다.


그 남자와 관련된 놀라운 소식을 가져왔는데, 남자가 자살을 했고, 유서에는 이곳에서 찍은 사진을 자신의 영정 사진으로 해달라고 적혀있었다고 했다. 유서에 따르면 그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들렀던 곳이 이곳이라고. 자살의 이유는 그 남자의 여자친구가 교통사고로 죽은 슬픔을 견디지 못해서였다고. 그제야 그녀는 그 남자가 울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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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때보다 퀄리티가 낮아졌네요 ㅠㅠ 저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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