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 http://todayhumor.com/?animation_231713
3편 : http://todayhumor.com/?animation_231909
4편 : http://todayhumor.com/?animation_231985
길고 긴 원작편이 끝나네요. 이제 다음 편으로 에피소드 0를 끝내고 덕배의 성장이야기를 쓰려고 하는데, 오늘 이후로 시간이 나려나 ㅠㅠ 바쁜 와중에도 덕질에 빠지게 만들어주신 원작자님께 무한한 영광을 드립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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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벌써 이런 시간이네. 덕배야, 이제 돌아가야겠어.”
“!!!”
왜, 벌써 가는 거야?
“어린이가 다니기엔 시간도 늦었어. 너도 슬슬 돌아가야 하잖아?”
“그, 그렇구나. 벌써….”
내 서운한 표정에 오빠는 가만히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좋다. 이대로 헤어지긴 싫어. 순간 나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럼, 나 데려다주는 건 괜찮지? 오빠 말대로 어린이가 다니기엔 늦었잖아.”
“뭐, 그래. 괜찮을 거야. 어차피 조금 늦은 거. 마녀가 날 가만두지 않겠지만….”
마녀가 마물을 사냥하면 도대체 마녀는 누가 잡냐는 둥 의미모를 말을 중얼거리며 조금 침울해하긴 했지만 내가 손을 잡고 이끌자 곧 미소로 날 따라왔다. 헤헤, 이제 오빠랑 같이 있을 수 있어. 그런 생각을 하며 ‘우리 집’을 향해 갔다. 처음엔 아무렇지 않던 오빠가 점점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놀란 얼굴로 나에게 질문했다.
“너 정말 여기 사는 거야?”
“어? 오빠도?”
난 이미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을 했다. 일단, 우리 집은 아무도 살지 않는 것으로 되어있으니까. 조금만 더 가자, 오빠. 다 가르쳐 줄게. 순진한 오빠는 내 연기에 속아 넘어갔다.
“아, 오빠 13층에서 살아? 나는 7층에서 사는데, 지금 부모님이 안 계셔서 심심한데 오빠 집에 놀러 가면 안 될까?”
“미안, 오늘은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이는 자리라 힘들 것 같은데.”
그때 7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추면서 엄마와 남매가 보였다.
“어?”
“어라, 올라가네. 이따 타야겠다. 먼저 올라가세요.”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로 생각했는지 타려고 했던 아주머니가 올라가는 것을 알고 도로 내리며 말했다. 그런데 오빠의 반응이 이상하다 왜지? 무엇에 저렇게 놀란 걸까. 불길한 느낌에 난 긴장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닫히며 13층으로 향했고, 오빠는 아무 말이 없었다. 이윽고 13층에 도착해 문이 열리는 순간 오빠는 서둘러 나가며 나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미안해 덕배야, 오빠는 얼른 집에 들어 가봐야 해서. 7층이니까 혼자 갈 수 있지?”
파지직. 오빠의 말이 끝나기 전에 난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가며 전기충격기를 꺼내 오빠에게 가져다댔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오빠는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더, 덕배야?”
“이유는 모르겠지만, 오빠가 뭔가 눈치챘나보네. 그럼 들키면 안 되니까, 얼른 들어가자. ‘우리 집’에~”
오빠는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했지만 두어 번 더 전기충격을 가하자 기절했다. 난 끙끙대며 1306호의 문을 열고 오빠를 들여다 놨다.
“휴, 드디어 우리 둘이 남았네. 히힛.”
예정보다 이르긴 하지만 그래도 오빠랑 같이 있다는 사실이 날 흥분하게 만들었다. 난 콧노래를 부르며 오빠를 의자에 앉힌 뒤 노끈으로 단단히 묶었다. 전기충격기가 별로 강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빠는 금방 깨어났다.
“미안해, 집이 조금 어둡지. 전기가 안 들어오더라고.”
분명 지금 내 얼굴은 사랑에 빠진 소녀일 거야.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난 오빠에게 미안함을 담아 말했다. 조금만 지나면 더 좋은 집에서 같이 살자. 그런데 오빠 표정이 나쁘다.
“…. 여긴 내가 여기로 이사 왔을 때부터 빈집이었어. 그동안 누군가가 들락날락한 것을 본 적도 없었고. 창문으로 이동했다하기에는 여기가 네 집이라면 그럴 이유가 없잖아. 게다가 여긴 13층이라고. 너는 대체 뭐야? 나에게 왜 이러는 거야?”
아 슬퍼. 우리 마음이 통한 줄 알았는데, 아직 아니었나보다. 오빠는 몰래한다고 하지만 손목의 끈을 풀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 다 보였다. 하지만 난 전혀 불쾌하지 않았다. 아직 오빠는 잘 모를 뿐이니까, 이제 가르쳐주면 되는 거야. 난 일단 오빠가 목마를 것 같아 마실 것을 가지러 가려고 했다. 그때 뒤에서 오빠가 끙끙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뒤돌아보니 발이 묶인 것도 모르고 나에게 다가오려고 했던 걸까, 온 몸이 들썩거린다.
“뭐하는 거야?”
“넌 미쳤어! *** *** ***야! 날 당장 풀어줘! 이 미친*!”
이런, 오빠의 입에서 저런 거친 말이 나오게 하다니. 난 나쁜 여자친구인 것 같다. 앞으로 차차 시간을 들여 바른 말만 하게 고쳐야지.
“이제 시원해?”
내 말에 오빠는 잠깐 당황했다. 내가 무언가 반응해주길 바란 걸까. 하지만, 이렇게 보고만 있어도 귀여운 걸. 내가 조용히 미소만 짓고 있자 오빠는 이내 결심했는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이래봤자 소용없어. 숨기려했지만, 사실 난 남자가 좋단 말이야! 네가 이래봤자 난 니가 싫어!!”
거짓말인 게 빤히 보이는데 오빠도 참. 설령 사실이면 어때. 여우같은 년들이 오빠에게 들러붙어도 소용 없는 거잖아?
“그럼, 여자는 나만 좋아하면 되는 거잖아? 안 그래, 오.빠?”
내 대답에 질렸다는 표정을 짓는다. 이런, 오빠는 나에게 항상 웃어줘야 해. 하지만 지금 당장은 어쩔 수 없지. 일단은 오빠가 얌전하게 있도록 만들자.
“그리고, 오빠 휴대폰도 내가 가지고 있을 거야. 혹시 알아? 오빠가 혓바닥이라도 사용해서 오빠 아주머니, 아니지. 어머님한테 전화라도 걸지? 오빠의 혓바닥은 그런데 쓰는 게 아닌데 말이야. 오빠의 몸은 전부 나를 위해서만 쓰도록 해.”
난 그 말을 끝으로 물을 가지러 주방으로 갔다. 배고프려나, 과자도 좀 먹일까. 그런 고민을 하는데 오빠가 날 불렀다.
“덕배야! 화장실이 급해!! 도움!”
무슨 일인가 싶어 돌아가 보니 정말 다급한 표정의 오빠가 날 애타게 찾는다. 아, 이런 표정은 합격이야.
“화장실이라, 알겠어. 하지만 손은 못 풀어줘.”
“그럼 어떻게 하라는 거야?”
“앉아서 볼 일 보면 되잖아?”
난 혹시나 오빠가 도망치려고 그러나 싶어 슬쩍 눈을 가늘게 뜨며 쳐다봤다. 그러자 오빠가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정말 무안한 이야기지만 말이지. 손이 이렇게 묶여있으면 지퍼를 내릴 수 없다고. 앉아서 누려고 해도 말이야.”
별로 괘씸한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네. 다행이다. 조금 괴롭혀줘야 하는지 고민했는데.
“하는 수 없나. 알았어. 손은 풀어줄게.”
난 손을 풀어준 대신 팔과 다리를 묶어 걸을 수는 있지만 빨리 움직일 수는 없도록 만든 뒤 노끈의 끝을 내 손목에 묶었다. 남자들이라면 충분히 나올 시간이 지났는데도 오빠가 나오지 않는다. 자꾸 의심하게 만드네. 꼭 교육이 필요하겠어.
“아직 멀었어~?”
“어, 어. 다 됐어. 지금 나가!”
“정말, 뭐가 이렇게 오래 걸려?”
“네 생각 하느라.”
비난의 의미를 담아 쏘아보며 말했더니, 웬 걸. 뜬금없는 대사로 날 놀래 킨다.
“거, 거짓말! 나는 여기 있는데 왜 굳이 화장실에 들어가서 내 생각을….”
“남자란 원래 그래.”
“저, 정말 남자는 이상해! 우리 아빠도 이상했지만 오빠도, 아, 아니. 이건 아니야. 응, 아무것도.”
아빠도 날 많이 사랑하긴 했지만 그래도 오빠랑은 다르지. 그래, 그럴 거야. 난 당황함을 감추며 오빠를 다시 방에 묶어두려고 했다. 그때 오빠가 멈춰 서서 나에게 질문했다.
“덕배야, 난 네 이야기를 좀 듣고 싶어. 가족들부터, 어떻게 살아왔는지 등을 말이야.”
“그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도 아닌 걸. 그보다, 배고프지 않아?”
“밥보다 네 이야기가 듣고 싶어.”
“왜, 왜 궁금한 건데?”
난 말을 돌리고 싶었지만 다시 직설적이고 저돌적인 오빠의 멋짐이 나왔다. 다시 반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이어진 오빠의 대답은 내 마음을 싸늘하게 만들었다.
“왜, 왜긴! 내 아내가 될 사람의 이야기인 걸!”
내가 아무리 오빠를 좋아하지만, 바보는 아닌 걸. 아니면 표정이나 말투를 좀 그럴 듯 하게 하던가. 오빠는 진짜 거짓말은 못하는 것 같다.
“…. 오빠는 그렇게 마음 속에 없는 말을 해서까지 나에게 벗어나고 싶은 걸까.”
많이 슬펐다. 결국 오빠도 이렇게 거짓말로 나를 버리려하는 걸까.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힘든 일이 있었던 거야? 오빠 눈을 보고 이야기해봐!”
깊은 절망감에 모두 끝내려 결심하려던 그때, 오빠의 목소리가 내 마음을 흔들었다. 아까의 말은 분명 거짓말이었지만 나를 향한 걱정은 진심이었다. 그 마음을 느끼며 오빠의 눈을 마주본 순간, 난 울음이 터져 나오고 말았다. 난 진짜로 오빠 좋아한단 말이야…. 오빠도 없으면 아무도 없단 말이야.
“흐아앙.”
서러움이 복받쳐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렀다. 정신없이 울다보니 어느새 오빠의 몸을 묶고있던 끈도 놓아버렸다. 이, 이러면 오빠가 도망 가버려!
“끄, 끈이!”
“오빠는 어디 안 가. 진정해.”
오빠는 다정하게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멈추려 노력했다. 그런 내 모습에 오빠는 내 손을 살짝 잡아주며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어?”
말하고 싶어, 말하기 싫어. 다 털어놓고 싶어, 나쁜 기억을 떠올리고 싶진 않아. 잠깐동안 나는 수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결국 털어놓기로 결심했다.
“…끝까지 들어줄 거야?”
“응, 들어줄게.”
그때부터 시작된 나의 이야기는 30여 분간 이어졌다. 오빠는 아무 말도 없이 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야기가 끝나자 나를 꼭 안아주었다. 그 순간 난 다시 한 번 울고 말았다. 그렇게 오빠를 꼭 끌어안고, 한참을 있었다. 오빠의 품은 처음 만난 그날처럼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