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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우리 아빠, 바다에서 돌아오면 꼭 껴안을 거예요"
게시물ID : sewol_298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ondorJoe
추천 : 13
조회수 : 755회
댓글수 : 22개
등록시간 : 2014/05/21 17:11:57
기사출처 : 다음 (http://media.daum.net/issue/627/newsview?issueId=627&newsid=20140521051705117 )
 
 
[머니투데이 진도(전남)=박소연기자][[세월호 참사] 기관직 승무원들에게 외면당한 동료 조리수]

아빠는 요리사였다. 중국집부터 한식집, 호텔, 배를 옮겨다니며 요리하던 '슈퍼맨' 아빠는 제주도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들에게 돈가스를 만들어주러 가서 35일째 연락이 없다.

사람들은 아빠에게 손가락질했다. 세월호 '승무원'이었다는 이유에서다. 아빤 월급 받고 열심히 일한 '서비스직' 직원이었을 뿐인데, 사람들은 '구원파', '도망자'라며 선박직에게와 마찬가지의 주홍글씨를 새겼다. 주말이면 산에 다니고 '내가 믿는 건 우리 삼남매뿐'이라던 아빠인데.





세월호 참사로 실종된 조리수 김모씨(61)와 둘째 딸 민희씨(29·여)의 다정했던 한때. 민희씨는 이 사진을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었다. 민희씨는 "아빠가 돌아오면 꼭 껴안으며 고생했다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민희씨는 아직 고령의 친척들이 아빠의 실종소식을 모른다며 모자이크 처리를 간곡히 부탁했다. /사진=민희씨 제공

지난 19일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만난 세월호 조리수 김모씨(61)의 둘째 딸 민희씨(29·여)는 "처음 한 달 동안은 숨도 못 쉬었다"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왜 우리 아빠는 승무원이어가지고, 속상해요 진짜. 다칠 거 다 다치고 고통스럽게 갔는데. 검사가 그러는데 기관사가 아빠 봤대요. 4명이 봤는데 '내가 왜 저 사람 살려야 하냐'며 그냥 갔다고…"

생존자 증언과 검경합동수사본부 공소장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사고 당시 3층 주방에 있던 김씨는 배가 기울자 돈가스 튀긴 기름을 뒤집어쓰고 장화도 못 벗은 채로 간신히 어딘가에 매달려있었다. 이후 바닥에 미끄러져 머리에 피를 흘리고 쓰러져있는 것을 기관장 박모씨(54) 등 선박직 승무원들이 봤으나 놔두고 탈출했다.

"너무 가슴이 아파요. 얼마나 아팠을까. 눈을 마주쳤다는데, 배신감을 얼마나 느꼈을까. 그 때만해도 살 수 있단 희망이 있었을 텐데."

아빠는 평소 이준석 선장을 비롯한 선박직 선원들과 친하게 지냈다. 고된 일과가 끝나면 아빠가 아끼던 양주도 선뜻 풀어 함께 회포를 풀던 '동료'였다. 당직 때면 아빠뿐 아니라 엄마까지 회사로 달려가 이들에게 밥과 갖가지 반찬, 간식을 해줬다. 민희씨는 "그 밥을 먹고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기가 막히다"고 했다.

아빠와 고(故) 양대홍 사무장, 박지영 승무원을 포함한 서비스직 승무원 14명 중 5명만 구조됐다. 선박직 승무원 15명은 전원 탈출했다. 민희씨는 "우리 아빠에겐 무전기도 없었다"며 "서비스직 직원들까지 부르면 구명보트가 모자랄 까봐 그랬을 지 모른다"며 안타까워했다.

올해로 만 61세, 아빠는 요 몇 년간 배에서 요리하며 시집 안 간 두 딸과 막내아들, 당뇨를 앓는 아내를 부양했다. 배에서는, 고령에도 일할 수 있었다. 회사와 구원파와의 관계엔 관심도 없었다. 누구보다 자상했던 아빠. 최근 건강이 부쩍 나빠져 한 달 후 일을 그만두고 지난해 미뤘던 환갑여행을 갈 참이었는데, 10월엔 민희씨 결혼도 예정돼있었는데, 아빤 홀로 기약 없는 여행을 떠났다.

아빠는 '꾀'라고는 모르는 착한 사람이었다. 출항 전날부터 미리 가서 돈가스를 다듬던 아빠. 생존한 조리사 김모씨는 "너무 좋은 사람이었다. 새벽 4시에 일 시작하면 꼭 30분 전에 머리도 안 감고 나타나 '까치 오라버니'라고 불렀다"고 아빠를 회상했다.

사고 직후 아빠가 승무원이란 사실을 숨기며 진도와 목포를 오갔던 민희씨는 사고 2주차부터 언니와 함께 진도에 내려와있다. 처음엔 단원고 학생과 교사, 일반인 가족들에게 무조건 '죄송하다'고 고개 숙였지만, 오해가 풀린 지금은 이들에게 따뜻한 보살핌을 받고 있다.

아빠가 있을 3층 주방엔 식탁과 냉장고, 주방기기 등 장애물이 많다. 동료 조리원 이모씨(56·여)도 아직 바다 속이다. 민희씨는 "아빠가 주방에 있을 것을 확신한다"며 "얼마가 걸리든 기다릴 수 있다. 많이 아팠을 아빠, 어서 모셔가고 싶다"고 말했다.

민희씨는 마지막으로 아빠를 봤을 때 툴툴댄 게 못내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그 때도 볼을 맞댔는데, 아직도 촉감이 기억나요. 많이 부패됐을 거라는데, 그래도 꼭 아빠를 껴안을 거예요. 얼마나 무서웠냐고, 고생했다고, 한 번도 말 못했지만 아빠가 너무 자랑스럽다고, 고맙고 보고 싶다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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