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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뫼비우스(Möbius) - 2
게시물ID : panic_805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카스_네팔
추천 : 1
조회수 : 68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6/09 00: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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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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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내용 전개상 충격적인 사망사건 관련 묘사 부분이 있습니다.

이점 감안하시고 취사선택 하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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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뫼비우스(Möbius) - 2

 

                                                                                아카스_네팔

 

 

참혹하게 짓이겨진 어머니의 팔을 부여잡고 나는 피눈물을 흘렸다.

차라리 울다가 이대로 죽어버리고 싶었다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아무 것도 보고 싶지 않았다방금 전까지 떨리는 손을 나에게 내밀던 어머니가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이 현실을 도대체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한참 후에야 다 타버린 횃불이 주는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멀리 메아리가 돌아오고 있었다.


어머니이이...

어머니이이...

.

.

.

아아아악!”

비명소리에 스스로 놀랐는지 나는 용수철이 튀기듯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꿈이었다.

....꿈이라니어머니를 죽이는 꿈이라니..!’

참으로 끔찍한 악몽이었다.

온 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무심코 짚어 본 이마는 불덩이처럼 열이 올라 있었다.

밖은 어느새 부옇게 밝아 오는 듯 했다.

어떻게 그런 꿈을 꿀 수 있을까내가...내가 어머니를 죽였어...’

너무나 선명하게 떠오르는 어머니의 마지막 눈빛이 자꾸만 어른거려 미칠 것만 같았다.

비록 본능이 지배하는 무의식의 가상현실이었지만어머니를 죽였다는 죄책감에서 쉽게 벗어날 수는 없었다.


끊었던 담배를 다시 꺼내 물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나는 담뱃불을 붙이려다 말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손바닥 가득히 끈적하게 묻어나는 이것!

순식간에 심장이 굳어버리는 것 같은 공포가 엄습해왔다어머니의 피!

그 참혹한 영상이 찰나처럼 머릿속을 스쳐갔다나는 미친 듯이 전등스위치를 찾았고 거울에 이곳저곳을 비추어 본 후에야 그것이 땀과 눈물의 범벅이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눈물.

목덜미를 타고 등허리까지 흠뻑 젖어 흐르는 이것이 그럼 눈물이었단 말인가?


참으로 지독한 꿈을 꾸었구나.’


담배연기가 허공을 갈랐다.

악몽으로 시작된 하루는 역시 순탄하지 않았다무엇보다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이 죄책감을 떼어 내는 것이 급선무였다하지만 사는 듯 죽는 듯 보낸 하루의 끄트머리엔 어김없이 밤이 다시 찾아오고 있었다.

퇴근길 어쩔 수 없이 마신 술기운에 의지해서 방으로 돌아 왔을 때 나는 거의 만취상태였고아무도 없는 텅 빈 방문을 열자마자 그대로 침대에 쓰러진 것 같다.

그리고 그곳엔 상상도 하기 싫은 끔찍한 세상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캄캄한 동굴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절망에 절어 서 있는 다섯 사람그것은 다름 아닌 나와아버지와어머니와그리고 어린 두 동생이었다!

그리고아버지는 어김없이 한숨 섞인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 문은 닫혀야만 지나갈 수 있다...그런데."


휑하니 뚫린 문턱 앞에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고 계시는 아버지!


“...그런데 어떻게 하면 문을 닫을 수 있을까?”


아무도 아버지의 말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그리고 그 옆에는 잠시 후 나에게 손을 내밀 어머니가 처량한 모습으로 서서 나를 원망하듯 바라보는 것이었다습한 기운이 역겹게 목구멍까지 치밀어 왔다.


이튿날 아침.

나는 거의 살인적인 비명소리를 지르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고한참동안이나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해 담배를 피워댔다.

여전히 끈적끈적하게 얼굴을 온통 뒤덮고 있는 눈물과,

처음의 악몽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이 공포와 죄책감.

하지만그것은 한 번의 무게를 고스란히 더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뼛속까지 스며들어 있었다.

처음과 똑같은 꿈.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이틀 전 꾸었던 꿈의 경험이 어젯밤 꿈속에서도 그대로 느껴진다는 것이었고매 상황마다 앞에 이어질 장면이 너무나 선명하게 떠오른다는 것이었다그리고 어머니의 표정이 점점 더 어두워진다는 것그 눈빛이 너무나 처연하게 슬픈 빛으로 변해만 간다는 것이었다견디기 힘들었다.

하지만모든 상황은 역시 정해진 대로 진행되었고 결국 나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짐승처럼 울부짖고 마는 것이었다.

몇 겹으로 닥쳐오는 죄책감을 이기지 못한 채 나는 줄담배만 피워댔다.

한순간에 몸이 바윗덩이처럼 무거워지는 느낌이었다.

직장에 어거지로 휴가신청을 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밤이 다가올수록 서서히 죽어가는 느낌이었으므로.

하루 종일 멍하니 거리를 걷다가 평소 가지 않던 오락실만화방을 전전하며 떠돌아다닌 것은 행여 무언가에 집중을 하면 이 죽음 같은 죄책감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을까 해서였다물론그 결과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지만 말이다.

어느 순간부터 나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밤이었다.

 

악몽을 꾼 지 삼일 째.

나는 종일 끼니를 거른 채 방구석에 쳐 박혀 오후부터 술을 퍼마시고 있었고역시 인사불성이 다 되어서야 똑같이 되풀이되는 무의식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사일 째.

똑같은 살인과 똑같은 공포선명하게 뇌리에 쌓여있는 사일간의 기억이 나를 옭아맨다바들바들 떨다가 술에 절어 잠들면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그리고 악몽은 깨어난 후 고스란히 죄책감으로 다가왔다.

물론꿈속에서나마 어떡해든 정해진 운명을 바꿔 보려고 무진장 노력했지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문턱 저편에서 여전히 나는 어머니를 부르고 있었고그런 나에게 어머니는 손을 허락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변함없이 끔찍한 영상이 되풀이되었다....


비명을 지르며 하루를 시작한 지 오일 째 되는 날.

나는 죽음보다 더 지독하게 내리누르는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양자택일을 해야만 했다.

뭐든지 한번 해 볼 것인가아니면 이 절망과 죄책감의 무게를 짊어지고 생의 마지막 끈을

놓을 것인가?

사태는 그렇게 나를 삶과 죽음의 경계선까지 밀어 넣고 있었다.

소주병은 여전히 방바닥을 아무렇게나 굴러 다녔고,

술과 담배로 찌든 얼굴은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었지만 나는 내 앞에 놓인 피할수 없는 두갈래 길에서 결국 하나를 선택하기로 했다.


어머니를 살려야만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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