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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뫼비우스(Möbius) - 3
게시물ID : panic_805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카스_네팔
추천 : 2
조회수 : 53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6/09 09:5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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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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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내용 전개상 충격적인 사망사건 관련 묘사 부분이 있습니다.

이점 감안하시고 취사선택 하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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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뫼비우스(Möbius) - 3

                                                                                                     

                                                                                                       아카스_네팔



무의식의 세계.

본능이 지배하는 세계를 바꾸기 위해 내가 할 일은 무엇인가?

하루종일 방구석에 틀어박혀 고민한 끝에 나는 조금은 무모한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자기 암시를 주자나는 어머니를 살릴 수 있다나는 어머니를 살릴 수...’


어김없이 밤이 찾아오고 있었다.

방안에 어둠이 조금씩 차 오르고 몇 시인지도 모르게 캄캄한 암흑이 뒤덮을 때까지 나는 쉬지 않고 중얼거렸다.


나는 어머니를 살릴 수 있다나는 어머니를 살릴 수 있다나는...’


불끈 쥔 두주먹에서 땀이 베어 나왔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었다.


절대 약해지지 말자나는 반드시 어머니를 살릴 수...있다...’


심신의 피곤함 때문이었을까침대에 눕자말자 잠이 들었고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무의식의 세계는 나를 덮쳐왔다.

.

.

.

"이 문은 닫혀야만 지나갈 수 있다...그런데."

여전히 아버지는 컴컴한 동굴 속에서 한 뼘도 남지 않은 횃불을 들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두 동생들의 얼굴에도 예외 없이 두려움과 절망이 가득차 있었다.

모든 것이 그대로구나...결국 아무 것도 변한 게 없단 말인가?...’

다시금 밀려드는 좌절감에 빠지는 순간이었다그런데...그런데 뭔가 달라진 것이 있었다!

어머니의 표정.

어머니의 표정이 너무나 밝은 것이다어머니는 어젯밤 꿈에서부터 예의 그 절망과 두려움그리고 원망에 벗어나 오늘은 거의 얼굴 가득 온화한 미소마저 띄우고 있지 않은가?

순간나는 어젯밤 꿈에서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괜찮다..."


무엇이 괜찮다는 건지알듯 말 듯한 그 말에 나는 묘한 서글픔과 감동을 받았던 것이다.


"괜찮으세요?"

"오냐...괜찮다그런데 문이..."


아버지는 게속 오른손으로 머리를 넘기고 계셨다.


"닫혀야만 하는데...저 문을...저 문을 닫을 방법이 없어..."


횃불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절망이 빛을 야금야금 갉아먹기 시작했다.

그때였다무언가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마치 감전 된 듯한 느낌이 손끝에서부터 온몸으로 찌릿하게 나를 덮쳐왔다나는 불에 덴 것처럼 놀라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아무 것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꺼질듯 말 듯한 횃불조급함과 절망에 절은 아버지와 어린 동생들.

그런데 어머니...어머니...!

어머니가 이상하다!

조금 전까지 인자한 미소를 가득 머금고 계시던 어머니가 갑자기 얼굴을 찌푸리시더니 나와 아버지를 번갈아 가며 쳐다보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뒤이어 아버지에게 하는 말씀은 전혀 뜻밖의 말이었다.


"이봐요어차피 불 꺼지면 꼼짝없이 굶어 죽을 판인데 여기서 멍청하게 있다가 죽을 테요?"


나는 얼빠진 얼굴로 그런 어머니를 쳐다만 보고 있었고어머니는 이제 도저히 못참겠다는 듯이 절규하듯 외치고 계셨다.


"나는 죽더라도 저 문을 지나가다 죽을 테니까 알아서들 하세요얘들아 가자!"


말이 끝나자마자 어머니는 어린 두 동생의 손을 억세게 잡으시더니 아무 주저함없이 문턱을 넘어가는 것이 아닌가?


"..여보서요멈춰!"


워낙 엉겹결에 일어난 일이라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를 잡지 못했고이미 그 자신도 문턱을 넘고 있었다.

순간의 일이었다하지만나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됐어..이젠 됐구나...’


문턱 저편에서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두 동생이 자신들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듯 서로를 확인하고 있을 때나는 그제서야 조금이나마 죄책감을 털어 내며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다음 장면은....나에게 남은.. 다음 장면은 참기 힘든 고통이겠지만 그것도 한 순간이야...어쩌면...어쩌면 처음부터 이렇게 되야 했을지도 몰라...금방이다한순간이다,...‘


나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암시를 주고 있는 내 자신이 너무나 대견했고그래서인지 나를 바라보는 문턱 저편의 사람들에게 옅은 웃음까지 보여 줄 수 있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어떻게 할 말이 없구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허공을 바라보고 있던 아버지가 쥐어 짜내듯이 말을 내뱉고 계셨다.


혀엉....”


동생들의 훌쩍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져 갔다.

하지만 이제는 확신할 수 있다그래서 아무 것도 두렵지 않다.

꺼져가는 횃불에 아버지의 눈물이 떨어져 치익 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나는 어서 빨리 어머니가 빨리 다음 말씀을 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얘야.... ...내생각엔 말이다.”

어머니그거에요말해 주세요..’


어머니였다하지만그 목소리엔 힘이 없었다첫날밤 내가 어머니에게 했던 격한 목소리의 느낌은 온데 간데 없고,

어머니는 마치 억지로 시켜서 하는 말인양 너무나 힘없는 목소리로 나에게 독백처럼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건너와 봐라건너는 것이 좋을 것 같구나한 번에...망설임 없이 한 번에 건너와...”


그 한마디 말에 모든 기운을 소진한 듯 어머니는 창백하게 굳어 있었고나는 어머니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렇게도 하고 싶었던 말을 그제서야 할 수 있었다.


알았어요어머니..손을 좀 ... 손을 좀 잡아 주세요.”


그때 나는 조금 떨었던 것 같다손을 잡아 달라는 말.. 그 말을 하는데 가슴이 찡했던 건 왜일까?

나는 나에게 내밀어진 어머니의 마른손을 꽉 움켜쥐었다그렇게 하지 않으면 왠지 다시 놓아 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제 한 걸음만 더 가면 끝이다...이제 엉켜있던 모든 것들이 풀리는 것이다!’


드르르륵!

발을 내딛는 순간내 머리 위에서 들리는 소리는 나를 부르는 아버지와어머니와어린 두 동생의 비명 속에 금새 파묻혀 버렸지만 나는 그 짧은 찰나의 순간에서도 눈을 감지 않았던 것 같다하지만입가에 미리 새어나오는 비명만은 어찌할 수 없었다.


"아아아아악!"


!

그 뒤를 이었을 피의 분수어머니의 손에 있었을 나의 온전한 마지막 육신 한 조각도랑을 이루며 바닥을 흘러가는 피...그것들은 어쩌면 예상된 각본이겠지만 나는 더이상 그것들을 볼 수가 없었다.

이미 나는 죽었으므로.

.

.

.

으아아아아아아아악!”


기진맥진 한 채 온 몸에 식은땀을 뒤집어 쓰고 다시 눈을 떴다.


......이제 끝난건가....아니?”


너무나 선명하게 살아있는 꿈속의 기억을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나는 내 주위를 둘러 보았는데그런데 그곳에는 뜻밖에도 어머니와 어린 두 동생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여기가 어디에요?”


어머니는 온화한 미소로 조금전 꿈속에서 나에게 보여주었던 그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이놈아...이제야 정신이 좀 드냐사람이 그렇게 약해서 어디에 쓰겠냐?'

"..그런데 왠 상복...이에요?"


그랬다그러고 보니 동생들과 어머니 모두 상복을 입고 있지 않은가?


"아이구 이놈이..오일동안 정신을 못 차리더니 아직도 잠이 덜 깼네지 아버지 돌아가신 것도 까먹고 있는가보네.. 이놈아..기억 안나아버지 돌아가신 거?"

"아버지가..아버지가..맞아그랬었지..."


그제서야 머릿속에 조금씩 기억들이 살아나고 있었다.

새벽녘 길가에 낮게 안개가 스며들듯 악몽으로 가득 차 있던 나의 뇌리에 현실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이었다.


...기억나요..그런데 내가 왜 여기 누워 있죠?”

이놈아...입관하기 전에 아버지 입에 쌀 넣어드리다가 정신을 잃었잖아그리고는 이제 깨어난거야이놈아오늘이 오일 째야오일째...”

예에?”


오일동안 의식을 잃고 있었다는 말에 나는 다시 온 몸이 굳어지는 듯 했다.

그럼 내가 오일동안 악몽을 꾸었단 말인가도대체 뭐가 뭔지.

끔찍한 기억이 다시 떠올라 몸서리가 쳐졌다하지만이제는 모두 끝났다는 안도감에 젖는 것도 어찌 할 수 없었다.


좀 피곤해요...조금만 더 잘께요.”

그래라그나저나 눈을 떴으니 다행이다에구...이놈아맏형이란 놈이 그렇게 약해서야 어디 쓰겠니푹 자고 기운 차리고 나와라.”

...”


어머니는 두 동생과 함께 병실을 나가셨다며칠 동안 아버지 장례 치루랴큰아들 간호하랴...무거운 짐을 혼자 짊어지셨을 어머니의 어깨가 오늘따라 더 야위어 보였다.

병실 안에 홀로 되어서야 나는 며칠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기억을 더듬어 볼 수 있었다어쩔 수 없는 눈물이 또 다시 볼을 타고 흘러 내렸다.


아버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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