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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뫼비우스(Möbius) - 4 (완결)
게시물ID : panic_805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카스_네팔
추천 : 6
조회수 : 57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6/09 10: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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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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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고 : 내용 전개상 충격적인 사망사건 관련 묘사 부분이 있습니다. 
                 이점 감안하시고 취사선택 하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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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뫼비우스(M?bius) - 4

                                                                                       아카스_네팔


그렇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위암, 간암, 직장암.
아버지를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데려간 주범들이다.
위급하다는 소식을 듣고 정신없이 달려갔지만, 결국 그 몇 시간을 당신은 참지 못하고 불귀의 객이 되셨다.
 
“천석...만석...십만석...”
 
다음날 입관하기 전, 망인의 저승길에 여비와 양식을 드릴 때가 되어서야 나는, 이제는 죽음보다 더한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나 고요히 눈을 감으신 아버지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못을 박지 않은 관뚜껑이 삐걱거리면서 열리자, 그곳엔 분칠을 한 색시마냥 하얗게 자고 계신 아버지의 얼굴이 있었던 것이다.
 
“천석...만석...십만석...”
 
남겨두고 온 이에 대한 염려와 걱정에 들떠 행여 잃어버릴세라, 망자의 양식과 여비는 항상 입에다 꼭꼭 채워 준다고 한다.
내 아버지의 입술이지만 싸늘한 시신의 느낌을 손끝으로 더듬으며 앙다문 입술을 벌려야 할 땐 왠지 모를 무서움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동전을 세로로 세우고, 그 동전 주위를 쌀로 채우면서 나는 아버지가
“이놈! 버르장머리없이!”
하시며 벌떡 일어나시거나, 아니면 입술 위아래를 슬쩍 슬쩍 건드리는 내 손가락을 장난으로라도 확 깨물어 버리는 건 아닐까하고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생전 처음 보는 시신이 아버지의 것이라니...
 
나에겐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당신의 입술에서부터 올라오는 싸늘한 기운이 손끝을 타고 어깨로, 얼굴로, 머리꼭대기까지 확 뒤집어 놓을 때 솔직히 나는 슬픔과 서러움보다는 극도의 두려움에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결국, 그것이 가장 최근의 기억이었다니...
어머니와 동생들이 자리를 비우고도 한참 후에야 나는, 이성의 세계와 본능의 세계 양쪽 모두에 대한 정리를 마칠 수 있었다. 

꿈과 현실.
오일동안의 꿈에서 이제 나는 자유롭다.
지독한 고통의 채찍에 온 몸이 멍드신 아버지도 육신을 벗어놓고 이제 영면(永眠)의 길을 가셨다.
비록 며칠 안 된 기간이지만, 마치 일년이나 된 듯이 나에게는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평안과 나쁘지 않은 피곤함이었고, 기다렸다는 듯이 뒤를 이어 또 다른 본능의 세계가 나의 눈꺼풀을 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이상 '꿈'이라는 이름을 가진 본능과 무의식의 세계가 두렵지 않다.
 
다시 꿈속에 아버지가 계셨다.
분칠을 한 듯 하얀 얼굴로 웃으시며 아버지는 하염없이 나를 바라보고 계셨다.
그 모습은 더이상 지독한 고통에 울부짖으며 눈물을 쏟아놓던 생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밥 한 숟갈을 넣지 못해 죽으로 연명하시고, 변을 보지 못해 그 죽마저 포기하고 죽기보다 싫다던 링거주사를 맞던 생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불과 1년전,
팔씨름이라면 손가락 두개로도 척척 넘기시던 아버지의 모습,
허벅지 만한 장작을 한번에 쪼개 버리시던 장사 같은 아버지의 모습 그대로였다.
아버지는 한참을 그렇게 웃고만 계셨다.
나는,
아버지를 따라갈 수 없는 나는,
조금씩 작아지는 아버지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워 말했던 것같다.
 
“아버지! 죄송해요...끝까지 옆에 있지 못해서......”
 
조금만 더 크게 말할 것을, 아버지는 못난 큰아들의 목소리를 못 들으셨는지 자꾸만 멀리 멀리 가고 계셨다.
 
‘아버지! 가지 마세요! 아버지이...’
 
가물거리던 아지랑이도 날씨가 더 더워지면 사라지듯이, 당신의 모습은 봄날에 꽃피는 아지랑이처럼 그렇게 사라지고 있었다.
이제 다른 꿈에서도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당신의 마지막 모습을 나는 놓치지 않으려고 눈물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한참 뒤에야 그런 아들녀석이 기특하기라도 한 듯 아버지의 목소
리만이 메아리가 되어 울려오는 것이었다.
 
“아들아...삶이란 다 그런 것이다. 다....그런 거야...”
 

<끝>

*덧붙임 : 이 소설은 2002년 3월초 5일동안 꾼 꿈들을 토대로 구성한 이야기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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