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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과거] 산문 - 사진 한 장에 멈춘다.
게시물ID : readers_806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싸르트르
추천 : 2
조회수 : 22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6/30 21:21:40

그녀의 시선이 사진 한 장에 멈췄다. 

엄마를 그녀라고 하기에는 너무 멀다. 라는 생각을 바꾸기 까지는 이십년 하고도 약 삼년이 걸렸다. 엄마는 나와 내 페이스북 사진을 보고 있었다. 

나는 어릴 적 친구들 사진을 하나하나 짚어주면서 얘는 누구야, 얘는 누구고, 엄마 얘도 알지? 하고 알려준다.

엄마는 친구들 사진보다는 나와 내 페이스북 친구인 우리 누나 사진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너하고 페이스북 친구 맺으려면 어떻게 해야돼?”

“음 그냥 페이스북 가입한 다음에 내 이름 검색해서 나한테 친구 맺으면 돼.”

내 대답은 다소 대충적은 답과 같다. 하지만 엄마가 나에게 페이스북 친구를 걸었을 때 받을 마음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녀의 시선이 사진 한 장에 멈췄다.

정말로 멈췄을까, 하는 고민 이전에 그녀라고 하기에는 너무 오글거린다. 그런데 헤어지고 나니 그녀라는 표현이 아쉽지 않을 때가 있다. 

내 많은 사진들에 일일이 댓글을 달아주던 그녀는 얼마나 혹은 정말로 나를 좋아했을까, 지금은 뭘 하고 있을까, 뭘 하고 있는 모습을 생각하니 또 슬퍼져 그만둘 때가 있다.

그의 시선이 사진 한 장에 멈췄다.

때로는 나도 ‘그’가 되고 싶다. 

‘그’라는 표현은 외국 어느 유명한 지도자나 소설 속의 주인공에게만 어울리는 표현이 아니라고 반박해본다. 

아니, 사실은 나도 썩 멋져보이고 싶었던 거다. 미래를 상상할 때 내가 저 위에서 나를 내려다본다. 

그는 소설이나 영화 속 주인공처럼 살고 있다. 

그런데 내 옛 사진들을 보면 그런 구차한 생각들이 없어진다. 

그냥 추억 속의 한 페이지, 거기에 ‘녀석’이 더 적당한 사람이 여기에 있다. 

나는 여전히 바라는 게 있고 그 때도 뭔가 꽤나 바랐겠지만, 사진 속의 녀석은 그런 게 없어 보인다.

앞으로 살 때 사진 한 장에 아니 뭐라도, 괜히 멈춰서기 싫다고 생각이 들곤 한다.

괜히 약해 질까봐, 괜히 감정적으로 빠져들고 혹은 슬퍼지니까, 그렇게 한다고 상황이 나아지는 게 아니라 결국 내가 스스로 회복하고 개선해서,

그렇게 상황이 변한다는 걸 이제는 너무도 잘 아니까.

그래도 가끔 그냥 멈추고 싶을 때가 있다. 

가끔은 그냥 펑펑 울고 싶다. 

그래서 종종 펑펑 운다. 그게 말 그대로 눈물을 흘린다는 게 아니라. 멈춰 서서 그냥 사진 한 장 보고 감상에 빠져보는 것도 그런 것에 속한다.

굳이 아쉬운 게 있다면 어릴 때는 굳이 그렇게 멈춰 설 시간을 가늠하지는 않았다.

자, 이쯤만 울고 이제 됐다, 하고.

뭐 어찌됐든 너무 걱정하지말자. 나도 때론 멈추고 누군가도 멈춰설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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