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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께 감사하고 효도해야 한다는 명제의 철학적인 근거가 궁금함
게시물ID : phil_80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고포릿
추천 : 0
조회수 : 3720회
댓글수 : 15개
등록시간 : 2014/01/23 12:59:01
안녕하세요.


저는 이제 아이를 갖을려고 하는 결혼 6년차 여자사람입니다.
사실 그동안 아이를 낳지 않은것은 "과연 내가 한 생명을 온전히 책임질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확신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정말 6년동안 나는 과연 부모가 될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이 항상 저를 괴롭혔습니다.
이제 더이상 나이도 들어 미룰수도 없고, 온전한 답을 아직 찾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예전에 비해 저에대한 불신이 다소 해소된 상태라 출산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자기가 태어나고 싶어서 이 세상에 태어나는것아 아닌데, 
제뜻대로 일방적으로 낳아놓고선

"너를 창조한 나에게 감사하라, 효도하라"고 일방적으로 선언하는것은 제 판단기준으로는 이치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아이고, 글을 어떻게 정리해야될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제가 궁금한것은 이겁니다.


<부모에게 감사하고 효도해야 한다라는 명제의 철학적인 근거는 과연 무엇인가?>



물론 그렇다고 제가 부모님께 감사하지 않아하고 있다거나 불효막시무스처럼 굴고있는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부모님을 존중하고 그분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 하는 행동들은 효도라기보다는
그저 나와 오랜세월 한집에서 함께 살아온 친근한 사람에 대한 애정표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저 질문에 대한 답이 있다면 꼭 알고 싶습니다.

만약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수 없다면...아이에게 효도라던가, 부모인 나에게 감사하라던가...이런 말을 하지 못할것 같습니다.
최악의 경우, "엄만 날 왜낳았어!!" 라고 자식이 외친다면, 그저 미안하게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해야할것 같습니다.



어쩌면 애초에 자식을 낳길 결정한 이유에 철학같은게 끼어들었던적 조차도 없어서 공허한 질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그저 제가 이 세상에 살다갔다는 물리적인 증거를 남기고 싶고(유전자를 남기고 싶고)
나와 남편을 닮은 예쁜 아기가 보고싶어서....그 얼굴이 궁금해서....그게 다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순전히 내 욕심으로 인해 선택의 여지 없이 태어나버린 아이>에게 무슨 근거로 효도를 요구할수 있을까??
라는 의문에 자꾸 집착하게 되네요. ㅎ 
밑에 저와 비슷한 의문을 갖으신 분이 있으시긴한데, 답글이 저에게는 만족스럽지 못하여 글 올립니다.



PS)단순히 낳아줬으니까, 밥주고 기저귀갈고 학교보내주며 키워줬으니까...이런 대답이 나올지도 모르지만
전 솔직히 그것은 자식을 낳기로 결정했다면 당연히 해야하는 의무(자신의 유전자를 남기는 댓가로)라고 생각합니다.
자식이 부모보고 날좀 낳아서 키워주세요라고 먼저 부탁한게 아닌이상이요.
그렇다고 양가 부모님이 저에게 효도를 요구하는 상황에 대해 딱히 불만을 품고있는것은 아닙니다.
왜냐면 그분들은 그게 당연한 시절을 사셨고, 그런 의문을 가져볼 기회가 없는채로 평생을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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