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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장로회 신학대학교에 붙었던 대자보입니다.
게시물ID : sewol_3006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지큐케
추천 : 13
조회수 : 17794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4/05/23 16:47:29
오늘 장신대 미스바 한켠에 대자보가 붙었습니다.

아래는 대자보 본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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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당신에게 묻고 싶습니다....
주님, 세월호가 바다 속으로 빠져들어갈 때, 해경과 정부의 잘못된 조치로, 구해질 수 있던 수많은 생명들이 그 참혹함 속에 수장되고 있었을 때, 당신은 어디에 계셨습니까.
주님, 가만히 있으라는 선장의 말만 믿고서 아이들이 방안에 웅크려 있을 때, 물이 차오르는 그 공포와 불안 속에서 당신은 계셨습니까?
주님, 자신들이 구조될 것을 믿고, 돈과 휴대폰이 물에 젖지 않게 학생들이 비닐에 꽁꽁 싸맬 때 당신은 어디에 계셨습니까?
주님, 배가 침몰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죽음이 닥쳐오는 상황에서 한 여학생이 자신들을 구해달라고, 친구들을 구해달라고 기도하는 그 순간 당신은 어디에서 대체 무엇을 하고 계셨습니까?
주님, 살기 위해서 천장을, 문을 긁어대다가 그들의 손가락이 부러지고, 손톱이 빠지는 그 비참한 선실 내부에서 당신은 계셨습니까?

주님, 며칠을 잠도 자지 못하고, 먹지도 못한 이들이 아이들을 살려달라며 진도대교를 걸어갈 때 당신은 어디 계셨습니까.
주님, 부모가 자식의 영정사진을 들고서 경찰의 발 앞에 무릎을 꿇고 울고 있을 때, 그 앞을 막아선 경찰도 울고 있을 때 당신은 어디 계셨습니까?
주님, 미안하다는, 죄송하다는 그 한 마디를 듣고 싶어서, 아이들의 죽음이 그렇게 매도되는 것이 너무나 가슴아파서 영정사진을 들고서 올라와야만 했던 이들이, 아스팔트 바닥에 주저앉아 밤을 지새울 때 당신은 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셨습니까?
주님, 시체가 건져 올려졌을 때 실종자 가족은 유가족인 된 이들에게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넨다고 합니다. 주님, 이 참혹한 현실 앞에서, 이 비통함 앞에서 당신은 어디에 있습니까?

주님, 광화문에서 국화를 들고 행진하던 시민들이 경찰에 의해서 연행될 때, 항의하던 시민들도 함께 연행되고, 길을 지나던 시민까지 연행하려 한 그 순간에 당신은 어디에 계셨습니까?
대체 당신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우리가 버릇처럼 이야기하던 하나님의 정의와, 하나님의 공의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아니요.. 주님... 우리는 어디에 있었습니까. 우리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주님, 우리는 죄인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이웃을 바다 속으로 수장시킨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이웃이 울부짖는 그 외침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침묵하고 기도한다는 변명뒤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사람들입니다.

주님, 우리를 용서하여 주소서.
주님, 우리는 살인자입니다. 돈의 종이 되고 만 교회는 이 미친 세상을 향해서 의로운 외침을 외칠 힘조차 잃어버렸습니다. 돈이 사람의 생명보다 귀하게 여겨지는 이 시대에, 우리는 당신들은 잘못되었다고, 돌이켜 하나님의 정의가 이루어지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외치는 대신, 그 시대에 함께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대형교회가 우리들이 추구하는 바가 되었고, 그리스도 예수의 이름은 자신의 안녕만을 위하는 이들의 변명거리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주님, 이 세월호 사건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자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맞습니다. 주님,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서 우리 스스르를 돌아보고, 회개하여야 합니다. 하지만 주님, 적어도 지금은 울고 있는 이들과 함께 울게 하소서. 모든 것이 주님의 뜻이라고 함부로 우리가 결정을 내리지 않게 하소서.
저들의 분노를 치기어린 행동으로, 선동으로, 비신앙적인 행위로 정죄하기 이전에, 분노할 힘조차 잃어버리고, 분노할 방법조차 잊어버린 우리의 나약함을 고백하기를 원합니다.

주님, 우리에게는 너무나 많은 구호와 교리들이 넘쳐납니다. 우리에게는 수많은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의 이름과 그들의 이야기들이 넘쳐납니다. 하지만 주님, 그러한 여유조차 허락되지 않는 이들이 있음을 우리는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구호도, 교리도, 신학도 외칠 수 없는 이 땅에서 버림받은 이들이 있음을 우리는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아니요, 교회에서 버림받은 이들이 있음을 우리는 잊어버리고 살아가려 하였습니다.

주님, 나의 죄를 고백합니다. 나는 울고만 있을 뿐 그 무엇도 하지 않았습니다. 예수의 이름과 십자가는 내가 행동하지 않았음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되었고, 하나님의 정의는 나의 입에만 머물고, 나의 삶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 교회와 학교의 등 뒤에 숨어서 침묵하고만 있던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이제 더 이상 교리가, 신학이, 교회가 나의 변명이 되지 않게 하소서. 가만히 있으라는 저들의 이야기에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게 하소서.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 저는 슬퍼하는 이들과 함께 울지 못 하였고, 그들의 분노에 함께할 용기도 없었고, 그 분노를 넘어서서 외쳐야 할 힘도 잃어버렸습니다. 이제 우리가 일어나 외치게 하소서. 역사에 재능이 있는 이는 이 역사를 기록하여 이 세대가 잊어버리지 않게 하소서. 찬양에 재능이 있는 이는 아픈 현실을 위로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찬양을 만들어 부르게 하소서. 기도에 재능이 있는 이는 온 몸으로 기도하여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 이루어지도록 하게 하소서. 투쟁에 재능이 있는 이는 거리로 뛰쳐나가 저들과 연대하게 하소서. 교육에 재능이 있는 이는 다음 세대가 정의로운 세대가 될 수 있도록 가르치게 하소서.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 우리의 고백이, 우리의 회개가 단순히 한 번의 사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땅의 불의한 세력들에 대항해서, 돈이 생명보다 귀하게 여겨지는 이 미친 세대를 향해서 당신들은 잘못 되었다라고 당당하게 외칠 수 있는 하나님의 음성이 되게 하소서. 선지동산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세상의 권력과 재물 앞에서 그것을 거부하고 하나님의 정의를 외칠 수 있는 선지자들이 되게 하소서. 그리하여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가 이루저기를 소망하고, 그것을 우리의 삶으로 살아내는 장신대가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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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 목사님들께서...종종 삽을 푸시긴 하지만..그래도..아직 성장하는 신학생들에겐 조금의 기대는 가져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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