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오유과거]산문- 더 이상의 회색 도시는 없다
게시물ID : readers_80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한달
추천 : 3
조회수 : 32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6/30 21:59:23
그녀의 시선이 사진 한 장에 멈췄다.
 
어언 5년이었다. 힘들게 견뎌온 시간이… 생채기를 놔두고 상처가 곪을 때까지의 시간을 계산하면 얼마나 걸릴까?
그녀는 이미 만신창이였다. 가만히 있으면 불안해했고, 누가 봐도 산만한 행동을 했다. 공황장애라도 도지는 날에는 지인들은 식겁을 했다.
그녀에게 사생활은 사생활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가 나에게 사람을 물리쳐 달라고 했고, 그녀가 혼자 살기에 최적의 환경을 마련해주었다.
매일 내가 찾아갔을 때 그녀의 일기장엔 단문의 글이 잉크도 마르지 않은 채 종이에 스며들고 있었다.
 
나는 완전히 갇혔다.
 
풀린 눈으로 밖을 본다. 먹구름이 회색 도시를 가두고 사람들도 갇혔다. 비는 언제 올까. 비가 쏟아지면  그때는 나갈 수 있을까.
 
알고 있지만 모른다.
 
먼지가 가득한 사진 한 장. 그녀가 연명하고 있는 생명의 유일한 희원. 끼니도 거리고 쪼그려 앉아 내리 하는 일이라곤 고작 사색에 잠기는 것 뿐.
사색이라고 해도 그건 회피, 비겁한 합리화에 지나지 않았다.
 
이 도시에는 희망이 없다.
 
그것이 무채색의 도시를 관장하는 그녀가 내린 결론이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빌려 글을 써내려간다.
 
그는 이제 희망이 아니야.
 
아니, 그는 분명…
 
그만 돌아와. 희망은 찾지 않아도 돼. 모두 네 안에 있어! 날 믿어.더 이상 아프지 않게 해 줄게.
 
아니라니까!
 
마음속에 들어찬 울분이 터져버렸다. 나도 그녀도, 아니 나는 지쳐서 뻗댈 힘조차 없었다. 서로의 힘이 상충해서 손아귀에 쥐어진 펜을 떨어리고 말았다.
 
비가 오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에서 비가 떨어지자 회색 장막이 걷히고 사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회색 하늘에 원색의 빛이 간간하게 돌며 도시를 채색하기 시작했다.
 
거봐, 내가 뭐랬어. 네가 알고 있는 대로라고 했잖아. 기억은 알고 있는 거라고. 인정하면 고통이 곧 사라질 거라고. 조금만 움직이면 희망을 볼 수 있어. 바로 내 안에 그가 있는걸. 그녀가 나고 내가 그녀이고 그는 내 안에 있다. 더 이상의 회색 도시는 없다.  내 눈이 그를 담았으므로 나는 사진을 찢어버렸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