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경례하던 모든 병사들에게 경례로 답했다는 이야기를 보고 갑자기 생각이 났네요.
저는 후방에 위치한 간부 포함 정원 100명이 안되는 작은 부대에서 복무하였습니다.
하루는 일과가 끝나고 밥을 먹으려고 모였는데(식사집합) 분위기가 살벌한 것을 느끼고, 아... 또 뭔가 터졌구나 생각하며 몸을 사렸죠.
집합에 나온 성격 더러웠던 작전장교는 입에 게거품을 물 기세로 장병들을 다그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유는 즉슨 그날 오후에 사단장 수송 레토나 차량이 부대 앞을 지나가는데 위병소 근무자들이 경례를 안해서 연락이 왔다고 하더군요.
아마 대대장을 갈궜나봅니다.
---------------------------------------------
2차선 도로
---------------------------------------------
ㅁ ===========게이트========== ㅁ
(위병초소1) (위병초소2)
* 이해를 돕기 위한 위병소 묘사
그 뒤 한달동안 한번에 30~1시간짜리 제식훈련을 하루에 3번씩 받았고, 외박/휴가가 통제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어떻게 사단장이 지나가는데 경례를 안하지?"라고 생각하며 당시 근무자들을 욕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건 우리나라 관료들의 거지 같은 근성을 보여주는 일이였네요.
부대를 방문한 것도 아닌 "지나가던" 상황임에도 감히 "본인"이 타고 있는 "차량"에 경례를 안했다고 꼬라지가 나다니...
어떤 도지사가 생각이 나네요.
정작 힘들고 고된 일은 징병된 병들이 하는동안 한달에 월급/수당/복지혜택 꼬박꼬박 받는 간부들은 뒷짐지고 이거해라 저거해라 지시하고,
행여나 일이 터졌을 때도 자신이 책임을 지고 끝나는 것이 아닌 밑에 있는 애들을 갈궈서 내림갈굼의 시작이 되고,
그런 사람들이 별까지 달면 "그저 지나가는 차량에 경례을 안하다는 이유"로 징계를 내리는 훌륭한 분들이 되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