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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과거]산문-아버지
게시물ID : readers_80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사실인가영
추천 : 3
조회수 : 24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6/30 22:00:02
 
 
 
그녀의 시선이 사진 한 장에 멈췄다.
노인과 아들 내외, , 손주 둘. 액자도 없이 벽에 붙여둔 사진들 중에 가장 상태가 좋았다. 노인의 영정사진은 이걸 쓰게 될 것이 틀림없었다.
 
-
 
 
돌봄 센터에서 노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다보면 익숙해지는 한마디가 있었다.
 
부인 따라 갈걸 그랬어.”
 
그럴 때면 그녀는 못들은 척 할지 고민하곤 했다.
 
자제분은 어쩌시구요. 손주 크는 것도 보셔야죠.”
 
그러면 노인의 하소연이 들려왔다.
 
아이 그런게 무순 소용인가, 철없는 딸애는 아직도 시집을 못 갔는데 내까지 딸려보시오. 그걸 누가 데려가?”
 
…….”
 
그녀가 쉽게 입을 떼지 못하고 침묵하면, 노인은 입을 달싹이며 뜸을 들였다.
 
저이, 그 아들놈네는 손주놈만 둘이요, 저번에 아줌네들 듣기로서니 요새 자식 낳으믄 돈들데가 많다카데. 낳아두믄 크는게 나땐 당연했는데 듣고나니 미안해서. 그래서 고놈네 들어가기도 시원찮여…….”
 
노인의 목소리는 끝으로 갈수록 힘이 빠지고 있었다. 노인은 한숨을 쉬었다. 노인의 입에서는 단내가 풍겼지만 그녀는 가만히 있었다. 노인의 툭 불거져 나온 목울대만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녀는 정수기에서 물을 떠다 노인에게 주었다. 노인은 물을 두 모금 마셨다. 노인이 도로 건넸다. 그녀는 물잔을 받아들었다.
 
……맘이라야 내가 니들 키워줬으니 나 거둬가라 그러고 싶지마는, 부인마냥 애를 돌볼 줄 알어, 밥을 할 줄 알어, 할 줄 아는 게 파지 줍는 거 밖에 더해? 그럴바야 나 혼자 사는게 낫지 그라믄.”
 
남남인 그녀에게만 털어놓을 수 있었던 노인의 속내.
노인은 얼마 뒤부터 센터로 오지 않았다. 노인은 방문서비스를 신청하여, 담당이 된 그녀는 노인의 집을 종종 방문하게 되었다.
 
그리고 몇 달 뒤였다.
노인은 세상을 떠났다.
 
 
-
 
 
, 성주 아버님께서 돌아가셨어요. 어떻게 해야 할 지…….”
 
[알았어요. 그럼 일단 돌아오시고 아드님께 연락을…….]
 
대화한지 1분도 지나지 않아 그녀는 전화를 끊었다. 노인의 몸은 잠자던 그대로 이부자리에 뉘여 있었다. 그녀는 노인의 방에 들어가지 않고 문지방 너머에 서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허리를 숙여 노인을 향해 인사했다. 노인은 그 자리에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센터로 돌아왔다. 노인의 일에 대해 생각할 틈도 없이 정신없이 일했고, 센터 사람들은 그녀를 걱정하여 일찍 퇴근시켰다. 그녀는 집으로 가야 했다.
그녀는 버스 뒤의 안쪽에 앉아있었다. 멍하니 창밖을 지나가는 차들을 바라보다, 가방을 열어 포스트잇을 꺼냈다. 가방에 대고 무언가를 적었다. 그리고 그녀는 버스에서 충동적으로 내렸다.
 
그녀는 노인의 집 앞에 섰다.
버스에서 쓴 포스트잇을 떼어 대문에 붙였다. 그리고 한 발짝 떨어져 포스트잇을 다시 한 번 보았다. 포스트잇 끝자락을 잡았다 놓기를 몇 번, 그녀는 결국 포스트잇을 떼어내었다.
 
나도 참 오지랖이야.”
 
포스트잇은 꼬깃하게 접혀 주머니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그녀는 버스정류장으로 몸을 돌렸다.
 
 
-
 
 
그녀는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지갑을 꺼냈다카드를 빼고 가방에 넣으려던 그녀는 지갑 속의 작은 가족사진에 눈을 두었다. 노인의 가족사진보다는 많이 닳은 그녀의 가족사진. 그녀는 사진을 응시하다 지갑을 도로 덮었다. 그녀는 가방 속에서 그녀의 휴대전화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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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루루루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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