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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anic_681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왕양명★
추천 : 36
조회수 : 6081회
댓글수 : 24개
등록시간 : 2014/05/24 03:36:38
띵동 띵동
아침이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방학을 맞은 복학생에게는 아직 충분히 이른 시간이었다.
나는 아침잠을 방해하며 초인종을 눌러대는 몰상식한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향했다.
현관문에 달린 작은 구멍을 통해 살짝 내다보니 엘리베이터를 탈 때 가끔 마주친 적이 있는 옆집의 아주머니였다.
"무슨 일이세요?"
나는 잠에서 깬 탓에 살짝 기분이 나빴으나 이웃이고 나보다 더 어른이었기 때문에 불편한 내심을 감추고 물었다.
"저...학생..아줌마가 미안하지만 부탁을 좀 해도 될까?"
사실 엘리베이터에서나 가끔 마주친 사이인 나에게 무슨 부탁일까 싶었으나 그다지 나쁜 아줌마는 아닌듯 했고 오죽했으면 생판 남인 나를 찾아왔을까 싶어서 무슨일인지 들어보기로 했다.
"잠시만요.. 들어오세요"
아주머니는 굉장히 미안해 하면서 집에 들어왔다. 아주머니는 낡은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몸에 제대로 맞지도 않았고 굉장히 어설퍼 보이는 차림새였다.
그러고보니 아주머니와 마주쳤을 땐 항상 저 옷을 입고 있었다. 아마 사정이 좋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
"무슨일이시죠?"
"그,그게... 저...학생 혹시 보험..."
아주머니는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고 우물쭈물 거리면서 손가락을 꼼지락 거렸다.
"괜찮으니까 일단 말씀해 보세요"
일단 말해보라는 나의 말에도 아주머니는 한참이나 머뭇거리며 망설이다 말을 힘들게 꺼내어 이어나갔다.
아주머니의 사정을 들어보니 아주머니는 남편을 사별로 보내고 혼자 두 아이를 키우며 사는데 보험판매를 하신단다. 두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보험을 많이 팔아야 하는데 성격이 성격인지라 여태 보험을 팔 수가 없었다고 했다.
결국 아이들은 죽은 남편쪽의 시어머니댁에 맡겨두고 혼자 생활하는데에도 사정이 변변치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이번달에는 일정 성과를 내지 못하면 회사에서도 쫒겨날 것이라는 것이었다.
제발 보험하나만 들어줄 수 없겠냐는 아주머니의 울먹거림에 나는 측은한 마음이 들어 결국 보험을 하나 들어주기로 하였다.
아주머니는 너무 고맙다고하며 연신 고개를 숙였고 나는 주위의 이웃을 도운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나 나의 도움은 큰 의미가 없었던지 얼마뒤 나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되었다.
옆집 아주머니가 자살을 했다는 것이었다. 아주머니는 회사에서 잘리고 집세도 내지 못할 지경에 처하자 스스로 목숨을 버린 것이다.
아주머니의 자식들은 시댁에 있었고 시댁에서는 아주머니의 시신을 수습하기를 거부했다고 한다. 때문에 내가 경찰에게 시신이 아주머니가 맞다는 것을 증명하였는데 물에 퉁퉁불어서인지 확인이 쉽지 않았다.
나는 그날밤 생각이 많아져 잠을 잘 수 없었다. 아주머니의 비극을 진작 알았더라면 많이 도와줄 수 있었을 텐데 너무 아쉬웠다.
그 일이 있고 3일쯤 지났을 때였다. 나는 잠결에 이상한 느낌을 받고 눈을 떳다.
무언가 느낌이 쎄 한것이 본능이 위험상황을 알리는 듯 했다.
쩍 쩍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자세히 다시 귀를 기울여보니 맨발이 바닥에 붙었다 떨어지는 그런 소리였다.
도둑? 강도? 무엇이 되었는 절대 달갑지 않은 상황임이 분명했다.
나는 어찌해야하나 고민을 하다가 일단 경찰에 신고하기로 마음먹고 핸드폰을 들었다.
그러나 머피의 법칙인지 나는 그만 핸드폰을 떨어트리고 말았고 한뼘통화가 켜지며 신호음 소리가 크게 울렸다. 그리고 발소리가 내 방쪽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나는 재빨리 방문을 잠그려 했으나 침입자가 한발 빨리 문을 열고 들이 닥쳤다.
침입자는 복면을 쓰고있는 덩치가 큰 남자였다. 그리고 손에는 칼이 들려있었다.
"제,제발 살려주세요"
그러나 복면의 침입자는 아무말 없이 칼을 들이밀며 천천히 다가왔다.
나는 벽에 바짝 붙어서 덜덜 떨고있었다.
그때였다. 바닥이 축축히 졎어들며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의외의 상황에 침입자도 당황한듯 자신의양말을 축축히 만든 바닥의 물을 쳐다보았다.
침입자가 그것을 무시하고 나에게 달려들려던 순간 침입자는 그대로 넘어지고 말았다.
그 발목을 누군가가 잡고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물에 퉁퉁 불어 형태를 알아보기 힘든 모습의 여성이었다.
피부는 불어서 팽창했고 눈은 백내장 환자처럼 뿌옇게 흐려진 끔찍한 모습이었다.
침입자는 그 모습을 보고 비명을 지르며 저항했으나 물에 불은 시체는 침입자의 코 앞까지 다가갔고 침입자는 거품을 물고 기절해 버렸다.
"아주머니?"
아주머니는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있었다.
-저 짤렸으니 억지로 보험 계속 들고있을 필요 없어요
그 말을 남기고 아주머니는 사라져버렸다.
곧이어 살려달라는 말을 들었는지 경찰이 출동해 강도를 연행해갔다.
나는 이것이 꿈인가 싶었으나 아직까지도 바닥에 고인 알 수 없는 물을 보니 그건 아닌것 같았다.
아마 아주머니는 죽어가던 그 순간까지도 내게 보험을 판 것에 대해서 미안해 하셨던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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