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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백만이 넘는 함성, 과연 무엇을 원하고 요구하는가
게시물ID : sisa_8069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권종상
추천 : 1
조회수 : 27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12/04 19:58:10
맥주에, 와인에, 위스키로 두들겨 맞은 간이 제 정신을 못차리고 있습니다. 드디어 술자리들이 이어지는 연말이 온 것입니다. 세상이 좀 좋아지다보니 심지어 서로 화상 채팅을 하면서 한 잔을 하기도 합니다. 처음엔 이게 뭔 짓인가 했는데, 이게 익숙해지니 서로 얼굴 보며 한잔 하는 게 익숙해지기도 합니다. 우리가 사는 건 역시 '관계'안에서 사는 겁니다. 

술기운 덕에 온종일 나른한 토요일, 낮잠 자다가 일어나 다시 시청하는 촛불 하이라이트들. 누군가가 올려준 영상들을 보면서 이렇게 외치는데도 프로포폴 맞고 주무실지도 그 분을 생각합니다. 어제 이곳의 구강 수술 전문 치과에 지호를 데리고 갔는데, 수술 시 마취에 관한 문제가 나와서 프로포폴을 쓸 거냐 어쩌구 물어봤더니 저보러 "그쪽 계통 전문가시냐"고 물어보더군요. 그래서 대답했습니다. "아, 지금 사우스 코리아 상황에 관심갖고 있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약이다." 아, 내가 생각해도 이렇게 냉소적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박근혜 치하의 대한민국에서 내 놓은 정책들이라는 것이 다 약기운과 굿기운에 나온 것이 아니냐는 생각 때문이겠지요. 

인터넷으로 한국의 제 6차 박근혜 퇴진을 위한 궐기대회 관련 영상들을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잠깐 오래전 내가 시위할 때를 생각해 봤습니다. 저 학교 다닐 때만 하더라도 우리의 구호는 그랬습니다. "백만학도 단결하여~ " 그때 학우들이 전국에서 다 모였다고 하면 대략 백만 정도 될 거라는 추정이 가능했던 모양입니다. 그 두 배의 사람들이 길거리를 메웠습니다. 그것은 장관이었습니다. 

이렇게 엄동설한에도 시민들이 광장에 나와 촛불과 횃불을 드는데도 박근혜는 "내 죄가 뭐냐?" 고 반문합니다. 그녀의 죄를 알게 해 줘야 합니다. 무엇보다 국민이 이렇게 추운데 그녀의 퇴진을 외치며 광장에 서게 한, 그것이 가장 큰 죄입니다. 그녀가 자기의 죄를 알아먹을 수 있도록 해 줘야 합니다. 이 거대한 촛불의 민심, 아마 특검도, 헌재도 모두 보았을 것입니다. 

대구 촛불 시위에서 안철수가 시민들의 힘에 눌려 그 자리에 그대로 붙잡혀 있던 것을 봤습니다. 시민의 엄청난 힘이 어떤 식으로 한 정치인에게 전해지는가를 봤습니다. 그나마 시민들의 뜻을 이만큼 이해하는 사람들, 광장에 나온 정치인들은 낫습니다. 새누리당의 일부 의원들은 당사 안에서 몰려드는 인파를 보고 쫄았지만, 그것이 겨우 몇 천밖에 안된다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절대로 광장에 서 본일도 없고, 설 용기도 없는 자들의 말입니다. 광장을 내려다보긴 해도, 그 광장의 일부가 절대로 될 수 없는 자들의 비겁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말입니다. 

이 광장의 열기를 받아낼 진심과 용기가 없는 자들은 정치 무대에서 영구 퇴출시켜야 합니다. 이 엄청난 촛불의 힘은,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완성되지 못했던 혁명의 과정을 이젠 마무리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요구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가져야 했던 실패의 역사들을 뛰어넘는 그 무엇인가를 요구합니다. 광장에 모인 2백만을 넘는 사람들의 함성, 그것은 우선 박근혜 퇴진으로 모였으나 결국 이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이기도 합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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