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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과 맨날 같이 자는 게 고민이라던 사람입니다.
게시물ID : soju_80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주절주절
추천 : 14
조회수 : 1979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2/05/17 15:11:26
여동생과 같이 잔다던 오빠입니다. 진짜 조언을 얻고 싶네요. 전에 썼던 글 안 읽어보신 분은 꼭 전에 썼던 글을 먼저 읽어봐 주셨으면 감사겠습니다.

전에 썼던 글: http://todayhumor.co.kr/board/view.php?kind=search&ask_time=&search_table_name=bestofbest&table=bestofbest&no=72818&page=1&keyfield=subject&keyword=%BF%A9%B5%BF%BB%FD&mn=&nk=&ouscrap_keyword=&ouscrap_no=&s_no=72818&member_kind=

이 글도 제목에 썼듯이 근친이 연상되는 이야기입니다. 구체적으로 얘기를 해야 제대로 조언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이번 글은 좀 구체적으로 설명할 생각입니다. 이런 글 싫어하시는 분은 뒤로가기 눌러주세요.

사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인터넷을 확인할 때, 사람들이 댓글로 욕을 써놨겠지라고 생각하고 삭제할 생각으로 오유에 왔는데 제 예상과는 달리 응원해주시고 조언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전 인터넷이라도 이런 글을 쓰면 다들 혐오할 줄 알았어요. 감사합니다.

말씀드려야 할 부분도 있고 질문도 많이 해주셔서 각각 항목별로 분리해서 작성하였습니다.

1. 가해자 이름은 가명입니다.
어제 글을 쓰고 확인 버튼을 누르기 전에 가해자의 이름을 본명으로 쓰면 동생 학교에 다니던 사람들이 알아볼 수도 있다는 생각이 퍼득 들더군요. 그래서 가명으로 바꿨습니다. 술 취해서 쓰지 않아도 되는 가명을 써버렸네요. 혹시나 제 글을 읽고 엄한 분이 오해를 받을까 걱정이 되네요. 죄송합니다. 나머지는 전부 사실입니다.

2. 강아지를 사는 것에 대해.
다른 문제에 비해 큰 문제가 아니라서 크게 신경쓰고 있지는 않지만 제 동생은 먼지가 쌓이는 곳은 항상 닦고 모든 물건의 줄을 맞춥니다. 펜, 빗, 화장품, 책, 접시, 냄비, 옷 등 모든 물건의 줄을 맞추고 제 방에 올 때마다 제 물건들도 닦고 줄을 맞춥니다. 강아지는 좀 힘들 것 같습니다.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결벽증도 좀 있는 것 같아요.

3. 봉사활동이나 취미생활, 여행 등에 대해.
솔직히 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동생은 스스로 세상과 자신을 완전히 단절시켰습니다. 창 밖조차 보지 않습니다. 동생 방의 불투명한 창문은 항상 닫혀져 있고 거실의 커튼도 항상 닫혀있습니다. 티비도 안 보고 인터넷도 거의 안 합니다. 간혹 제 동생 폰으로 통신사나 쓸데없는 전화가 오곤 하는데 그 때마다 제 방으로 뛰어와서 제가 받습니다. 2년 간 제 동생이 밖에 나가거나 다른 사람을 본 일은 검정고시와 수능 관련된 경우 뿐입니다. 말 그대로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하고 있습니다.

4. 연락처 남겨주신 분들께는 연락을 못 드릴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만, 제가 이 사실을 인터넷에 썼다는 사실을 제 동생이 알까 두렵습니다. 이런 것 또한 상처가 될 수 있겠죠. 저번 글과 이 글도 단순 익명이 아니라 IP까지 우회해서 쓰고 웹브라우저 기록까지 다 지우고 있습니다.

5. 동생의 자살에 대한 트라우마.
동생도 이 사건에 대한 트라우마가 남아있겠지만 저 또한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제가 발견했거든요. 핏물 속에 누워있던 동생의 모습은 죽을 때까지 지울 수 없겠죠. 이 뒤로 전 동생에게 아무런 훈계나 거절을 못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계속 같이 잘 수는 없다고 말해야 하는데 입에서만 맴돌뿐 한 번도 진지하게 얘기해본 적이 없습니다.

6. 술에 대해.
솔직히 저도 많이 지쳤고 이 생활이 지긋지긋합니다. 저 또한 집 안에 사실상 강금되어 있는 상태죠. 저도 한 달에 외출 두세번 정도 밖에 못 하고 있습니다. 술을 자제해야 하는데 저도 그게 참 힘드네요. 그래도 그렇게 자주 먹는 건 아니에요.

7. 저희는 한 이불에서 끌어안고 잡니다.
한 이불 안에서 자냐고 물어보시는 분이 계셨는데 그 정도가 아니라 끌어안고 잡니다. 이렇게 잔 지도 2년이 다 되어가네요. 아시다시피, 이게 상당히 불편합니다. 팔도 저리고 목도 아프고 한 명이 뒤척대면 다른 사람이 깨는 경우도 많고요. 어릴 때도 간혹 이렇게 같이 잤고 그게 그냥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제가 바빠서 밤늦게까지 일하고 있으면 제 동생은 제 방 침대에 누워서 제가 옆에 와 눕기만 기다릴 정도입니다.

처음에는 제가 돌아눕기만 해도 짜증을 내곤 했었죠. 잠결에 뿌리치기만 해도 짜증을 냈었고요. 그 때는 부모님 돌아가신지도 얼마 안 되었을 때라 그랬는데 요즘에는 제가 돌아누우면 그냥 동생이 뒤에서 안고 자고 제가 뿌리쳐도 그냥 다시 안고 잡니다.

사실, 이 부분이 남들이 볼 때, 가장 혐오감이 들 것 같아, 어제도 썼다가 지웠는데... 저도 답답합니다. 어느 날을 기점으로 딱 잘라서 그 날부터 따로 자야하는 건지... 서서히 조금씩 단계별로 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말을 해야 하는데 동생을 보면 못하는 제가 저도 답답합니다. 뭔가 이런 말을 하려고 하면 동생이 이런 걸로 또 상처를 받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8. 분리불안장애에 대해.
분리불안 증세가 있는 것 같다고 하신 분이 계셨는데 검색해보니까 증세가 비슷한 것 같네요. 어떻게든 정신과에 가기는 해야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대리고 갈 수 있을지가 참 고민이네요.

9. 동생의 일과
그냥 상상하시는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일어나서 씻고 밥 먹고 공부하다 제 방 와서 "오빠, 일 해? 바빠?" "응, 왜?" "아니.. 그냥 심심해서..." 이런 쓸데없는 얘기도 하다 괜히 샤워하고 공부하다 밥 먹고 공부하다 청소하고 ... 씻고 자고... 무한 반복이죠. 집안일은 주로 동생이 청소를 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제가 합니다. 제가 바쁠 때는 동생이 하기도 하고요.


---------------- 절취선 ----------------

여기까지가 전에 글쓰고 다음 날 써놓았던 거야... 써놓고서는 맨정신에 올리려니까 못 하겠더라고... 올릴까 말까 하다 그냥 저장만 해뒀어.
반말하다 존대말하다 하니까 이중인격 같아 이상하긴 한데 그냥 했던데로 쓰는 게 낫겠지? 그 때처럼 많이 먹은게 아니라 나도 좀 어색하긴 해.
댓글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분은 술 먹고 필름 끊겨서 섹스하지 않길 바란다고 돌직구 던지신 분... 글서 앞으로는 오늘처럼 낮술 먹을라고.. 나도 집에 갇혀서 2년 가까이 살다보니까 술도 안 먹고는 못 살겠어. 밖에 나가면 동생이 불안한 목소리로 계속 전화 해. "오빠, 뭐해?", "OO오빠 왔어?", "언제 와?" 그러다보면, 친구도 부담스럽고 나도 불편하고 해서 점점 나도 밖에 나갈 일이 없어지면서 나도 갇혀 사는 거지...
그리고 댓글 중에 상황을 가장 잘 이해한 것 같은 분은 동생은 그냥 피하고 일시적으로 괜찮을 수 있는 방법에만 치중한다는 분하고 내가 뭔가 실행을 안 한다는 분... 긍까 이게 문제가 뭐냐면, 위에도 써놨지만, 동생이 싫어하는 게 뻔한데 그런 걸 하는 게 너무 힘들어. 막 머리 속에 떠올라... 그 하얀 욕조 속에 핏물이 있고 창백한 동생이 누워있던 그 모습... 허둥대던 내 모습도... 뭐랄까 너무 약해서 깨져버릴 것 같아서 두려워... 그러다 보니 나도 자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회피하고 일시적으로 괜찮을 방법에만 치중하는 것 같아. 세상과 단절되려고 하는 동생과 이걸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오빠가 2년 가까이 집에서만 같이 살고 있는 형국이지...
내가 시도를 해도 대화는 이런 식으로 흘러가.. "우리 같이 장보러 갈까?" "왜? 싫어" "그냥... 너도 밖에 나가서 바람도 쐬고 해야지" "싫어. 오빠 왜 그래?" ... 뭐 이런 뻔한 대화만 오가다 결국 동생은 밖에 안 나가. 모든 시도는 다 이런 식으로 끝나. 괜히 관계만 안 좋아진 것 같고.. 둘이서 24시간 같이 사는데 이러고 나면 너무 불편해..
이제 동생이 밖에 나간 게 수능 때가 마지막이었으니까 반년이나 동생은 문밖으로 나간 적이 없네... 시간이 흐를 수록 더 심해질텐데... 부모님 기일도 다가오고 있어서.. 뭔가 더 불안해 하는 것 같기도 해서 더 말도 못 꺼내겠고...
검정고시 보러 갈 때나 수능 보러 갈 때도 많이 불안해 하더라고.. 집에서 문 열고 나가는데도 내 뒤에 숨어서 내 손 꼭 잡고.... 고개 푹 숙이고... 차 안에서도 고개 푹 숙이고... 검정고시 때는 인원파악하는 건지 밖에서 줄 세워 놓던데 멀리서 지켜보던 나까지 불안하더라... 검정고시다 보니 장애인분들도 있었지만 불량해보이는 애들도 많았고... 오토바이 타고 오고 운동장에서 담배 피고... 수능 때는 더 심했지.. 학교 앞에 사람들 많잖아... 어머니들도 계시고 학교 후배들도 와서 응원하고 북적북적대니까...
그런데 올해 수능 보고 동생이 대학 안 가다고 하면 어쩌냐? 그 때쯤 되면 이렇게 산 지가 3년 가까이 되는 건데 그렇게 쉽게 남들처럼 오티 가고 남들과 어울려서 수업도 듣고 할 수 있을까? 그 때도 가기 싫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하지... 화도 못 내겠고.. 억지로 끌고 다닐 수도 없고.. 설득하려고 해봐야 지금처럼 "싫어"만 연발한텐데... 아... 어쩌냐...
지금 당장 병원은 무리고 밖에 나가는 거라도 거부감을 적게 만들어야 할 것 같은데... 이건 좀 웃기긴 한데.. 난 이런 생각까지 해봤어. 대형마트가 집에서 한 150m 앞에 있거든? 사람없는 시간에 장보러 간 다음에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갔는데 화장지도 없고 사람도 아무도 없다고 하는 거야. 좀 바보같고 웃기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머리가 나빠서 그런지 이런 것밖에 생각이 안 나. 글서 이 글을 많은 사람들이 보고 괜찮은 생각있으면 얘기해줬으면 좋겠어. 동생이 대학 가려면 아직 10달이나 남아있고 나도 갈 수록 지친다...
어제는 ㅅㅂ 아침에 내가 김치찌게 해서 같이 먹는데 동생이 또 우는 거야... 왜 그러냐 그러니까 엄마가 해주던 김치찌게 먹고 싶다고... 그 말 듣고 나까지 울컥 해서.. 밥을 꾸역꾸역 넣다가.. ㅅㅂ 둘이 끌어안고 울고...
이런 생각하면 안 되는데 솔직히 다 포기하고 그냥 이렇게 살까... 라는 생각도 많이 해. 저번에 글쓸 때는 사실 거의 자포자기한 상태였어. 그냥 계속 이렇게 사는 거야... 포기하면 편한데.. 내 동생은 밖에 나가기 싫어하고... 그렇게 산다고 남들한테 피해주는 것도 아니고..
내 동생 참 착하고 예쁜 앤데... 사랑하는 내 동생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뭔가 동생이 밖에 나가야만 할 상황을 만들 수는 없을까? 댓글로 응원해준 분들 많은데 좋은 소식 못 전해줘서 미안하고... 나까지 이 따위라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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