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오늘은 그 아이의 기일입니다...
게시물ID : freeboard_3728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삼년묵은삼삼
추천 : 11
조회수 : 34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09/10/17 00:09:17
올리려고 글을 쓰다가 보니 하루가 지났네요....16일 어제를 기준으로 썼습니다.

10월 16일..오늘은 그 애가 죽은지 1년 되는 날입니다...

다소 길지도 모르겠지만 오유인들께 보여드리고 싶은 그 아이의 이야기..중 첫번째로.. 그 아이와 사귀게 되었던 계기를 적어보겠습니다....


2년전부터 시작합니다.

당시 전 고려대를 지망하고 있었던 고등학교 3학년짜리 학생이었습니다. 아쉽게 떨어질 만한 정도의 점수에서 올라가지 않는 성적은 저에게 하루하루 심한 스트레스를 주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전 '웃긴대학'이라는 사이트를 알게되었습니다. 슬슬 눈치채셨듯이 웃대에서 알게 된 그녀의 이야기라 그럼 웃대 가서 쓰지 왜 여기서 쓰냐 라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작년 이후로 웃대는 들어가질 못하겠더군요....

어쨌든 고3때 웃긴대학을 알게 된 저는 여러 유머 자료가 있는 웃긴대학에 푹 빠져버리게 되었고 지금 이 닉네임과 같은 아이디....삼년묵은삼삼 이라는 아이디로 웃긴대학의 자유게시판인 왁자지껄에서 자주 놀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알게 된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과 전 즐거운 이야기, 고민, 기분 나빴던 이야기를 하며 울고 웃었습니다. 


그리고 알게 된 그 아이...저랑 같은 나이의 그 아이는 저와 같은 문과 학생이었습니다. 나이가 같고 과도 같은데다가 명랑하고 착한 그 아이를 알게 되면서 전 즐겁지만 고3이라는 이유때문에 자제하던 웃긴대학에 완전히 푹 빠져버리게 되었습니다.


서로의 고민과 자랑, 서로의 이야기.. 거의 성적이었지만 그 외에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아이는 심리학을 전공하고 싶어했고, 꿈과 내면의 소리에 관심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전 그 당시 많은 스트레스로 자주 꿈을 꾸었고 그 이야기들을 매일매일 그 아이에게 말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어느날 서로의 사진을 교환하게 되었고, 그 아이는 작지만 부드러운 눈과 두껍지 않고 부드럽게 입꼬리가 올라간 착해보이는 사람이었습니다...제가 제일 좋아하는 스타일이었죠.


그렇게 그 아이에 대해서 커져가는 제 마음을 느끼면서 전 점점 더 웃대를 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그 아이도 저와 마찬가지로 점점 더 자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전 점수가 꽤 떨어지게 되어 커다란 고민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웃대에서 하는 시간이 너무 많아졌던 것을 느끼게 된 것입니다. 그 이야기를 그 아이에게 말하게 되었고, 저보다 성적이 약간 더 좋은 그 아이에게도 국내에서 유명한 고려대 심리학과를 가려면 공부를 더 해야하지 않냐고 묻자....그 아이는 자기 집이 가난해서 고려대는 갈 수 없다고 하더군요..


자기 꿈은 고려대 심리학과지만 사립은 갈 수 없으니 서울시립대를 가려고 하던 것이었습니다.


그날만큼 제가 무능해보이는 날이 없었습니다. 물론 제가 무슨 재벌집 아들이라 하더라도 그 아이 등록금을 대신 내주지는 못할테지만 지금보다 어렸던 제 마음에 그것은 마치 제 커다란 잘못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결국 수능을 평소보다 잘 봐서 고려대를 지원 할만한 점수를 받게 되었지만, 전 그 아이에게조차도 수능을 평소보다 훨씬 못봤다 거짓말을 하고 그 아이와 같은 서울시립대를 지원하여 둘다 합격하게 됩니다.



그래서 같은 학교에 가게 된 우리는 왁자지껄에서 활동하던 동갑 몇명과 함께 대학을 가기 전 한번 만나기로 합니다. 그렇게 만난 우리들은 대학새내기들답게 술에 대해서 절제하지 못하고 많이 마시게 되었습니다. 특히 착하면서도 예쁜 그 아이는 표적이 되었고 술을 꽤 많이 마시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새벽이 되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그 아이는 제가 어떻게 책임지기로 하고(같이 서울시립대를 다니게 된 그 아이와 전 서로 근처에 있는 원룸을 하나씩 잡고 있었는데 주소는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흩어져 버렸습니다.


하지만 제가 너무 술을 만만히 본 걸까요. 아무리 깨워도 그 아이는 일어날 생각을 하지 못하더군요. 주소를 모르니 데려다 줄 수가 없는데 그렇다고 제 방에 데려갈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자 생각난 곳이 지하철이더군요...시골에 살았던 저로서는 예전에 자주 들은 지하철 노숙자가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근처에 보이는 지하철역에 들어가서 의자에 앉아서는 입고 있던 트렌치코트를 벗어 그 아이에게 입히고는 의자에 눕혀 재우고 전 그 옆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습니다.

그날도 꿈을 꾸었고 평소처럼 말도 안되면서도 재미있는 꿈이었습니다만...중간에 그 아이와 입을 맞추는 기억이 살짝 나더군요. 그리고 일어났을 당시에 전 몰랐지만 사실...짐작하신 분들도 있겠지만 그건 먼저 잠에서 깬 그 아이가 자기가 입고 있는 트렌치코트를 보고, 셔츠 하나만 입고 벌벌 떨면서 자고 있는 절 보고는 갑자기 너무 사랑스러워 보였다고 하더군요.. 꿈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꿈인줄 알았던 저는 그 이야기를 했습니다. 물론 그 아이와 입맞춤을 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나 사춘긴가봐 오늘 꿈꿨는데 이상한 꿈꿨어."

"무슨 이상한꿈? 혹시 무슨 야한꿈 꾼거아냐?" 라면서 그 아이가 웃더군요.

"아니 그건 아닌데 이러이러한 꿈을 꿨는데 좋아하는 사람이랑 뽀뽀했어."

그러자 그 아이는 잠시 말이 없더니,

갑자기 얼굴을 저한테 들이밀면서

입을... 맞추더군요. 꿈인줄 알았던 전 그제서야 사실은 꿈이 아님을...눈치 챘습니다. 정말 부드러운 입술..끝나지 않을 것 같은 시간이 지난 후 그 아이가 말했습니다.

"이래도?"

라면서 제 볼을 꼬집었습니다.

나름대로 강하게 꼬집었겠지만 제정신이 아니었던 저에겐 그저 그 아이의 손이 얼굴에 닿는다는 그 느낌...


아무 통증도 느껴지질 않더군요.
아무 느낌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