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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6월 15일 맑음
게시물ID : panic_807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Herriet
추천 : 4
조회수 : 126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6/15 12:5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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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1

별다를 것 없는 날이었다.

평소보다 양초 주문이 더 들어와서 다 고장 난 이어폰을 새로 바꿀 정도의 여유는 생기겠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양초를 상자에 담아 주소를 적어 전국 각지에 보냈다. 부산으로 가는 택배가 많다.

나 아직 부산 안가봤는데. 어떤 곳인지 가보고 싶어.




2

집으로 돌아왔다.

주문이 들어온 양초는 주말에 만들어 보내면 된다. 이제 할 일이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습관처럼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뭘 할까. 이제 뭘 하면 좋을까. 고민해도 따로 할 건 없었다. 게임도 지겹고 연락 할 사람도 딱히 없다.

자주 들어가는 웹사이트에 홀린듯 로그인을 했다. 또 얼마나 이곳에서 머물게 되려나




3

이상하지

너무 접속을 오래 했나. 너무 자주 들어와서 새로운 글이 없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이건 말도 안 된다.

전부 읽었던 게시글이야. 이 사람이 사과파이를 만들었다고 올린 게시글이 베스트로 올라간게 언젠데 아직도 베스트야.

남자친구가 헤어지자 그래서 고민이라고?

그것도 일주일이 지났잖아 다시 사귀기로 했다는 글도 내가 본 적이 있는데 무슨 소리야. 이 사람들은 왜 또 모르는 척 덧글을 달고 있어?




4

[자살할 거에요.]

조금 피곤한 걸까. 헛게 보이네.

저 게시글은 게시자가 죽고 끝났는데.

좀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지겠지. 시계를 보았다. 4시 14분.

이대로 그냥 나가기는 어쩐지 아쉬워서 고민 게시판에 글을 하나 올렸다.

피곤한가봐요. 자꾸 헛게 보여요.

새로고침을 누르자 누가 벌써 덧글을 달았다. 부지런들도 해.

-벌써 새벽 세 시 인걸요. 내일을 위해서라도 어서 주무셔야죠!

무슨 소리야.

이제 4시 17분인데. 조금 있으면 저녁 먹어야하는데?




5

맥주를 한 캔 땄다.

다들 왜 이래. 단체로 나를 놀리려고 작정이라도 한 건가?

게시글 작성시간이 아무래도 이상하다. 일주일 전 오늘, 새벽 3시 17분.

다들 새벽 감성에 취해서 그에 어울리는 글을 올리고 있다.

뭐하는거야. 이벤트성 운영인가 싶어 공지에 들어갔지만 별다른 글은 없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응?

뭐가 어떻게 된 거냐고..



6

어제 내린 비로 축축히 젖었던 우산도 깔끔히 말라 베란다에서 접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양초를 보내기 전에 먹었던 버터 감자과자 냄새가 입을 벌릴 때마다 피어 올라서 양치를 한 번 했다.

아무리 집에서 편하게 입는 티셔츠라지만 이건 지나치게 더럽다. 갈아입어야겠다.

얼마전 창고정리 행사에서 집어온 박스티를 할인 스티커만 떼고 입었다. 크고 편하다. 검은 색이라 뭐 묻어도 티도 안 나겠다. 잘 샀다.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액정화면 안쪽으로는 여전히 새벽.

X발, 뭣 들 하는 거야. 지금은 낮이라고. 아직 해도 안 졌다고.

화력이 남아있는 글은 문제의 그 글이었다.




7

힘내세요. 죽지 마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이대로 죽으면 지금까지 살아온 게 너무 아깝잖아요. 죽지 마세요. 가지 마세요.

내일도 여기서 기다릴거에요. 내일도 여기서 인사해요.

아니.

아니라니까.

얘는 죽었다고.

-다들 뭐 하세요? 이 사람 죽었다고 단체로 추모 행사라도 하는 거에요?

내가 올린 글은 아주 빠른 속도로 등산을 나섰다.

저번주에도 그랬지만 내가 뭐 틀린 말 했냐?

죽을 거면 빨리 죽으라고. 그래서 죽었잖아. 얘가 나 때문에 죽었나? 이미 죽으려고 각오한 애를 왜 붙잡지?

취기가 올랐다. 할 말과 하지 못할 말을 언급하며 불을 올리는 애들이 답답하다.

-잘 들어. 얘는 연예인 K고 부산에 있는 그 유명한 M빌딩에서 뛰어내린다니까. 고층빌딩이라 산산조각이 났다고.

덧글 하나에도 반응들 좋고. 해본 적 없는 등산을 양껏도 시켜준다.

캔을 하나 더 땄다. 슬슬 잠이 온다.

헛웃음이 나왔다. 시간들도 많고 오지랖들도 넓어. 미친놈들 진짜. 뭐 하는 건지. 하하




날이 밝았다.

별다를 것 없는 날이다.

평소보다 양초 주문이 더 들어와서 다 고장 난 이어폰을 새로 바꿀 정도의 여유는 생기겠다.

양초를 상자에 담아 주소를 적어 전국 각지에 보낸다. 부산으로 가는 택배가 많다.

나 아직 부산 안가봤는데.




9

집으로 돌아왔다.

주문이 들어온 양초는 주말에 만들어 보내면 된다. 이제 할 일이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습관처럼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뭘 할까. 이제 뭘 하면 좋을까. 고민해도 따로 할 건 없었다. 게임도 지겹고 연락 할 사람도 딱히 없다.

자주 들어가는 웹사이트에 홀린듯 로그인을 했다.

또 얼마나 이곳에서 머물게 되려나




10

날이 밝았다.

별다를 것 없는 날이다.

평소보다 양초 주문이 더 들어와서 다 고장 난 이어폰을 새로 바꿀 정도의 여유는 생기겠다.

양초를 상자에 담아 주소를 적어 전국 각지에 보낸다. 부산으로 가는 택배가 많다.

그만할래. 그만할래. 그만하면 안 될까

나 아직도 부산은 가본 적 없어







악플을 남기는 분들께

오늘의 무한대가 함께하길 바라는...마음에서 이야기 짜봤어요.

이 글이 하고 싶은 말은.. 모니터 뒤에 사람 있다는 것!


좋은 점심이네요. 저 아직 부산 가본 적 없는데 부산 가보고 싶네요.

부산! 유명한 음식이 어떤 게 있는지 찾아봐야겠어요! XD

별 것도 아닌 뻘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출처 저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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