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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현이 이야기#1
게시물ID : panic_807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큰수염고래
추천 : 5
조회수 : 78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6/16 00:5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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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석현이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기억은 자전거를 타고 내리막길을 빠르게 내려오는 기억이다. 자전거가 내리막의 끝에서 멈춰섰는지,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앞의 벽에 부딪쳤는지는 기억하지 못했다. 다만, 내리막길을 내려오는것을 기억할 뿐이었다.

석현이는 부산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직장 문제로 울산으로 가게되었다. 울산에 갔을때를 석현이는 너무 어렸기 때문에 기억을 하지 못한다. 실재로 그의 인생에 울산에서의 삶은 크게 중요치 않았고 얼마되지 않아 부산으로 다시 이사를 가게 되어 기억이 시작되는 시점에 석현이는 부산에 있었다. 다만, 한 인간이 가진 가장 오래된 기억이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기억이라는 것이, 어머니의 따스한 품이나 놀이터에서의 행복한 기억이 아니라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석현이는 부산에서 2번 이사하게 된다. 첫번째 집은 대연동의 황령산 터널 앞의 작은 아파트였다. 작은 아파트엔 모래사장으로 이루어진 놀이터가 있었다. 놀이터의 기구는 그네 하나 뿐이었다. 석현이는 그네를 타며 신발을 던지며 놀곤 했는데, 가끔 신발이 멀리 날아가 황령산으로 날아가곤 했다. 그럴 때 마다 석현이는 형 일현과, 혹은 그의 친구들과 신발을 찾으러 산으로 들어가곤했다.

그가 살단 아파트 단지에는 슈퍼가 있었다. 슈퍼에는 50원 짜리 초콜릿을 팔았는데, 초콜릿 껍질엔 가끔씩 '하나 더'가 적혀있었고 슈퍼 아저씨는 그 껍질을 받으면 초콜릿을 하나 더 주시곤 했다. 석현이는 어느날 여느때와 다름없이 초콜릿을 사기 위해 슈퍼로 갔다. 그곳에서 석현이는 선반위의 로봇 장난감을 보게 된다. 아저씨에게 저 로봇의 가격은 얼마에요? 라고 물어봤을때 그가 들은것은 만 이천원이라는 큰 액수였다. 수중에 삼백원이 있던 석현이에게는 도저히 살 수 없는 물건이었다.

석현이의 첫 도벽은 로봇을 사기 위해 시작되었다. 석현이는 집으로 달려가 어머니의 빨간 가죽 지갑안에 있는 돈을 전부 꺼냈다. 보라색, 갈색, 초록색의 돈을 한웅큼 가져온 석현이는 슈퍼로 다시 달려가 로봇을 샀다. 어머니의 지갑의 돈을 빼낸것이 잘못된 일인것은 6살의 어린 석현이도 알고있었지만, 로봇을 사고싶다는 욕망이 고개를 내민 죄책감을 눌러 없앴다. 석현이는 남은 돈을 책장에 색깔별로 정리한 후 로봇을 가지고 놀았다. 어째서 석현이가 어머니에게 로봇을 사달라고 다른 아이들처럼 때를 쓰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다. 왜 석현이는 부모님께 부탁하기보다 스스로 돈을 훔쳐 로봇을 샀을까? 애초에 석현이에게 부모님께 로봇을 사달라고 부탁한다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 날 오후 석현이의 어머니는 지갑의 돈이 없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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