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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을 제대로 감시하고 평가하고 사용하는 수단으로서의 마국텔]
필리버스터, 마국텔이 특정시기에 잠깐 관심을 받는 것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앞으로 좀 더 장기적인 차원에서 국회의원을 제대로 감시하고 평가하고 사용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글을 써봅니다. (이 허접한 글을 보고서라도 어떤 개발자 분이 어플이나 사이트 하나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의원실에서 인턴을 하기 이전에 저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정치를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 혐오의 대상으로 생각했었죠. 정치권이 비판의 대상이라면 저는 금 같은 시간을 투자해 자료를 모으고, 생각하고 저의 의견을 어떤 통로를 통해 정치권으로 전달하여 N포 세대라 불리는 내가 처한 사회를 좀 더 행복하게 만들고자 노력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치권이 혐오의 대상이었기에 나와 정치권을 분리시키려고 노력했고, 아무리 N포 세대라지만 노오려어어억을 하는 것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보다 시간투여 대비 얻는 것이 많을 것이라고 판단하였기에 여느 대학생처럼 신문도 안읽고 뉴스에도 관심이 없었죠.
그러다가 정말, 우연한 기회에 의원실에서 인턴을 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저는 그 당시 대학교 수업에 환멸을 느끼고 휴학 중인 상태였습니다. 인턴을 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아주 단순했습니다. 인턴을 하게 된다면 아침점심저녁 꼬박 챙겨주는 거 얻어먹고 나름 배울 것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고, 휴학의 목적 (학교 밖을 떠나 다양한 사람, 다양한 책을 읽고 인생을 되돌아보자)과도 잘 부합하는 것 같아서 인턴 생활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일했던 의원실은 말단 인턴에게도 다양한 기회가 주어져서 본회의도 가보고 법안도 작성해보고 국정감사 때는 기관 하나 맡아서 자료조사도 해보고 보도자료도 작성해보고.. 다양한 일들을 했는데요. 처음에는 너무 재미없었어요... 저는 원래 정치 혐오분자였기에..
그런데 제가 밤새 보좌관님께 혼나면서 썼던 국정감사 질의서가 의원님의 입을 통해서 장관에게 전해지고 수정사항이 반영되는 것,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발상으로 작성한 법안이 소위까지 통과되는 것을 지켜보며 어떤 짜릿함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는 정치에 무식하고 이런 국면으로는 보잘 것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내가 나름 전문가들 찾아다니고 자문 구하고 해서 작성해낸 자료를 의원님께 보고드리면 이런 식으로라도 작은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거구나“ 저는 아래 기사를 읽으며 제가 느꼈던 이 느낌과 동일한 정서(?)를 다시 한 번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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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내용 일부를 옮겨 적어보겠습니다. (“국회의원 사용법”, 경향신문, 2016.02.28.)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2281642591
정말로 놀라운 것은 필리버스터에 나선 의원들에게 목소리를 전하는 ‘시민참여 아카이브’다. “국민이 정부를 두려워해선 안됩니다. 국민들은 헌법에 나와있듯 기본권을 침해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신념 님, 2016년 2월25일 최민희 의원을 통해서.” 시민들이 웹사이트에 올린 글이 의원의 입을 통해 의회에서 울려퍼진다.
이 아카이브의 모토는 “당신이 쓴 연설문, 국회 본회의장에서 읽히고 있습니다”이다. 시민들이 국회의원을 ‘대변인’으로 쓰고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의제 민주주의와 참여민주주의가 합쳐지는 순간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벌어진 ‘점령하라’와 ‘분노하라’는 저리가라다. 이것이야말로 한국에서 새롭게 탄생한, 구시대 독재자의 진부한 2탄 박근혜가 만들어낸 21세기형 민주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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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제가 논의해보고 싶은 것은 마국텔이 필리버스터만 생중계 하는 것이 아니라 국정감사, 본회의, 대정부 질의, 상임위 회의 등 국회의원이 국회TV에 나오는 모든 영상을 생중계하여 날 것 그대로를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겁니다. 그리고 그 생중계 통로에 게시판을 하나 만들어서 국민들이 국회의원에게 정책적으로 어떤 건의사항 같은 것들을 만들 수 있겠죠. 잘은 모르겠지만 이런게 스페인에서 인기 있었던 시민참여형 플랫폼?? 아닌가요??
그리고 이런 식의 플랫폼을 하나 만들면 국회의원 한명한명의 인성과 실력이 전부 드러날 겁니다. 우리가 국회의원을 평가하는 척도는 언론기사, 법안 대표발의 몇 개 했나 이런것들이었을 텐데 이제는 생중계를 통해 국회의원을 “평소에” 감시하고 평가하고 게시판을 통해 의견을 전달함으로써 국회의원을 국민들이 “잘 사용하는” 어떤 어플이나 플랫폼이 개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러한 개발 능력이 없기에...아쉬울 뿐...
추가적으로 마국텔이 인기 있는 이유가 역사, 정치 강의 역할을 톡톡히 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한데, 평소에 국회의원들이.. 시간이 안나면 보좌관 당의 전문위원들이 나서서 국민들과 소통하는 강의??? 내지는 동영상, 팟캐스트를 계속 꾸준히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국회는 쓰레기들이 모인 곳이라고 하지만 생각보다 주옥 같은 분들도 많다는 것.. (물론 쓰레기도 있지만)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글이 중구난방에서 죄송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