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뭐하세요?"
내가 연구실에 들어갔을 때 교수님은 무언가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계셨다.
나는 교수님께서 무엇을 하시는지에 대해서 물었고 교수님은 한동안 대답없이 계속 집중하여 무언가를 보고있다 조금 뒤 살짝 놀라며 반응을 보였다.
"어? 어 그래 왔구나, 지금 새로운 종을 발견한 것 같아!"
교수님은 요새 기생충 연구에 빠져있었다. 원래 전공이 기생충 쪽은 아니었으나 이번에 새롭게 얻게 된 정보에 의하면 교수님께서 연구하고 있는 저 기생충은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새로운 종'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음...그게 진짜 전혀 새로운 종이에요?"
"그래 아마도 여태까지 발견된 종은 아닌것 같구나...조금 더 연구가 필요할 것 같아"
"그럼 어떻게 연구하시려고요?"
"아마 몸안에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봐야지"
"그걸 몸안에 넣어줄 지원자가 있을까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
"하하하하 정 없다면 내 몸에 직접 넣어도 되지 않겠니?"
"네에?! 어휴 교수님 정말 그렇게까지 하시려고요?"
"뭐 정 안되면 그래야지 원래 이분야가 좀 그렇단다 실제 눈에 넣는 교수도 있었으니"
교수님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으며 말씀하셨으나 생각을 좀 해보면 굉장히 꺼려지는 일이며 징그러운 일이었다. 세상에 어떤 정신이 멀쩡한 사람이 자기의 몸에 직접 기생충을 넣고 싶겠는가? 그것도 아주 작아서 보이지 않으면 모르겠지만 교수님이 연구하고 있는 이 기생충은 아주아주 길고 징그러운 생김새를 지니고 있었다.
"으으 교수님 만약에 저 기생충을 몸 속 내부에서 관찰한다면 저걸 먹는건가요?"
"그건 아니고 아마 아주 작은 유충이나 알을 넣을거야"
교수님의 말에 나는 당분간 교수님의 연구실에서는 앞으로 어떠한 음식도 먹지 않기로 다짐했다. 우리는 계속하여 이 기생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실험을 했고 어느정도 정보를 얻어냈지만 앞으로 더 자세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결국 몸속에서 이 기생충이 어떠한 반응을 보이는가를 보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우리는 기생충이 몸속에서 어떻게 반응하고 성장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위해 지원자를 모집하였으나 연구의 대상이 기생충이고 아직까지 안전성도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원자는 한명도 없었다.
"아무래도 내가 직접 실험체가 되어야할 것 같아"
"교수님, 조금 위험하지 않을까요? 만약 잘못되면 저 혼자서는 실험하는건 힘들텐데..."
"그렇다고 너를 실험체로 쓸수는 없잖니?"
교수님은 그렇게 말씀하시고는 직접 실험체가 되셨다.
우리는 앞으로 교수님의 외적 변화와 내적 변화 그리고 내부에서의 기생충의 변화를 관찰하기로 했다.
실험 1일차
교수님의 몸에 들어간 기생충은 아주 작은 유충으로 현재까지는 그 어떤 눈에 띄는 반응도 없었고 교수님 역시 건강하다.
조금 더 시간이 경과 후 판단을 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실험 7일차
기생충이 일주일 만에 꽤 많이 커졌다. 이러한 성장속도는 생각보다 빨랐기에 놀랐다. 이 놈은 몸속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돌아다니며 양분을 흡수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교수님은 아직까지도 큰 이상증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건강하다,
실험 13일차
조금 위험할 것 같아 보인다. 기생충의 개체수가 두마리로 늘었다. 한마리는 최대로 성장한 듯 하며 한마리는 나직 매우 작지만 곧 비슷하게 커 질 것으로 예상된다. 교수님의 건강은 크게는 아니지만 가끔 구역질을 하며 어지럼증을 호소하고 있다. 실험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지만 교수님께서 거부했다.
실험 22일차
더 이상의 실험은 무의미하고 위험해 보인다. 이 기생충은 온 몸을 돌아다닐 수 있으며 어디서든 영양분을 흡수한다. 기생충은 이미 5마리를 넘어섰고 계속 그 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놈들의 수가 하나씩 늘어갈 때 마다 교수님은 눈에 띄게 상태가 악화되었으며 지금은 이전에 비해 5키로나 감량되었다. 그러나 역시 교수님은 실험중단을 거부했다.
실험 30일차
기생충은 5마리에서 다시 10마리로 8일 만에 두배로 그 수를 늘렸다. 이놈들은 각자 교수님의 몸 이곳 저곳에서 내부를 갉아 먹는 것으로 보인다. 교수님은 이제 고행하는 부처만큼이나 야위어 버렸다. 교수님은 아직도 실험의 중단을 거부한 채 조금 더 버텨보겠다고 하셨다.
실험 40일차
이대로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교수님의 동의하에 약을 투입하였다. 기생충은 이전에 비해 잠잠해 졌으며 교수님의 몸 속을 돌아다니지 않고 죽은듯 있었다.
내일 다시 한번 약을 투입 할 생각이다.
나는 40일간의 기록을 덮으며 내일이면 이 실험이 끝난다는 생각에 아주 후련한 기분이 들었다. 교수님 역시 몸은 굉장히 야위었으나 녀석들이 몸 안에서 어떤 활동과 반응을 하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며 기뻐하셨다.
다음날 아침 약을 투여하기 전에 갑자기 교수님이 발작을 일으켰다.
"커어커어엌허허어크어"
교수님은 입에 거품을 물고 발작을 했으며 고통에 몸부림 치며 비명을 질러댔다. 나는 어쩔 줄 몰라하며 당황하다 전화기를 들고 119를 부르려했다. 그때 교수님은 나를 저지하고는 힘겨워하면서 소리쳤다.
"지금 지금 상태 확인해봐!!! 빨리!!!!"
그러나 이 기생충들은 우리에게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교수님의 살을 뚫고 나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살이 갈라진 곳에서는 길이가 10cm는 되는 흰색의 기생충이 피에 젖은 채 꾸물거리며 나오고 있었고 곧이어 눈과 입 귀 코 등 구멍이란 구멍에서 그것들이 꾸역꾸역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항문을 통해서도 계속하여 나왔다.
교수님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채로 쓰러져서 부들부들 몸을 떨고 있었고 놈들은 대체 몇마리인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개체가 끊임없이 기어나왔다.
그동안 피부를 뚫고 나온 놈들로 인해 갈라진 피부사이로 교수님의 근육 조직이 보였다. 그사이로 보인것인 충격적이었다.
맙소사 근육을 이루는 근섬유 사이사이에 흰색 줄들이 사이사이 자리잡고 꿈틀거리며 나오려고 기를 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