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겠다. 그 튼튼하던 남동생을 보내고 나서 장신이 착실히 피폐해진다. 동생조차 거두어간 죽음이 언제라도 나 역시 거둘 수 있다는 걸 알기에 1분 1초도 자신을 위해 쓰려 노력하지만 둘이어야만 비로소 하나였던 우리였기에 너를 보낼 때 내 영혼도 반 정도는 뜯겨나간 듯 공허하기만 하다. 살아야 하는 건가? 사는 것에 의미는 있는 건가? 부질없는 생각이란 걸 알면서도 불안함이랄까, 상실감이랄까... 잠을 이룰 수 없다. 여섯 시 기상인데 잘 수가 없다.
어머니, 이번 세월호 사건을 보시고 공감하지 못하신다고 했었죠. 내 자식을 그리 보낸 판에 남의 자식 보내는 게 뭐 그리 대수냐면서요.
하지만 어머니. 5년 전 타국에서 남동생의 시신을 앞에 두고 귀찮은 듯 자살로 처리하자던 영사관 형사도 저기서 애들 죽으라 구경하던 해경들도 다 나라가 잘못된 탓이잖습니까. 그런 놈들이 엘리트랍시고 억울한 사람을 계속 만드는 거라고요.
어머니, 그래서 저는 진실을 말하는 일을 오늘도 할 겁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이 다 저에게서 등을 돌려도 상관없어요. 어차피 동생도 지키지 못한 저에게는 나처럼 억울한 사람 자꾸 나오는 세상과 싸우는 일이 아니면 의미 부여가 되지 않아요. 망자가 산자의 영혼을 죽였지만 산자는 망자로 하여 살아갑니다. 그 지독함이 오늘도 제가 마주해야 할 현실입니다. 그래도, 괴롭지만 나는 오늘도 이 형벌을 피하지 않으렵니다. 그렇게 나약할 자격조차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