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제1. 한반도는 원래 1990년대 초반까지 미국의 핵이 배치되어있는 곳이었다. 명제2.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과 우호관계이긴 하지만 동맹은 아니다.
그러면 한반도가 비핵화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의 정치적 거래 때문입니다. 냉전이 종식되고 공산진영과 자유진영의 대결이 자유진영의 압승으로 끝나자 이 세 나라는 거래를 하기 시작합니다.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이 패권국임을 인정하고 우리는 동북아 지역에서의 군사개입을 포기한다. 그러니 미국 너네도 힘 풀고 한반도에 있는 전술핵 뒤로 물려라. 그렇게하고 동북아를 비분쟁지역화 하자" 이게 바로 거래 내용이었죠.
그에 뒤따른 조치는 바로 러시아의 한반도 철수입니다. 러시아는 원래 주한미군처럼 북한에 파병을 하고있는것은 아니었지만 북한과의 군사동맹, 즉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죠. 그런데 이 거래가 성립되면서 러시아는 동맹을 파기하고 중국과 함께 우리와 수교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북한의 핵 지랄이 시작됩니다.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그냥 북한을 미친X취급 하면서 끝내는 경향이 있는데 저는 적어도 저놈들이 왜 미쳤나 정도는 파악하자 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자, 그럼 생각해봅시다. 북한의 뒤를 봐주던 세력은 적대 세력과의 대결에서 완패하고 와해되었습니다. 북한이 의지하던 세력의 수장은 이제 북한과의 동맹을 끊고 '우리 인제 너네가 공격받아도 안도와줘. 그냥 사이좋은 관계로만 남자.'라고 선언하고 남한과 수교를 맺습니다. 중국 또한 북한의 우호관계이지 동맹관계는 아닙니다. 이 상황에서 북한 사람들은 어떤 멘탈상태일까요?
우리랑 비유를 해봅시다. 만약 자유진영이 공산진영에게 완패하고 미국이 북한과 수교하며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한미동맹관계를 파기하고 핵우산도 제공하지 않으며 북한은 여전히 소련의 지원을 받는다고 가정해봅시다. 우리가 그때 제정신일 수 있을까요? 우리같아도 핵에 손댈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에 북한이 핵가지고 지랄을 시작할 때 클린턴 행정부는 여느 미국의 정치인들처럼 북한에 미사일을 쏠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미국의 입장에서 한반도는 지금처럼 딱히 민감한 곳이 아니었고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인식은 지금의 중동문제와 별로 다를 바 없었습니다. 그래서 클린턴도 그냥 중동처럼 미사일로 해결하려 했죠. 그때 동방의 한 위대한 대현자가 클린턴을 설득시키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제시합니다. 그 사람이 바로 김대중이죠
김대중은 클린턴에게 한반도가 제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 있는 위험한 지역이며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함을 역설하고 그 구체적 방법까지 제시합니다. 이에 감명받은 클린턴은 훗날 "나의 한반도 문제 참모는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아닌 김대중이었다."라고 회고할 정도로 김대중을 신뢰하며 그의 제안대로 지미 카터를 특사로 파견합니다. 여기서 잠깐, 지미 카터가 갖는 외교가에서의 상징적 의미는 나무위키에 정리가 잘 되어있으니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그리고 김대중이 대통령이 된 이후 본격적으로 평화 프로세스가 가동됩니다. 이것의 핵심은 북한을 정상국가화 시키기 입니다. 즉, 북한을 동맹하나 없이 적국만 가득한 나라가 아닌 정상적으로 주변국들과 수교 맺고 교류하는 나라로 만든다는거죠. 이를 위해 해야 할일은 우리가 중국, 러시아와 수교를 맺은 것처럼 북한도 미국, 일본과 수교를 맺는 것입니다. 이 일은 착착 진행되고 남북정상회담까지 열리며 북핵문제는 해결 직전까지 진행됩니다. 그러고서 이제 클린턴과 김정일이 만나서 도장만 찍으면 되는 상황까지 왔을때 모든 이의 예상을 뒤엎고 부시가 당선되면서 이 모든 상황이 박살납니다.
부시는 이명박같은 인간입니다. 즉 국가를 자기자신의 수익모델로 삼은놈이죠. 이명박은 건축을 이용했다면 부시가 이용한것은 군수산업입니다. 고어가 플로리다주에서 재검표까지 가면서 결국 패배하자 김대중은 탄식을 하면서 인구에 회자되는 명언을 하죠 "아...참 박복한 민족이로구나." 그후로는 이런 기회가 다시는 오지 않았습니다. 힐러리가 국무장관 시절에 남편의 정책을 이어받아 이 프로세스를 재가동하려 했을 때 하필 우리나라 대통령은 이명박이었고... 뭐 이런거였죠. 이것이 북핵문제가 이지경까지 오게 된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이상황에서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하는건 무슨 의미일까요? 한반도의 전술핵은 북중러 삼각동맹 파기와 맞바꾼 겁니다. 그렇다면 한반도에 다시 전술핵이 들어온다면? 그것은 '니들도 다시 삼각동맹 해. 우리 다시 냉전하자.'라고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