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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자살할 때 신발을 벗는 이유
게시물ID : panic_808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헨리죠지
추천 : 11
조회수 : 8909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5/06/16 22:3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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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 때문이었을까.

무엇이 그녀를 자살이라는 마지막 비상구를 택하게 만든 것일까.

그렇게 가버린 그녀는, 홀로 남겨진 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단 말인가.

아직도 그녀가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신발을 이렇게 안고 있는데 말이야..

-민우와의 대화 중에서..-



장르/공포.단편

제목/자살할때 신발을 벗는 이유

글/기억저편에 (by루시페르) ([email protected])



커피잔 속에 들어 있는 커피는 이미 식어버렸지만, 나는 살며시 커피잔을 들어 식어버린 커피 한 모금을 들어 마셨다. 그리고 창밖에 내리는 빗줄기를 멍하니 바라본다.

내 앞에는 오랜 친구 민우가 앉아 있었지만, 우리들은 벌써 몇 십 분째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은 채 멍하니 창밖에 내리는 비만 바라보고 있는 중이다.

"진우야?"

오랜 시간동안의 침묵을 깨고, 민우녀석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나는 녀석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느낄 수  있었다. 분명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나에게 하려는 것을.

"응!"

"진우 넌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 줄 다 알고 있겠지?"

"또 민주 얘기냐?"

"그래!"

녀석은 언제나 그랬다.

그녀의 이야기가 나올 때쯤이면, 목소리가 떨렸다. 물론 녀석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이미 죽은 자신의 옛여인의 이야기를 하는 남자의 마음이 얼마나 힘들다는 것쯤은 나 역시나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벌써 그녀가 죽은지 1년이 지났다. 그런데 왜 민우녀석은 아직도 그녀를 잊지 못 하는 걸까, 그녀의 유언장에는 자신의 이름조차도 없었다는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는데도, 왜지, 왜 그녀를 잊으려 하지 않는 걸까..

"이제 그만 잊을 때도 되지 않았냐?"

"그렇지!"

녀석은 담배를 하나 꺼내어 입에 물었다.

1년 전만 해도, 이녀석은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그런 녀석이 담배를 피우게 된 이유는 아마 그녀의 죽음에 대한 괴로운 마음 때문일 것이다. 오늘 역시나, 녀석의 입에서 그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녀석은 계속해서 줄담배를 피워댄다.

괴로움..

그 괴로움을 전부다 이해는 못 하지만, 어느 정도는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지금 내가 보는 친구의 모습은 아니다. 분명 아니였다. 

"너 지금 네모습을 민주가 보면 좋아할까 생각해 봤냐?"

"글쎄 그녀는 워낙 말이 없어서.."

무엇이 녀석을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었나

정말 녀석에게 있어서 그녀는 세상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였을까, 자신의 소중한 인생을 버릴 만큼이나..

"진우야?"

"듣고 있다."

"있잖아, 너에게만은 꼭 털어 놓아야 할 것 같다."

"뭘?"

"너 귀신을 믿냐?"

"무슨 소리냐?"

귀신에 대한 알 수 없는 소리.

과연 그런 게 있을까, 지금은 가을이다. 그렇기에 귀신에 대한 존재 여부는 여름에 비해 아주 약해져 있었다. 그런 이유를 알고 있는 녀석이 갑자기 웬 귀신 타령이지..

"말해봐 진우야!"

"귀신의 존재 여부가 그렇게 중요한 거냐?"

"그래 어쩌면 나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야.."

"솔직히 말해줄께.. 난 귀신 따위를 믿지 않아!"

"왜지?"

"간단한 거 아니냐, 내눈으로 직접 보지도 않았는데, 그 존재를 어떻게 믿을 수 있냐!"

평생동안 살아오면서 귀신을 본 적도 만난 적도 없었다. 

물론 약간의 환청 정도는 몇 번 들은 적이 있었긴 하지만, 직접적으로 '난 귀신이다.' 하고 나에게 다가왔던 존재는 분명 없었기에 단호히 말할 수 있었다.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렇구나, 그렇지만 난 봤는 걸."

"무슨 소리냐?"

"죽은 민주가 나에게 나타나.."

지금 이 상황에서는 어떠한 답변이 녀석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이미 죽은 사람이 나타났다는 것은, 귀신을 봤다는 이야기인데, 이걸 믿을 수 없다는 게 지금 내 심정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넌 정신과 의사와 상담이 필요한 것 같다.' 라는 말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자세히 이야기 해 볼 수 있냐?"

"응.."

녀석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인간은 호기심의 동물이다. 그렇기에 지금 민우가 하려는 이야기는 동물적 본능으로 봤을 때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한 소재였기에, 그를 향해 물었다.

"그럼 한 번 이야기 해 봐!"

"너도 알고 있지?"

"뭘?"

"그녀가 마지막 남긴 유품말이야.."

"그 빨간 구두 말이냐?"

"그래.."

민우가 말하는 있는 구두는 1년 전 자살한 그의 옛여인 민주가 세상에 마지막 남긴 유품이다.

"아마도 그 구두 때문인 것 같아.."

"왜 그 구두가 어째서?"

"모르겠어, 구두를 가지고 있을 때부터 그녀는 계속해서 나에게 나타나.."

따뜻한 카페 안에 있음에도, 녀석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온몸에는 소름이 돋아났다. 살아 있을 때에는 절대적으로 모르는 것, 하지만 죽어서는 알게 되는 것..

바로 공포다. 

죽어 있는 사람이 살아 있는 사람을 찾아온다는 것. 그것은 옛추억의 감회가 아닌 공포라는 것이다.

"그녀를 봤단 말이지?"

"응.. 하지만 살아 있을 때 모습이 아니야.."

"그렇다면?"

"그래.. 그녀가 빌딩에서 떨어져 죽어 있을 때 모습 그대로 나타나고 있어.."

"떨어져 죽어 있는 모습 말이야?"

"응.. 머리는 반쯤 함몰되었고, 그녀의 흰색 원피스는 붉은 피로 자욱했지, 물론 그녀의 몸에는 알 수 없는 내장 같은 것들이 튀어나와 있었고.."

죽었던 사람이 산사람에게 멀쩡히 나타난다 하더라도, 엄청난 공포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런 공포의 몇 배가 되는 죽어 있을 때의 모습이란...

상상조차 하기 싫은 공포인 것 만큼은 분명했다.

"지금도 민주가 나타나냐?"

"아니.. 이젠 나타나지 않아.."

"그럼 다행이구나.."

"아니..그렇지 않아.."

"무슨 소리냐?"

"난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였나 봐.."

다시 녀석의 알 수 없는 말들...

"비록 생김새는 처참했지만, 분명 그녀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었던 민주였어, 내 목숨을 다 받칠 수 있을 만큼이나 사랑했었던 그녀였단 말이야.. 크윽.."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녀석의 말.

하지만 녀석은 마지막 말을 다하지 못한 채 눈물을 흘리고 있다. 비록 녀석과는 오랜 친구였지만, 지금 이 상황에 어떠한 위로도 해줄 수 없었다. 녀석의 이야기는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는 말이기에..

"미안... 이제 가봐야 겠다."

한참동안 훌쩍이던 녀석은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작별을 고했다.

그런 녀석의 모습에 좀 더 녀석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지금은 어떠한 것으로도 녀석을 위로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기에, 그냥 말없이 그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녀석을 떠나 보낸 게 내 인생의 가장 큰 후회가 될 줄이야..


녀석과의 헤어짐.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후, 받게 된 충격적인 전화 한 통화.. 수화기 너머로는 민우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주 떨리는 목소리로..


"진우야..우..리..민..우..가..죽었..어..흑...흑..네..가..마지막..가는 길..을..좀..봐줬으면..좋겠구나.."


순간

모든 시간이 멈춰진 듯 했다. 머리속에는 그저 윙윙거리는 소리만 들려올 뿐, 아무런 생각도 아무런 느낌도 나지 않은 채 그저 옛친구의 죽었다는 믿기 힘든 현실만이 기억속에 멈춰 버린 듯 했다.


...

.....


그렇게 떠나는 친구의 마지막 뒷모습을 보았다.


이상한 건 녀석 역시나 자살이라는 것을 택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방에서 목을 메단 채 인간으로서 마지막 비상구라 할 수 있는 다신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버렸던 것이다.


녀석의 장례식을 끝마친 후, 친구의 방안에 잠시 들러 멍하니 녀석의 얼마남지 않은 옷가지등을 챙겼다. 

이승에서의 모든 연을 끊기 위해, 그가 사용했던 것들을 모아 불에 태워 그의 극락왕생을 바라기 위해서..


그때였다.

누군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은..


"누구냐?"


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누군가의 시선을 분명 느꼈기에, 보일러가 들어오는 방안임에도 아주 사늘한 느낌. 그리고 알 수 없는 이상한 기분, 그런 기분들이 나를 서서히 공포에 몰아 넣는다.


하지만 방안은 나 혼자였다.

나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쓸쓸한 공간, 그곳에는 그저 나 혼자만 존재했다.

그리고 시야에 비춰지는 사진들.

그녀와 녀석이 함께 찍은 사진, 그리고 녀석과 내가 함께 찍은 사진, 그녀와 녀석과 내가 함께 웃으며 찍었던 사진들을 바라보며 잠시동안 옛추억에 잠겨 있을 무렵.. 발에 무언가 부딪히는 느낌이 들었다.


"어..신발!!"


붉은색의 단화.

내 발에 부딪힌 것은 붉은색의 단화였다. 분명 알 수 있었다. 민주 역시나 나에게는 아주 오래된 친구였기에,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붉은색..이 신발은.. 분명 그녀의 마지막 유품인 것이다. 그런데..왜..


"헛!"


다시 느껴지는 사늘한 기운.

급히 고개를 돌렸다.


"이럴수가.."


등뒤에 느껴지는 섬뜩한 기운.

그렇게 바라본 곳에는, 평생 살아오면서 한 번도 느낄 수 없었던 궁극의 공포가 온몸을 뒤덮게 만든 그것이 있었다.


"너..너..왜..?"


떨리는 내 입술은 말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죽어 있는 사람과의 만남, 그것도 고어 영화에서나 볼수 있는 처참한 그녀의 모습.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방안에는 나 혼자다.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갑자기 죽음이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나는 아직 죽기 싫다. 더 살고 싶다. 용기를 가져야 한다. 온 신경을 주먹으로 집중시켰다. 그리고 떨리는 가슴을 이내 진정시키며..


"넌.죽.었.어.그.러.니.네.가.있.는.곳.으.로.가.!"


한 단어 한 단어 또박 또박 말했다. 아주 침착한 마음을 말을 했다지만, 역시나 떨리는 몸과 공포 때문에 차마 그녀의 얼굴을 마주 하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짧지만 긴 공포와의 싸움이 시작됐다.


"헛 너..민우..."


민우 녀석도 내옆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목까지 내려온 긴 혀를 내밀며.. 퀭한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는 민우의 모습

서서히 뒷걸음질쳤다. 한 걸음씩 빠르게 이곳에서 벗어 나고 싶었기에..


겨우 문앞에 다가서는 순간,

보았다.. 그녀와 녀석의 모습.. 비록 표정은 없었지만, 매우 행복한 모습인 것 같았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느낌이었지만..


그렇게 난 그곳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공포는 점점 내 머리속에 사그러들어 갔다. 하지만 요즘들어 문득 생각난다.

민우 녀석은 자살할 때 신발을 벗지 않았다.

왜였을까.. 대부분 자살을 택하는 사람들을 신발을 벗는데 말이야.. 그는 무엇 때문에 신발을 벗지 않았었고, 그녀는 무엇때문에 신발을 벗었단 말인가..


혹시

자살할때 신발을 벗는 이유

그건 아직 내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이 가장 아끼던 어떠한 한 가지를 가져가기 위함이 아니였을까....
출처 웃대 dbrtkeks1 님

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fear&st=subject&sk=%C0%DA%BB%EC&searchday=all&pg=4&number=32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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