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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 과거] 산문 - 色 (마감날자를 잘못알아서 늦음ㅠ)
게시물ID : readers_809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정열적돌아이
추천 : 0
조회수 : 22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7/02 13:27:29

그녀의 시선이 사진 한 장에 멈췄다.


그날은 너무나 선명하게 보름달이 떠 있었던 밤. 노랗게 떠오른 달은 그녀의 붉은 입술을 더욱 선명하게 비추려고 했지만, 그늘에 가려진 그녀의 입술이 달빛을 만날 리 없었다.


오늘도 같은 보름달의 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자리에 앉아 사진을 보며 미소를 띠우다, 그녀의 가냘픈 몸을 덮고 있는 한 장의 천 조각을 조용히 벗은 뒤 욕실로 향했다. 조용히 퍼지는 파란 물소리는 그녀의 붉은 입술과 뒤엉켜 그 밤을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그녀는 떨어지는 물을 맞으며 아무런 표정 없이 자신을 감싸 안는 온기를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움직임 없이 가만히 온기를 느끼며 추억을 감싸 안았다. 사진 한 장 속의 추억. 너무나 기쁘고도 아름다워 기억하는 것 조차로 행복한 그 추억. 그녀가 그녀로서 살아가게 해 주는 삶의 원동력인 그 추억이다.


그 날은 너무나도 추웠고, 너무나도 어두웠다. 어둠이 있기에 빛이 있듯이 그날의 추위와 어두음은 그녀의 삶의 빛을 일구어냈다.


그녀의 손에 잡혀있던 또 하나의 손. 추운 날씨 탓인지 그 손은 너무나 차가웠고, 그녀가 아무리 그 손을 위로해보려 해도, 그 손은 움직임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아무런 반응 없는 그 손 위에 조용히 입술을 겹쳤다. 하얀 손과 붉은 입술이 만나며, 흰색과 붉은색의 조화가 분홍색을 만들 듯이 둘의 자리를 분홍빛으로 만들었다.


그녀는 그 분홍빛이 좋았다.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그 순간을 느끼는 공간이 너무나도 좋아 작은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의 입술은 눈 덮인 산을 오르는 이들처럼 하얀 살결을 타고 올라갔다. 혹여 올라가다 다칠까,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그녀의 붉은 입술이 하얀 등선을 지나가는 순간에도 산은 산인지 작은 움직임조차 없었다.


그녀의 사랑이 절정을 맞는다. 산의 꼭대기에 있는 또 다른 붉은, 붉지만 조금은 수줍게 하얀, 그 입술에 입술이 포개진다.주체할 수 없다. 그녀의 몸은 이미 사시나무 떨리듯 떨리며 희열에 가득 차버렸다. 마치 수일간 오아시스를 찾던 사막의 여행객들이 마침내 오아시스를 찾은 것 같이 희열을 느낀다그리고 그녀의 분홍빛은 마침내 눈부신 달빛을 맞아 희열의 절정으로 치닫고, 분홍빛은 세상을 붉게 물들였다. 하얀 산은 그녀의 색으로 물들었다.


그녀는 다시 추억했다. 그날의 아름다웠던 그녀의 사랑을. 그의 모든 것을 자신의 안으로 받아들인, 남김없이 그를 받아들인 그 순간을.그녀는 그 사랑의 맛을 기억하며 욕실에서 나온다. 그녀는 옷장에서 새로운 옷을 꺼내 다시 무대 위에 선다. 막이 한번 내려가면 새로운 막이 열리는 것이다.


보름달은 다시 한 번 그녀를 비춘다. 보름달이 뜨던 밤의 주인공은 그녀였기에, 스포트라이트는 그녀를 비춘다.


 

너 같은 사람을 어디서 또 만날까?


 

대사를 읊으며 그녀는 다시 한 번, 그녀는 그의 맛을 떠올린다.


그는 꽤 맛있었다.

 


그녀는 오늘도 밤거리를 헤맨다. 새로운 사랑을 찾아서. 그녀의 색으로 물들어 줄, 그녀의 갈증을 채워줄 새로운 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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