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할머니가 어느 날 꿈을 꾸셨더랬죠. 눈을 뜨니 할머니는 낯선 기왓집 방 안에 누워계셨고, 곁에는 친할아버지가 잠을 청하시고 계시더랍니다. 누구나 그렇듯 꿈인걸 인지하지 못해 일어나시려고 하는 순간, 끼익- 하더니 낡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할머니는 그 반동으로 고개를 돌린 순간... 그 자리에서 무서움에 놀라 심장이 멎으셨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까만단발머리와 창백하다 못해 퍼런 얼굴을 가진, 피처럼 새빨간 드레스를 입고 들어오는 7살 가량의 여자아이 때문이였습니다. 할머니는 그 아이를 본 순간 바로 아이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란 걸 알아채셨고, 곧바로 가위 눌리듯 몸이 마비가 되셨더랍니다. 아이는 무표정으로 천천히 할머니에게 걸어왔습니다. 할머니 또한 아이가 다가오자 두려움에 제발 아이가 자신을 지나치길, 하며 마음속으로 비셨고요. 그 간절한 기도가 전해진 탓일까요. 여자아이는 할머니를 곧바로 지나쳐 할아버지 곁에 가더니 곤히 주무시는 할아버지 머리맡에 자리를 잡더랍니다. 그리고 정적.. 아이는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계속 앉아있었습니다. 그 괴상한 모습을 지켜보던 할머니는 뒤이어 잠에서 깨셨고, 무언가 이상하다 싶어 확인을 해보니.. 그 날 밤 할아버지가 하늘나라로 떠나가시고 말았습니다...
할머니는 종종 제가 어릴때 이 이야기를 해주시곤 하셨죠. 그래서 아직까지 그 이야기가 생생히 기억납니다. 만약에 여자아이가 할머니 머리맡에 앉았더라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생각만해도 소름돋는 질문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