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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써주는 남자-1
게시물ID : panic_80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블랭드
추천 : 2
조회수 : 109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0/10/17 20:13:08
날짜불명 위치불명
다만 창문에서 비쳐오는 힘없고 가느다란 붉은 햇빛으로 보아 저녁무렵인것 같다.

오늘아침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머리속을 정리했다.
내가 이 끔직한 곳에 갇힌지도 벌써 3일째다.
아직도 나의 이름과 나의 고향이 어디인지도 모르겠다.
단 한가지 아는 것이 있다면 나는 계속 그놈에게 글을 써줘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도 이 사실은 변함이없다.

일단 방소개를 하자면 그냥 2~3평 남짓의 오래된 감옥이라고 보면된다.
온 사방이 회색빛으로 도배되어있다.
딱딱한 침대와 내가 청소하기 전까지 먼지가 수북히 쌓여있던 책상과 서재는 나무재질이지만
갈색의 포근한 느낌의 가구가 아니라 썩어문드러져서 회색빛 곰팡이로 칠해진 가구의 시체같았다.
창살로 덮힌 작지만 두꺼운 창문은 청소를 너무 오래 안한듯 매우 더러워 밖도 잘 안보였다.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는데 날 우울하게 하는 요소는 이 답답한 회색빛 방이 아니라 지독한 냄새다.
확실하지않지만(-알고도 싶지 않다-) 곰팡이나 나무가 썩어가는 냄새일 것같다.
또 더러운 수세식 변기가 위치하는데 변기 뚜껑같은 나무판자로 덮어도 역한 냄새가난다.

그 미친놈은 날 언제 자유롭게 해줄까?
지금으로선 그 자식은 날 놓아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점심시간 쯤 되자 문이 열렸다.
왠만한 것들은 나무로 되어있었지만 이 문만은 흑빛의 쇠로 되어있었다.

오늘도 집사 할아버지가 나를 데려간다.
이 집사는 마치 이 건물에서 태어나 살아온 것 같다.
특정단어만 말하는것도 그렇긴 하지만 그의 초점없는 회색빛 눈동자는 왠지 이런 기분이 들게한다.

우리는 복도를 빠져나와 거실로갔다.
언뜻보면 죄수와 간수가 감옥복도를 빠져나와 면회소로 가는 듯한 풍경이다.
나는 이때까지 나의 방과 복도와 거실밖에 오가지 못했지만 
이 건물 자체가 짙은 회색빛으로 페인트칠 된 것 같았다.

워낙 넓고 잡다한 것들이 많기에 거실이라고 하긴 좀 무리인면도 있긴하지만
그 거실에는 이 짜증나는 상황을 주도해 나가는 그자식이 식탁에 앉아있었다.
참으로 불쾌하기 짝이없다.

나는 자리에 앉게되었고 그 놈은 집사에게 음식을 내오라는 듯한 손짓을 내보내었다.
자리에 앉으면 그를 정면으로 마주하게된다.
그를 마주하는게 끔찍해도 어느나라 문화인지 모르겠으나 식탁에 고정된 의자때문에 다른선택이 없다. 
그는 집사 할아버지보다 나이는 적어보이지만 만만치 않게 주름살과 머리가 희었다.

사실 식사시간도 마찬가지고 그 자식은 항상 무방비 상태이다.
그래서 나는 그를 제압해 탈출을 하려고 계획하긴 했었지만 그를 제압한다고 탈출 할 수 있는것도 아니였다.
뭐 꽉 잠겨있는 문이라면 그를 협박해서 열쇠를 얻거나 무력으로 문을 부수겠지만 그 문이라는 것 자체가없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나의 방에있는 문 이외에 문이라는 것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식자재같은 것도 그렇고 여러가지 물건들을 밖에서 사와야하므로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통로가 있을 것이다.
지금 상황에선 탈출방법은 오직 그와 그 집사만이 알고있다.
이런 상황이니 그가 무방비상태여도 나는 그의 말을 따를 수 밖에없다.
뭐 제압한다음 협박한다고해서 그자식이 순순히 날 놓아줄 것 같지않아보인다.

음식 이름은 알 수 없지만 어느 나라의 전통요리인 것 같다.
음식이 맛은 있어 먹을때는 그나마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그자식은 이런 소소한 행복감조차 느끼게 해주기 싫은지 
자꾸 나에게 불쾌한 분위기를 풍기며 대화를 걸어온다.
언뜻보기엔 친해지려는 행동같지만 내가 느끼기엔 마치 주인이 개를 이용하려 길들이는 행위같다.
더군다나 그의 모습과 분위기는 더욱더 나를 불쾌하게 만든다.
긴백발에 겹겹이 쌓여있는 주름살과 변함없는 검은 눈빛은 판타지에서나 나오는 나쁜 흑마법사란 이미지를 풍긴다.
다만 다른점은 마법이아닌 그 자체로 나를 괴롭게 만든다는 점이다.

대화내용은 별 쓸데없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나의 할아버지도 이렇게 지루하고 생기없는 대화를 하시지 않으셧다.
대화 중간중간 내가 쓴 글에대한 짧막한 평가를 계속 내뱉는다.
마치 내가 그의 의도대로 글을 써라는 행위같았다.

내가 쓰는 글은 마음의 위안을 주는 글도아니고 재미있는 판타지도 아니며 어떤 목적이 있어보이지도 않는 글이다.
그저 약간 그로테스크하고 우울한 소설이다.
마치 이 상황이 연상되는 부정적인 감정이 느껴지지만 그자식은 좋은지 자꾸 이방향으로 글을 써가라고 한다.
별 수 없다.
여기서 나가고싶으면 글을 써라고하니 그의 말을 따를 수 밖에...

잠시후 불이 꺼지고 자야한다. 이만 내일 일기에서....

참고로 모든것이 19세기말,20세기초로 돌아간듯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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