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너무 불쌍해요. 하루 빨리 장례식이라도 치러야 할텐데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으니..." 가족의 무관심 속에 홀로 방치되다시피 생활하다 도사견에 물려 숨진 경기도 의왕시 D초등학교 3학년 권모(9)군이 죽어서도 돌보는 사람이 없어 장례식 일정을 잡지 못한채 병원 영안실에 외롭게 누워 있다.
부모의 이혼으로 외조부모 밑에서 생활해오던 권군은 아직까지 보호자가 병원에찾아오지 않아 장례식은 고사하고 병원 영안실에 빈소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D초등학교 최모 교감은 "아직까지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아 빈소도 마련하지 못했고 꽃도 갖다놓지 못했다"면서 "경찰에 연락해도 대답이 없고 할아버지 등 가족은전화를 받지 않아 학교에서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말했다.
권군의 교실 책상 위에는 학교측에서 마련한 국화꽃만이 주인 없는 자리를 대신지키고 있고, 친구를 잃은 동료들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지난 9월 5일부터 권군의 임시 학급 담임을 맡은 장모(54)교사는 제자를 잃은비통함에 언론의 인터뷰조차 극구 사양했다.
권군의 어려운 가정 형편을 알고 수시로 통학까지 시켜줬던 장 교사는 사고 당일 권군이 학교에 나오지 않자 직접 권군이 거주하던 내손동 비닐하우스까지 찾아갔었다.
그러나 10여마리의 개가 달려들듯 날뛰는 바람에 오후 경찰과 함께 권군의 집을다시 찾은 다음에야 싸늘한 주검으로 변한 권군의 시신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 교감은 "권군이 부모 없이 외조부모 밑에서 컸기 때문에 성적은 그리 뛰어나지 않았으나 성격이 밝고 착해 지난 5월 스승의 날을 맞아 의왕시장으로부터 표창장과 함께 장학금까지 받았다"고 밝혔다.
사고 전인 지난 7일 권군의 외조부모는 충남 당진으로 농사를 지으러 간다며 1주일치 밥을 전기밥통에 해놓고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D초등학교 주모 교장은 "담임교사가 권군 집에 가서 전기밥통을 열어보니 밥이먹을 수조차 없을 만큼 새까맣게 변해 있었다고 했다"며 "비닐하우스로 꾸며진 집의내부 구조 역시 워낙 좋지 않아 불이 나지 않은 것만도 천만 다행일 정도로 열악한조건속에서 권군이 생활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날 권군의 시신과 사살한 도사견 사체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부검을 의뢰, 개입에 묻은 혈흔이 권군 것인지와 권군의 상처가 개에 물린 것인지등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개에 물린 것이 직접사인으로 드러날 경우 외조부 김모(61)씨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하고 부검에서 권군의 영양상태 부실이 확인될 경우 유기 혐의를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권군의 시신이 안치된 M병원 관계자는 "김씨가 전화해 '장례는 부검이 끝나면치르겠다. 빈소는 차리지 않겠다'고 했고, 개가한 권군의 어머니도 영안실을 확인하는 정도의 전화만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언론이 김씨를 죄인 취급하다시피 해 김씨가 많은 부담을 느껴조용히 장례를 치르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권군이 남긴 일기장에는 "신발이 더러워서 빨았습니다..말라서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어 어린 나이에 직접 빨랫비누로 신발을 빠는 등외롭고 가난하게 지냈던 상황을 짐작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