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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문제에 대한 한국 진보의 무지
게시물ID : military_810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겔러거형제
추천 : 11
조회수 : 44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9/21 17:4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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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병제에 대한 대항 담론 부재
 
군대 문제에 대한 연구의 빈곤함은, 그 ‘부재’라는 현상 자체를 연구해야할 만큼 심각하다. 광복 이후 징병제만큼 거대한 규모로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제도가 드문데도 이에 대한 한국 학계의 비판적 연구는 손에 꼽힐 정도이다. 2000년대 들어와서 여성주의 연구자들이 군대의 남성성과 군사주의 문화를 연구했던 것이 군대 문제에 대한 비판적 연구의 시초라 할 수 있지만, 이후 크게 확장되지 못하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비롯한 개별 사안에 대안 모색 차원의 연구가 조금씩 쌓이고 있으나, 이 역시 군대라는 조직, 징병제라는 제도를 폭넓게 조망하는 역할을 수행하지는 못하고 있다.
 

연구 부재는 대항 담론 부재와 연결된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군대에 가야한다”라는 당위적 의무 담론을 ‘징병제 담론’이라 명명한다면, 이 징병제 담론 속에서 과연 몇 명의 사람들이 얼마의 시간 동안 군대에 가는 것이 적당한가, 군복무라는 희생에 대한 합당한 보상은 무엇인가와 같은 문제제기는 자연스레 억압된다. 모든 남자의 당연한 의무 앞에서 기간과 규모, 보상을 따져보자고 하는 것은 불경스러운 것, 혹은 비겁한 것으로 취급당하기 때문이다. 당연하고 신성한 의무만이 내세워지는 담론 속에서 비판과 대안의 목소리는 만들어질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병역이 ‘당연시 되는’ 과정은 결코 자연스럽지 않았다. 박정희가 유신정권 초기 ‘입영률 100%’를 내세우며 펼쳤던 강압적 지침들을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당위로 포장된 징병제 담론의 맨얼굴을 확인할 수 있다. 1970년대 초반, 모든 영화관에서 애국가 필름이 돌아가기 시작한 바로 그 때, 박정희는 “앞으로 법을 만들어서라도 병역을 기피한 본인과 그 부모가 이 사회에서 머리를 들고 살지 못하는 사회 기풍을 만들도록 하라”라고 지시했다.(1) 이후 대검찰청은 병역기피를 ‘사회악’이라 규정했고, 문교부는 새마을운동과 더불어 ‘기피자 없는 마을 만들기 운동’을 전개했다.(2) 병역의무자는 항상 주민등록증과 병역수첩을 휴대하고 다녀야 했다.(3) 종교적 신념으로 병역을 거부했던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에 대한 병무청 직원들의 불법적 강제연행까지 빈번하게 이루어졌을 정도였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가 관철되었던 이 과정을 역사적, 사회과학적으로 드러내고 평가하는 연구가 쌓일 때, 징병제 담론의 허상을 온전하게 비판할 수 있는 대항 언어와 사고가 생길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진보적 연구자들조차 그동안 군대와 병역을 온전한 학문의 대상으로 취급하지 않아왔다. 매년 20만 명이 넘는 이들이 들어가고 나오며 사회화되는, 거대한 이데올로기 기구에 대해서 지금도 극소수의 연구자만이 경험적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대항 담론이 부재한 곳에서는 국가의 목소리만이 울려 퍼질 수밖에 없다.



출처 http://www.ilemonde.com/news/articleView.html?idxno=2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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