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뭐가 다르냐고 말했더니 어떤 분이 두 당의 뿌리부터가 다르다고 하길래 곰곰이 생각해보고 부족한 부분은 찾아봤습니다.

한나라당을 친일파 집단으로 보고 싶으신 분들은 아마 다음 도식을 머리 속에 떠올리실 것 같습니다.
친일파-자유당-공화당-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

그런데 저 도식에서 민정당 이전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공화당이 민정당으로 바로 연결된다면 김종필이 나중에 왜 또 공화당을 다시 만들었을까요? 박정희가 자유당에 대해서건 전두환이 공화당에 대해서 구 정치인에 대해 정치활동금지법을 만들고 그 활동을 제한했던건 똑같습니다. 따라서 이들은 서로 계승관계에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만일 저 도식을 적용한다면 민주당의 뿌리도 한민당에 닿아 있습니다. 근데 한민당은 친일로부터 자유로운가? 그렇지 않습니다. 친일이라는 면으로 보면 오히려 자유당보다 더하죠.

즉, 민주당의 뿌리를 직접적 계승관계로만 본다면 김대중이 87년 창당한 평화민주당부터일 겁니다. 그렇게 본다면 한나라당의 뿌리 역시 민정당에서부터 시작해야겠죠... 
 물론 '그 뿌리가 민정당이든 뭐든 다 친일파야'라고 말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그렇게 모든 한국 근현대사를 지배층=독재자=나쁜 놈=친일파로 재단하는 도식적인 역사인식이 과연 제대로 된 것이며 얼마나 현실에 부합하는지는 더 생각해봐야 할 문제 같습니다. 
반인간적인 식민주의를 찬양하고 옹호하는 것 못지 않게 모든 사안에 '민족적 비분강개' 어조로 일관하는 것 역시 한쪽 귀를 막고 제대로 된 소리를 듣지 않으려는 그릇된 태도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