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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커이야기-1
게시물ID : panic_811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푸른물결
추천 : 14
조회수 : 212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6/25 18:01:37
1.
명백한 내 실수였다……. 좀 더 조심했었더라면…. 좀 더 흔적을 지웠더라면…..

그러나.. 후회는 가장 빨리해도 언제나 늦은 법이다…. 현재 나는 누군가에 의해 어딘가로… 납치되어 가고 있는 중이다.
납치되기 전… 그러니까 정신을 잃을 당시 누군가 내 둔기로 뒤통수를 내려쳤었는지… 뒤통수가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얼얼하고 머리가 울린다.
하지만 이동하는 차안에서 내 눈을 가린 천과 입에 물려진 재갈과 무언가로 묶여진 손에서 오는 공포감이
뒤통수의 아픔보다 훨씬 나를 괴롭게 불안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차안 속에 나를 납치하는 인원들의 대화는 없었지만 서로 각기 다른 숨소리로 인해 한두명이 아닐 거란 사실도 내 의지를 약하게 만들었다.

현재 내가 정신이 돌아온 것을 속이고 조용히 숨죽이고 있다가 목적지에 도착하는 순간 액션영화에서처럼
악당들을 제압하고 극적으로 탈출하는 상상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나 어디까지 영화은 영화일 뿐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긴박한 상황속에서도 허무맹랑한 상상이라니………..
이내 영화같은 시도를 포기하기로 하고 나름대로 왜 이 상황까지 오게 되었는지 머리를 굴려서 생존확율을 높여보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현재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방법이 떠오르기 보다는 내가 살아 지나온 인생들의 기억들이 스쳐지나갔다.




2.
내 이름은 정인범, 올해 28살이다.
몇 년전까지만 하더라도… 대학 야구부로 입단할 때만 하더라도 국내 프로야구 최대 유망주 투수 중 한명이었다.
하지만 대학교 야구부 입학과 동시에 야구는 실력만이 다가 아니란 걸 그제서야 알았다.
프로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혹은 나를 알리기 위해서는 그에 준하는 성적이 있어야 했었다.
나는…. 그 성적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
그 당시 내 실력에 대해 나름대로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자부심보다 돈이 있어야 나를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아버지와 나 둘뿐이었던 우리 가족은 그렇게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했다.

아버지는 대기업에 속한 노동직 근로자였다.
대기업에 속했다 근로자라고 하더라도 하는 일은 매우 고되었던 것을 누구보다도 나는 잘 알았다.
아버지는 건설현장, 사고 복구현장 등 가리지 않고 각종 열악한 상황에서도 일거리가 있다면 자원해서 일을 하셨다….
그런 아버지는 항상 입버릇처럼 내가 프로로 가서 보란듯이 야구선수로 대성할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하셨다.

입버릇처럼 하셨던 말을 현실로 이루기 위해서였는지 몰라도 위험한일 힘든일 안가리고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셨다.
아버지 스스로에게는 술이며 옷이며 일체 허락하지 않았고, 오로지 나의 야구인생을 위해 돈을 쓰셨었다.
이런 아버지에게 죄송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아버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의 야구부생활은 그리 풍족하지 못했었다.
야구장비도 주기적으로 교체해야했으며, 전지훈련비, 그리고 암묵적으로 필요했던 뒷돈…. 이 모든 돈을 아버지의 벌이로는 많이 버거웠었다.
하지만 그 때 나는 나 스스로도 야구하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고, 현실에 좌절할때도 많았지만 야구선수로 성공하는 핑크빛미래를 항상 상상하고는 했었다.
비록 현실에서는… 대회 출전은 커녕 벤치에 앉아만 있어도 감사한 그저 그런 선수에 불과했었지만 말이다…

이렇게 프로에 가서 성공한 야구선수가 되겠다는 내 꿈은 말 그대로 꿈에 그치고 말았다.
포지션이 오른쪽 투수였던 내게…. 오른팔 부위 회복불가능한 부상이 생겼었고… 그와 비슷한 시기에 가정을 지탱해주던 아버지마저 현장에서 사고로 돌아가셨다.
팔이 다친건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었으나, 투수로써는 공 제구가 불가능한 부상이었기에… 나의 보잘 것 없던 야구선수 생활은 딱 거기까지였다.
그리고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이 세상에 아무런 연고도 없이 남은건…. 나 혼자였다.

[벌컥]





3.
[벌컥]

자동차 문이 열리는 거친 소리와 함께 나는 어딘지 모를 장소에 도착해 내팽겨졌다.
바로 의자에 강제로 묶인후, 내 눈은 가리고 있던 얆은 천조각이 벗겨졌다.

창고시설같이 생긴 지하…. 쾌쾌한 냄새… 전구 몇 개에서 새어나오는 누르스한 조명…
누가봐도 내게 호의적이지 않은 험악한 인상의 사내 열댓명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하! 어디 우리 방해한 놈 상판이나 구경합시다…. 니가 정인범 그 빌어먹을 새끼 맞냐?]

두려움에 말은 새어나오지 않았지만 대답을 하지 않으면 무슨일이 생길지 몰라 내가 질문한 무리의 두목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고개를 끄덕여 대답을 대신했다.

[우리를 방해한 새끼치고 생각보다 어리구만….. 어때? 우리 돈 중간에 가로채니깐 좋더냐? 우리가 그거 하려고 얼마나 공을 들였는데 이딴 새끼하나 땜에 망치다니…….]
[형님.. 서로 뭐 대화나누실 것 있습니까? 그냥 정리하시죠?]
[그래 저놈 쌍판을 쳐다보고 있으니 열이 나서 못 참겠다. 그냥 서둘러 묻어버리라고..]

[저…저… 저한테.. 왜… 왜 왜 이러시는거에요…]
[그건 저승사자한테나 물어보더라고~ 아그들아 연장 가져와라 잘게 다져부리게]

저 살의의 눈빛.. 진심이다. 저자는 날 진심으로 죽이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 온몸 세포로 느낄 수 있었다.
살기 위해서는… 뭐라도 해봐야한다는 것을 본능으로 느꼈다.

[제… 제가 번돈 다 드릴게요]
[하? 돈이 문제가 아니여~ 이 썩을놈아.. 아 연장 챙겨오라니깐 뭣하냐! 저놈 주둥아리 닫아버려]

돈이 문제가 아니다?? 그럼 뭐지? 돈이 아니면 날 왜 여기까지 끌고 온거지?

[자… 조금 전 대화가 세상에서 너의 마지막 말이었어.. 그만 이제 서로 안녕하자.]

날카로운 칼날이 허공을 가르며 나에게 날아오고 있었다.







4.
[그… 그그 그들이 세력을 눈치챘어요!!!!!]

[…….뭐?]

날아오던 칼날이 바로 내 코끝앞에서 멈췄다.
다시 칼날이 움직이기 전에 본능적으로 속사포 처럼 말을 이어나갔다.

[지.. 지금 주식.. 주식때문에 저한테 이러시는 거 맞죠? 그거 제가 한 짓이 아니에요 제가 중간에 타이밍보고 들어갔다가 나온 건 맞는데…
그들이 이미 주식에 작업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어요. 그런데 오히려 그들은 작업세력까지 집어삼키려고 한번 더 장난질 친거구요… 
그러다가 자기들이 이득이 최적기라고 생각 한 시점에 빼내고 한꺼번에 무너뜨린거죠… 전 그전에 빠져나온 죄 밖에 없어요]

[그 말.. 진짜냐? 이미 알고 걔네들이 더 장난질 친거라고?]
[네.. 처음에 작업한 세력은 정말 교묘했어요 하마터면 그들도 모르고 지나칠 뻔했었죠 정말 공들였을거에요]
[하… 그래 정말 공들이긴 했지…. 시간이며 돈이며 장난아니게 썼으니…. 그런데 너는 그거 어떻게 알았냐? 너 주식 잘하냐?]
[저… 그게… 전 주식을 잘 몰라요]
[허? 누굴 놀리냐?? 똑바로 말해야 할거다… 아니면 다시 칼이 목구녕을 쑤시러 들어갈테니…..]

[전… 사실……. 전….. 해커(hacker)에요]


…….계속

출처 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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