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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 복수
게시물ID : readers_81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크리스마스
추천 : 0
조회수 : 28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7/03 20:16:57

아, 계속 글이 잘리는 오류가 나네용 ㅜ_- 슬푸당

정말 짤막한(한글 2장 반) 단편입니다.
메일을 정리하다가 예전 고등학교때 썼던 글을 발견했습니다-_);
참 그때는 글쓰는거 좋아했는데, 이제는 점점 멀어져만 가네용.
결혼도 하고 직장도 잘 다니고 있는데, 간혹 아쉬운 건 왜인지 모르겠네요 ㅎㅎ

그럼 책게 여러분들 좋은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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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me to die, poor mates, You made me what I am!
 죽을 때가 왔다, 불쌍한 동료들이여. 너희들이 오늘날의 나를 만들어놓았다!

 어느새 둘러 싸였다. 급히 뛰쳐나온 듯이 기사들은 플레이트 메일을 걸치고 있지 않았다. 조용히 그들을 응시했다. 자신을 향한 포위망이 좁아져 오는 것이 보였다.
 아파.
 머릿속이 울렸다.
 이유 모를 갑작스런 고통에 시엘은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머릿속에 울려퍼지는 끔찍한 비명이 그치지 않았다. 흐릿한 눈앞에 쓰러져 있는 약혼자의 모습이 보였다.
 자신이 죽인 남자. 아마 자신을 사랑해 주겠다고, 말 한 것 같다. 언젠가 어렴풋이 들은 기억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은 축복 받은 약혼식장에서, 그를 죽였다.
 그건 당연한 일, 이라고 시엘은 생각했다. 어디까지나 복수를 전제로 알게 된 사이니까. 어디까지나 이건 복수니까.
 죄책감이 느껴졌다. 이유 따위는 알지 못했다.
 마음 한곳이 쓰라려 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심장 부근이 아팠다. 붉은 눈에서 조그만 눈물이 흘러 나왔다.
 자신을 사랑해 주겠다고, 불행도 함께 하겠다고, 모든 걸 버릴 수 있다고도 말했지만,
 결국 복수를 택했다.
 앞으로 한 걸음만 더 걸어가면 되는데. 어째서.
 사람을 죽이고 살아가는 것이 자신의 일이었다. 그리고 여태껏 복수만을 위해서 살아 왔다.
 어째서 내가 아파해야 하는 건데.
 시엘에게는 사랑이라는 것을 이해할 만큼 감정이 남아 있지 않았다. 흘러나온 눈물이 가느다란 뺨을 타고 흐르며 바닥에 떨어졌다. 이해할 수 없기에 더더욱 고통스러운 감정에 시엘의 머릿속은 더더욱 혼란스러워 졌다.
 17년 전 시엘이 살던 마을은 이단이라는 이유로 출정 중이던 제3차 십자군에 의해 아예 지도상에서조차도 사라져 버렸다. 실제로 이단이었든지 아니었던지 그런 것은 어린 시엘에게는 상관없었다. 적어도 그때의 그녀는 아무 것도 모르는 너무나 어린 아이였으니까. 하지만 시엘은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적어도 몰살당할 만큼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고. 사람들은 상냥했고 마을은 평화로웠다.
 그리고 그들의 손에 짓밟혔다.
 17년 전에 이미 결정된 일이다. 시엘은 그때 그들이 가진 모든 것을 없애버리겠다고 결심했었다. 주사위는 던져 졌고 후회 따위는 하지 않았다.
 시엘은 손으로 눈물을 훔쳤다.
 기사들이 둘러싼 틈으로, 그의 부모들이 보였다. 과거의 기억들이 시엘의 머릿속에서 광기어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들을 없애면 모든 것이 끝난다.
해방될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우아아아아악…"
 비명 같은 외침과 함께 떨리는 왼손으로 레이피어를 쥔 채 정면의 기사를 향해 찔렀다. 시엘의 갑작스런 공격에 기사는 뒤로 물러서며 다시 자세를 잡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남자의 낮은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레이피어를 통해 뼈와 살이 잘리는 둔탁한 감촉이 느껴졌다. 남자의 목을 꿰뚫은 레이피어가 목 뒤로 삐죽이 튀어나와 있었다.
 남자의 몸에서 레이피어를 뽑아 들자 목에서 붉은 액체가 튀어 올랐다. 붉은 피가 시엘의 하얀 머리칼에 흩날렸다.
 시엘은 남자가 쓰러지기 전에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달려오던 늙은 기사의 검을 레이피어로 막아내면서 빠른 속도로 팔꿈치로 명치에 타격을 가했다.
 슬픈 눈을 한 소녀. 그리고 그 앞에서 떨고 있는 남자.
 괴로운 듯 남자가 검을 떨어뜨리며 앞을 향해 쓰러졌다.
 왼손의 움직임에 남자는 심장에서 분수처럼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남은 세 사람의 기사들이 아직 주위에 있었다. 남자들은 레이피어를 경계하는지 다가오지 않는다. 시엘은 레이피어를 바닥에 꽃아 넣고 오른손으로 나이프를 뽑아 들었다.
 "크악…"
 불과 1초 사이에 시엘 앞에서 검을 겨누고 있던 두 명의 기사들이 심장에 나이프를 박은 채 쓰러졌다. 다음 1초 동안 시엘의 뒤에 서 있던 기사의 목에 붉은 선이 그려졌다. 
 힘없이 쓰러지는 자. 이제 남은 사람은 두 사람.
 불과 다섯 명의 기사들을 해 치우는데 10초 밖에 걸리지 않았다. 너무나도 어이없는 싸움. 차라리 싸움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일방적인 공격이었다.

 시엘의 시선이 식장의 앞을 향한다. 귀부인이 쓰러져 있고 그 옆에 그 남자가 서 있다. 지울 수 없는 악연을 가진 남자가 서 있었다.
 17년 전 마을 사람들을, 자신의 어머니를 죽이는 그 남자를 보았다. 남자의 왼쪽 뺨에 있는 커다란 상처. 지울 수 없는 악몽이었다.
 공포에 질렸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마을에 살아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더 이상 자신의 검은 머리카락을 볼 수 없었다.
 공허한 눈으로 시엘을 바라보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추한 모습이로군…"
 피를 뒤집어쓴 하얀 머리, 마치 악마의 모습을 한 듯한 자신의 모습이 바닥에 비쳐졌다.
 "당신은 그런 말을 할 수 없어. 이 모습은 17년 전 당신의 모습이니까."
 시엘은 품속에서 자그마한 목걸이 꺼내 자신의 목에 걸었다. 과거에 어머니가 결혼식 때 썼던 예물이었다. 시엘이 남자의 앞에 서자 서로의 시선이 마주쳤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레이피어가 남자의 심장을 꿰뚫었다. 남자가 뒤로 힘없이 쓰러졌다. 죽은 남자의 곁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그의 부인이 보였다.
 “미안해요.”
 시엘은 조용히 왼손을 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떨어뜨렸다.

 Time to die, poor mates, You made me what I am!
 죽을 때가 왔다, 불쌍한 동료들이여. 너희들이 오늘날의 나를 만들어놓았다!

 "미안… 에드."
 목걸이를 자신의 약혼자 곁에 놔두고 시엘은 바깥으로 향했다.
 따사로운 햇살이 넓은 정원 앞으로 펼쳐졌다. 자신을 향하고 있는 화살들이 보였다.
 첫 번째 화살. 몸이 떠올랐다.
 두 번째 화살. 무릎이 비틀거렸다.
 세 번째 화살. 앞을 향해 쓰러졌다.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던 레이피어가 손을 타고 흘러내렸다.

 "너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에게, 그 사람에게 사랑 받고 살아야 한다…. 시엘…."
 언젠가 어머니가 해 주었던 말이 뇌리 속에 떠오른다. 말을 탄 기사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몸이 무거웠다.
 약혼자의 모습이 보였다.
 웃고 있다.
 다시 만난 것을 환영하는 것처럼.
 기분 탓일까.
 분명히 미워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째서 일까.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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