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번째 悲歌
김춘수
발 벗고 맨발로
바다로 간다.
바다의 살갗은 짙은 바닷빛, 바다는
손에 잡힌다. 손 안에서 말랑말랑
한없이 긴 고무줄 같다.
잡아당기고 놓아주다가 제물에 바다는
어디로 홀연히 가버린다.
바다를 찾아
별과 함께 밤에도
바다로 간다.
발 벗고 맨발로 언젠가 그 때의 기억 더듬어
바다로 가면 어디선가
한밤에 바다가 우는 소리를 듣는다.
눈은 내리고.
- 쉰한 편의 悲歌 중 -
김춘수씨 시집을 가만가만 읽고 있으면 어찌나 말들이 예쁜지. 입 속에서 자꾸 굴려보게 되어요.
정말로 '언어적 유희' 라는 말에 충실한 시들이 많아서 읽다보면 참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