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오래 전 부터 기다렸던 아이의 간단한 수술 날짜가 가까워져오면서, 아빠로서 뭘 해줄까 고민하다가
와이프가 혼자 친정에 잠시 다녀온다고 나간 날.
아이에게 오므라이스를 해줬습니다.
네. 럭비공 모양은 아니지만 계란옷까지 잘 입힌 오므라이스였습니다.
그 날, 아이는 몹시 감동해서 제 오므라이스까지 다 뺏어먹고 만족스럽게 잠들었습니다.
그리고 연휴 전 주, 아이의 수술이 잘 끝났습니다.
전업주부인 와이프는 아이의 전담마크를 진행했는데... 아무래도 아이가 컨디션이 계속 안좋은지 짜증이 엄청 늘어서
와이프도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퇴근 후에 집안일 최대한 많이 도와주려고 하긴 했지만... 그것도 큰 도움이 못됬겠죠.
연휴 시작 전 즈음에 와이프가 아이 잠드는걸 보고나서 저에게 화를 냅니다.
와 - 도데체 오므라이스를 어떻게 해줘서 애가 저래?
나 - 응?
와 - 맨날 오므라이스만 찾아! 해주면 또 아빠맛이 아니라잖아!
나 - 응??;;
와 - 약탔어?!!
...
여기서 잠시 스펙을 소개하자면
저는 맞벌이 집안에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가훈 아래서 온갖 집안일을 해왔던 장남
와이프는 결혼 전 까지만 해도 손에 물조차 묻혀본 적 없이 애지중지 큰 유일한 딸. 그것도 막내딸
지금이야 와이프는 주부 9단이라 정규요리는 저보다 훨씬 잘하게 됬습니다. 저는 야매요리, 자취요리급이구요.
건강한 맛은 아니죠(...)
그렇게 연휴가 시작됬습니다.
와이프도 지칠대로 지쳐있어서, 첫 날 부터 집안일에 힘썼습니다.
아이가 먹고싶다는 걸 하나, 둘 씩 해줬죠.
그렇게 연휴 내내 하루 3끼를 했습니다.
추가로 주방 일 + 빨래정도 했네요.
처음에는 와이프가 '모처럼 당신 쉬는데... 하지마... 그냥 쉬어... 내가할게...' 하더니
연휴 중반쯤에는 이제 주문을 넣고(...)
아이랑 와이프랑 둘이서 양좀 더해오라고 타박하고(...)
막바지인 오늘은 맛평가를 당했네요.
평소에는 배고프다고 와이프한테 말하는 아이가, 연휴 내내 저한테와서 밥달라는데 뭐 주방으로 안갈수도 없고;;
제가 해주면 오므라이스(...)가 아니더라도 먹기때문에 이것저것 많이 먹이기도 하긴 했습니다만
저는 왜 5월 6일이 일요일이 아닌가. 월요일은 언제오는가만 기다리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