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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인 내가 사전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
게시물ID : sisa_5206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진중권
추천 : 3
조회수 : 674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4/06/01 14:43:33
저는 철없던 시절부터 투표 하는걸 좋아하는 쪽이었습니다.
 
그래서 20살이 되자마자 투표를 했죠. 첫 선거가 아마... 전 김대중 대통령 때 였을겁니다.
 
그렇게 4번의 대통령 선거를 지켜보며 느낀 것은.
 
현재 30대는 정말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것입니다.
 
깨인 사람은 극히 소수일 뿐, 그 소수를 고깝지 않게 보는 주변인이 대다수 이기 때문에 주변을 설득하거나 논쟁을 벌이기도 힘듭니다.
 
단톡방에 정치 이야기를 해본적 있으십니까? 그 때 그 냉랭한 반응을 경험해 본 30대들이 많을 거라 봅니다.
 
친구들과의 단톡방조차 그럴지언데 직장 동료, 사회 인맥들은 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정치 이야기는 서로에게 금기처럼 인식이 되어 갑니다.
 
 
 
굳이 그들을 위한 치졸한 변명을 대신 해주자면 30대 더 나아가 40대에겐 어깨에 걸린 것이 너무 많습니다.
 
나 하나만 바라보던 20대와는 다르게 위로는 부모, 아래로는 자식, 옆으로는 배우자까지 짊어진 채 살아가야 합니다.
 
50대 60대가 넘어 삶이 안정된 세대와 다르게 30 40대는 내 발로 딛고 걷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렇기에 내 가족, 내 주위 삶이 최우선이 되고 정치에 관심이 없어지게 됩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의
 
지배층은 보수적인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 그들의 눈밖에 안나기 위해 무난하게 살아갑니다.
 
내 의견을 숨기고, 덜 말하고, 적당히 넘깁니다.
 
 
 
2번째로는 힘든 경제 생활입니다. 위에 썼듯 30대는 이제 사회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긴 하지만 그 벌이가 예전
 
집한채만 사두면 평생 살 수 있는 그런 세대의 30대들의 벌이가 아닙니다. 내 몸 하나 건사할 수준 정도의 월급을 받고
 
그걸 쪼개고 아껴 내 가족을 유지해야 합니다. 학자금 대출, 주택 담보, 노후 연금, 부모님 용돈, 아이들 교육비 이 모든걸
 
부족한 내 월급을 쪼개서 사용합니다. 그 만큼 결국 돈을 더 벌기 위해 회사에 매달리고 일에 매달리고 벌이에 영향을 줄
 
튀는 행동을 극히 꺼립니다.
 
 
 
이케아 세대란 표현이 얼마전 부터 심심치 않게 사용이 되더군요.
 
이케아 가구같은 세대. 정확하게 지금의 30대를 가리키는 표현이라 봅니다.
 
저런 환경으로 인해 이케아 세대는 정말 이기적으로 변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나. 내 사람. 내 주변만 챙길 뿐 그 이상은 아예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관심을 가져도 바꿀 수 없다는 걸 알고 포기하는 겁니다. 그런 고민을 오래 가지고 갈 만큼 여유롭지 않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말입니다.
 
 
 
무서운 것은 이 모든 것이 치밀하게 짜여진 시나리오란 것입니다. 삶을 고단하고 팍팍하게 만들 때 정치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우리나라의 집권당은 10년전부터 차근차근 이 걸 실행하고 있죠. 사회 초년층을
 
최대한 힘들게 만듭니다. 여러 정책과 제도를 통해. 힘에 부친 초년생들은 내 한몸 유지하기 힘들어 헉헉 거립니다.
 
너무 앞서나가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위의 시나리오 이야기를 논외로 쳐도 지금의 30대 40대가 정치에 대한 관심이 열약한 이유는 충분히 설명이 되리라 봅니다.
 
힘든 환경, 힘든 경제 조건으로 통제당한 30, 40대는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정치를 외면하게 되고 스스로 양심의 가책을
 
덜기 위해 정말 스스로가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최면을 걸게 되고, 그 기간이 길어지면 정말 관심이 없어지게 됩니다.
 
 
 
결국 나 혼자 깨여있는 척, 정책을 보자. 사람을 보자. 주변을 독려하려 해도 정치에 미친 놈 취급 받을 뿐 어떤 호응도 받을 수 없더군요.
 
차라리 니가 정치해라란 소리를 가장 많이 들었습니다. 씁슬하죠.
 
이곳 오유. 조금 깨인 인터넷 커뮤니티의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고요?
 
현실은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여기에서 아무리 외친 들 그들은 변하기 어렵습니다. 비겁하죠. 그들도 스스로가 비겁한 것을 압니다.
 
그렇기에 그 정치 이야기를 터부시하고 금기 시 하는 분위기가 만연하게 됩니다. 아예 말을 안 꺼내면 창피하지 않을테니.
 
 
 
잔뜩 쫄아버린 30대 40대를 움직이기 위한 답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경제를 살려주면 되고, 그 혜택이 30, 40대에게 직접적으로 와야 합니다.
 
부동산 대책? 이율 조정? 필요 없죠. 땅이 있고 통장에 잔고가 많은 중장년층에게나 먹힐 이야기 입니다. 대학 등록금 반값? 복지 증가?
 
역시 필요없습니다. 그건 20대 이하의 이야기죠. 결국 중간층인 30대 40대가 원하는 건 내가 가진 부채를 최대한 덜어주는 걸 원하지만
 
그런 것은 여당 야당 모두 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이미 국가 자체가 부도 수준의 빚을 지도 있으니까요.
 
 
 
잡설이 길어지네요.
 
짧게 요약으로 끝내보겠습니다.
 
30, 40대는 경제적으로 너무 부담이 크고, 벌이는 그 부담을 이길 수준이 되지 않는다.
 
결국 생활 유지를 위해 정치 따위 신경 쓰지 않고, 내 주변 챙기기 급급하다.
 
오히려 더 정치 이야기를 터부시한다. 옳고 그름을 인식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외면한다.
 
우리가 나쁜걸 감추기 위해. 죄의식은 나눌수록 작아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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