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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기념 글
게시물ID : readers_133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정상
추천 : 1
조회수 : 18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6/02 00:29:59

눈을 스쳐지나가는 물소리 사이로 정각임을 알려주는 라디오 디제이의 방송종료 목소리가 들린다. 
어김없이 또 주말이 지나가는구나.
하기는, 시간이란게 멈추는 때가 있기는 하던가?
만약 멈춘다고 하더라도 그걸 내가 알 수가 없는 일일 터였다.
또 눈을 감았다고 이런저런 생각이 밀려드는 것이 지겨워 멍하니 구멍으로 소용돌이치는 물을 바라보았다.
그나마 생각보단 괜찮게 느껴지는 행동이었지만 배수구로 마지막 눈썹 한 올까지 빨려들어가자 화장실에서의 더이상의 시간 소요가, 내 오늘의 일분 일초가 아깝게 느껴진다.
당장 나가서 눕고 잠을 자도 앞으로 5시간 정도 밖에 못 잘텐데 뭐하는거지.
구리색 문고리에 아슬아슬하게 걸린 흰색 수건 위로 얼굴을 묻자 뽀송뽀송한 섬유유연제 냄새가 아니라 바닥닦은 걸레 냄새가 난다.
지독한 냄새는 다른 것도 쉽게 물들인다는 생각이 맞는건지 손에서 어쩐지 모를 냄새가 솔솔 풍기는 것 같다.
이 냄새뭍은 손으로 스킨로션 바르기는 싫어 엉거주춤 손을 씻는다.
손을 또 수건에 닦기는 그래서 대강 털어내고 주방에 라디오를 끄러들어갔다.
듣기 싫은 지직거림을 꺼버리자 나밖에 없는 집이라는 것을 티내듯 무섭도록 조용해졌다.
방으로 가려는데 무심코 고개를 돌리자 옆쪽에 밖으로 난 싱크대 위의 창문이 보인다.
작은 창문 밖으로 바깥 세상의 불빛이 조금씩 새어들어와 눈은 어둠에 익숙해져있었다.
흘러들어온 불빛에 의지해 방까지 들어갔다.
침대에 누워 눈부시게 밝은 핸드폰을 보니 벌써 30분이 흘러있다.
멍하니 어두운 천장 저 너머를 바라보지만 잠은 오질 않고 무섭도록 조용히 시간이 흐른다.
아무것도 오지도 가지도 않고 멈춰버린 시간처럼 오랫동안 변화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멈춘것은 아니다.
잔잔하고 흐리게 찰랑거리며 빠져나가 메마르고 거칠어져 버린 것 뿐
모두 매일 내일 밤의 더이상의 상념이 없도록 하는 오늘밤의 상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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