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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0.09 로맨스 한편 꾼 날의 꿈일기
게시물ID : dream_8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낭낭나나낭
추천 : 2
조회수 : 30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0/11 02:53:17
꿈에서 나는 왕이었다. 그런데 남장을 한 왕이었다. 주위 반응으로 보건대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것이 그 나라의 왕이었던 듯 하다. 주위에 제후국들이 있는 걸 보면 왕이라기 보단 황제에 가까울 것 같지만, 어쨌든 그러했다.

어쩌다 여자인데도 왕이 된 건지는 기억이 나진 않지만 어릴 때부터 그렇게 길러진 것 같다. 아마도 10살 전후라고 생각이 드는데, 기억 속에 어릴 땐 여자옷을 입고 있었지만 크면서 남자옷을 입었기 때문이다. 옷은 붉은색과 황금색이 섞인 비단이었고 두꺼웠다. 나는 스무살 초반으로 앳되어 보였고 아무리 봐도 예쁜 남자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마 꿈에선 항상 인상을 쓰고 무표정한 얼굴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칼이나 활 같은 무기를 잡은 적도 있어서인지 얼굴선 또한 여자라기엔 굵었다. 키도 170정도 되어서 사실 꿈을 꾸던 초반에는 여자라는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내 옆에는 한 남자가 있었는데 그는 반대로 여장을 하고 있었다. 어째서 남자라고 단정짓느냐면, 누구든 남자가 여장했다! 는 사실을 모를 수가 없기 때문이다. 180은 되어보이는 키는 차치하고서, 넓은 떡대나 큰 손발, 울퉁불퉁한 팔이나 다리는 아무리봐도 남자였다. 다행히 얼굴은 야성적인 여자라고 봐줄 만 했다. 소매랑 치마가 길어서 다행인건지 이 덩치를 여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단체 시력검사를 시켜야 할지, 아무튼 그는 내 옆에 서있었다. 언뜻 듣기론 내 부인(?)인것 같았다. 주위 사람들이 '여리여리한 왕에 우락부락한 왕비님, 딱이네 딱이야!' 라고 떠드는 사이 힐끗 그를 보았는데 좋아서 하는 결혼은 아니구나 싶었다. 뚱한 얼굴에 귀찮다고 박혀있었으니까. 그래도 잘생겨서 꿈꾸는 맛은 있었다.

그 뒤로는 드문드문 기억이 나서 잘 모르겠지만 그럭저럭 친하게 지낸것 같다. 서로 생활에 터치하지 않고, 왕비가 수행원 하나 없이 싸돌아다녀도 어떻게 입막음을 시켰는지 소문 하나 없었다. 변장하고 길을 가다가 남장한(?) 그와 만났을 때는 깜짝 놀라서 소리칠 뻔했다. 또 공연 보는 것을 좋아하는지 극장이나 연주회 비슷한 곳에서도 자주 만났다. 그는 공식적인 자리는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다 빠져서 언제는 한 악단의 공연을 보는데, 거리 관중들 속에 그가 섞여있기도 했다. 날 보고 싱긋 웃으며 쉿 하는 자세를 취하는 걸 보니 몰래 빠져나갔던 것 같다.

그는 유쾌한 편이어서 항상 신경이 곤두서있고 히스테릭한 나랑은 꽤 잘 맞았다. 난 여자라는 걸 언제 들킬지 모른다는 불안함, 왕이라는 자리에서 오는 중압감, 여리여리한 왕을 은근히 무시하는 대신들로 언제나 편한 날이 없었고 그때마다 그는 저자에서 본 사람들, 유랑하며 겪은 여러 재미난 일들을 얘기해주곤 하였다. 그러면 나는 평소의 낮은 목소리는 치우고 깔깔깔 웃곤 하였다.

그는 보고 있으면 보통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마음을 잘 이용하고, 완력이나 근력에서도 일반 남자들과는 달랐다. 남자처럼 훈련받고 자란 나는 평범한 남자 정도의 완력은 있었는데 그에게는 당할 수가 없었다. 남녀 신체 차이를 고려하고 보아도 그랬다.

어느 날 그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남장을 시켜가며 나를 세자로 앉힌 선왕, 그 선왕이 고른 세자빈. 이유가 있겠지만 이미 죽은 왕에게 물어볼 수는 없으니, 답은 알 수 없었다.

사실 이 꿈에서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건 한 부분인데 그날 아마도 대신들에게 비아냥을 받았던 것 같다. 대신들은 할 말이 없으면 항상 외모를 가지고 비아냥대곤 했다. 저리 작고 연약해 계집애같으니 대장부다운 면모가 없다, 풍채가 없으니 전하께서 하신 말들도 전하처럼 후 불면 사라지지 않으냐. 그들은 이런 말을 하며 서로 킥킥대었다. 침소에 들어서 옷을 갈아입히려는 사람들을 물리고, 용포를 벗고 저고리를 풀다가 눈물이 나왔다. 울면서 가위를 들고 용포를 자르려 했다가도 돌돌 말아 품에 껴안고, 그러다 다시 용포를 찢으려 하나 그저 어깨에 두를 수밖에 없었다. 이때 그가 들어왔다. 갑자기 열린 문에 내가 소스라치게 놀란 건 물론이고, 옷도 제대로 안 입고 울고 있는 나를 보는 그는 더 놀라 있었다. 평소에도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오곤 했는데 그날은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나는 용포를 걸치고 뒤돌아앉아 나가라고 말했다. 쪽팔리고 짜증나고 빨리 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는 나에게 다가와 나를 꼭 안아주었다. 그건 인간적인 위로였다. 그리고 이성으로서의 접촉이기도 했다.
여기까지 읽을 사람은 없겠지? 이 뒤는 생각대로다. 진짜 로맨스 소설이 될거 같아 생략한다.

저 한순간에 정신이 팔려서 뒷내용은 생각이 잘 안난다. 꿈꾼지 시간이 많이 흐르기도 했고, 사실 별 내용이 없기도 하다.

이 꿈에서도 전이랑 비슷한 부분이 있었는데, 그가 나를 보고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어. 나를 본적이 있어, 라고 했다는 점이다. 꿈에서는 그랬었지, 만났었지, 라고 정말정말정말 실감나게 느껴졌었는데 깨고 나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꿈에서는 전에도 이런 꿈을 꿨었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난 이런 꿈을 꾼적이 없다. 워낙 이런 적이 많아서 별신경은 안쓰이지만 아마 내 꿈에 가끔 나오던 사람이 아닐까? 하고 추측할뿐이다. 또한 그는 나올때마다 나랑 만난적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데, 잊혀지지 않기를 바라는 걸까? 아니면 이전에 만났던 '그'도 자신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은 걸까.

쓰다가 비슷한 꿈이 생각이 났는데, 머리는 짧지만 비슷한 인물이 나온 적은 있다. 그때도 아마 연인 비슷한 관계였던것 같은데 그때는 그 전에 꾼, 다른 꿈의 인물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었다.

이 꿈에 나온 그들의 공통점을 굳이 찾자면 내가 힘들때, 지칠때, 아플때 찾아온다는 것? 물론 힘들지 않을 때에도 나타나긴하는데, 80%정도는 힘들때 나온다. 이날도 몸살감기로 12시간이 넘게 자는 도중에 만났고, 다른 때에도 심적으로 힘들때 주로 나타났다. 아마도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이런 형태로 꿈에 나타나는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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