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정책상의 실패도 있겠지만 집권 당시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던 그의 가장 큰 문제는 말이었죠. 말 한 마디를 해도 너무 천박하고 극단적으로 해서 사람을 불안하게 하는 바람에 많은 사람이 그의 스타일에 반감을 표했죠. 사람들이 그를 대통령감이 아니라고 생각한 원인도 학력이 아니라 너무 직설적인 화법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상고 나왔지만 아무도 그의 학력을 문제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심지어 본인도 이렇게 말한 적 있습니다. "경제를 제외하고는 일은 잘 한 것 같은데, 말솜씨가 국정 솜씨를 깎은 것 같다"
그럼 여기서 그가 남긴 발언들을 몇 개 소개합니다. 자극적 표현이 들어 있거나 내용상 문제가 되는 것들만 골라봤습니다.
취임 3개월만에.. "이러다간 대통령직을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위기감이 든다" 미국에 가서는.. "만약 53년전 미국이 한국을 도와주지 않았을 경우 나는 지금 이 자리가 아니라 정치범 수용소에 있을지도 모른다." 한 미 fta 하고 와서는.. "농민들이 염치도 없다. 한미FTA 하면 또 돈 내놓으라고 하고, 한중 하면 또 내놓으라고 하고, 그렇게 갈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노동자가 분신하자.. "분신을 투쟁수단으로 삼는 시대는 끝났다" 손학규가 한나라당 탈당하자.. "보따리장수 같이 정치해서 나라 제대로 되겠냐" 신정아 사건 때.. " 요즘 깜도 안 되는 의혹이 많이 춤을 추고 있다" (하지만 결과는 특종"깜"이었죠') 남상국 사장에게..."좋은 학교 나오신 분이 시골에 있는 별 볼일 없는 사람에게 머리 조아리고 돈 주는 일 없었으면 좋겠다" (결국 이 말은 그를 죽음으로 몰아갔죠..) 행정수도 이전 반대와 관련해.."대통령에 대한 불신임 운동, 퇴진 운동으로 느끼고 있다"
그밖에도.. "민원인들은 오르락 내리락 속이 터진다. "XXX들 절반은 잘라야 돼"라고 말한다" "내가 다른 데선 덜렁덜렁하지만 북핵문제 만큼은 정말 섬세하게 한발한발 물 어보고 짚어보고 정말 신중하게 한다. 속된 말로 통박을 굴린다"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 "권력을 통째로 내놓을 수 있다" "부당하게 짓밟고, 그에 항의한다고 더 밟고 `맛볼래' 하며 가족을 뒷조사하고 집중적으로 조지는 특권에 의한 횡포는 용납할 수 없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사서 기분 좋은 사람들 언제까지 웃을 수 있을지 의문" "우리가 쓴 불법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 1만 넘으면 대통령직 사퇴하고 정계 은퇴하겠다." "남북대화 하나만 잘하면 다른 건 다 깽판쳐도 괜찮다" "합리적 보수니, 따뜻한 보수니, 별놈의 보수를 갖다놔도 보수는 바꾸지 말자는 것" "임기를 다 마치지 않은 첫 번째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한다" "북한에 비해 20년 가까이 10배 이상의 국방비를 써왔는데 그래도 한국의 국방력이 북한보다 약하다고 하면, 그 많은 돈(국방비)을 군인들이 다 떡 사먹었냐” “옛날 국방장관들 나와서 떠드는데 그 사람들 직무유기한 것 아니에요?" "요새 아이들도 많이 안 낳는데, 군대에 가서 몇년씩 썩히지 말고 그동 안 열심히 활동하고 장가를 일찍 보내야.." '우리 정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한다면 대통령 권력을 내놓겠다. 내각제 수준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이양할 용의가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평생 권위주의에 도전한 사람이라 그런지 자기 대통령직까지 타도해야 할 권위주의적 대상으로 본 것 같습니다. 대통령직을 걸고 재신임 국민투표를 하자고 하질 않나.. 못해먹겠다고 하질 않나.. 그 때 노무현 대통령 보면서 저 좋은 자리에 앉아서 왜 저렇게 징징대나 싶었습니다. 위의 발언들 보면 아시겠지만 대통령직 사퇴를 걸고 한 발언이 한두개가 아닙니다. 그리고 조중동에 대해서는 사적 감정 안 좋은 건 알지만 그래도 너무 싸운다 싶었구요. 그가 언론인이라면 저런 자극적 발언도 할만하고 조중동에 대해서 맞서 싸울만하지만 대통령으로서 그게 할 일이었나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결국 조중동하고 싸우는데 온 에너지를 쏟느라 했어야 할 일은 못하고..그렇게 쓸쓸히 퇴임했죠.. 언론인처럼 누군가와 맞서 싸우는 투사적인 면모가 요구되는 일이 그에겐 더 어울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대통령 하기엔 너무 감정적이고 너무 정의감에 불타는.. 그래서 결국 그렇게 스러져 갈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