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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막장님은 오늘 뜬눈으로 밤을 지세웁니다
게시물ID : starcraft_240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kidovelist
추천 : 16
조회수 : 153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09/10/25 02:46:39



경기를 하루 앞둔 24일 밤,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마막장님은 아직 깨어있었습니다.

달력을 봅니다. 시뻘건 핏빛 글씨로 25일 밑에는 vs이영호라는 짧은 한 줄의 문귀가, 흡사 데스노트에 적힌 그것마냥 지워지질 않습니다.
혹시 프영호는 아닐까 싶어 눈을 부비고 다시 보지만 현실은 시궁창입니다. 저번 시즌 다승왕인 그 테영호가 맞습니다.
발트리도 이정도 발트리면 고의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조감독님의 미움이라도 산 걸까요? 그럴 법도 해요. 요즘 떡실신한 경기가 꽤나 됐거든요.

감독 시발아 에결 나가서 두챔버짓고 처발릴 수도 있지. 이를 가는 마막장님의 손이 가늘게 떨립니다.

"마막장님 아직도 안 자고 뭐하세요?"
"매정우 개샛키야 지금 잠이 오냐?"

부시시 일어난 매정우에게 화가 뻗친 마막장님은 벌컥 소리를 지릅니다. 

매정우의 눈이 자다 깼음에도 불구하고 날카롭습니다. 설마 저놈도 긴장 때문에 제대로 못 잔 걸까요? 눈매를 보니 그런 것도 같습니다 
그래, 내가 막장이라서 긴장한 게 아니야. 저놈도 저러는데 뭘.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는 마막장님에게 매정우는 졸린 듯 눈을 부빕니다.

"잘 자다가 마막장님 때문에 깼네영. 그럼 저는 잘테니까 너님도 얼른 처주무세요. 불은 당장 끄고."

매정우가 그러고 다시 눕습니다.
저샛키는 긴장 없이 평소처럼 잘 잔 것 같습니다. 눈매가 날카로운 건 원래 그랬던 것 같습니다. 
자기만 개쪽팔리게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마막장님은 또 이를 갑니다.

밖에선 부스럭거리는 종량제 봉투 만지는 소리가 납니다. 생각해보니 오늘이 타지 않는 쓰레기 버리는 날입니다.
쓰레기당번은 병세입니다. 노크를 한 병세는 슬쩍 문을 열고 이쪽을 봅니다.

"마막장님 버릴 거 없으세요?"
"없으니까 심기 어지럽히지 말고 나가거라."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러면서 슬쩍 이쪽을 노려보는 병세의 눈빛이, 마막장님을 종량제 봉지 한켠에 담지 못해 아쉬워하는 눈치입니다.
말도 못하고 마막장님은 손을 젓습니다. 싸울 기운도 없습니다. 병세가 나가고 마막장님은 울고 싶은 기분으로 침대에 누워버렸습니다.

핸드폰이 울립니다. 문자가 왔답니다.
누구지 싶어 열어보니 영호입니다. 봐달라는 건가? 그런 행복한 망상으로 열어보니 문장이 제법 짧습니다.

[꼼딩새끼 010-3098-0XX9] 
[형님 저번 올스타전에선 피차간에 즐거웠죠?]

급히 액정을 덮은 마막장님의 손이 사시나무처럼 떨립니다.
이번엔 저샛키가 독을 제대로 품은 것 같습니다.
핵발사 메시지가 울리면 맞기전에나마 얼른 GG를 치리라. 그렇게 되뇌는 마막장님은 이불 속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습니다.

마막장님은 오늘도 고민이 많습니다.



그 시각, 조규남 감독님의 사실.

"형태야, 내 감이 아주 죽지는 않은 것 같지?"
"어휴, 감독님 정도면 신트리죠 신트리"

키득거리는 형태와 조감독님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피었습니다.
적의 에이스를 버리는 카드로 저지했다는 만족감입니다.

조감독님은 오늘도 고민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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