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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망했습니다
게시물ID : gomin_8132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2lub
추천 : 21
조회수 : 873회
댓글수 : 107개
등록시간 : 2013/08/21 00:43:17
대학에 다니고 있다가 2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가게 됐었습니다

원래 1학년을 마치고 갈 생각이었는데..... 어느날 어머니께서 저를 조용히 부르시더니 한 말씀 하시더군요.

남들 다 군대 빨리 갔다오라고 하는데..... 엄마가 미안하다. 2012년까지 국가장학금이 네 앞으로 나오니까...

네.. 차상위 계층 국가 장학금입니다. 제가 이제 나이가 되서 그게 적용이 안된다네요.

그래서 결국엔 2학년을 마치고 12월 군번으로 바로 군대를 가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제가 군대 가 있는 2년 동안, 조금씩이라도 돈을 모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못난 자식이 학교-알바-집 을 반복하는걸, 한참 놀러다니고 4년이나 사귀던 여자친구도 있었던 아들이 수능 끝나자마자 

알바에 목숨을 거는걸 더 이상 보기 싫다고 하셨습니다... 학비를 꼭 어머니 당신의 돈으로 내 주겠다고....

그 말을 들었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었습니다.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인 여동생이 내년이면 수능을 봅니다. 예정대로라면 저는 제대를 하고 동생의 수능을 응원했어야 할 처지겠지요.

하지만, 악착같이 살아오시던 어머니의 가게가 그만 망하고 말았습니다. 

조금씩이라도 돈을 벌던 가정 형편이 한 순간에 수입이 올 스탑....

당장 여동생 앞으로 넣어둔 적금과 제 적금 역시 붓지 못할 정도에 이르렀네요. 학교 다니면서 쉴새없이 일 하고 등록금 내고 남은 돈 700만원 통장을

신병위로 외박 나갔을 때 조용히 어머니 앞에 밀어드렸습니다. 그때 제 어깨를 잡고 우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 합니다.

기억속에 어머니의 모습은 힘든 가정형편속에서도 절대 아들, 딸 기를 죽이지 않겠다며 열심히 사셨습니다.

이제 그만 어머니의 어깨에 들러붙은 책임감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다행히 동생이 공부를 좀 합니다. 동생 대학교는 제가 보낼 수 있게 되었구요. 군대에서 알아보니 일반 사병에서 바로 부사관으로 전향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지원했습니다. 친구들, 그리고 헤어진 여자친구까지 뜯어 말리는 데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 어깨를 잡고 700만원이나 되는 돈을 니가 얼마나 힘들게 모았는데 이걸 내놓냐면서 우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생각나서,

대학교는 반드시 인서울, 과는 국어교육과를 가고 싶다는 여동생의 모습이 생각나서

결국엔 육군 부사관을 신청했고, 붙어서 곧 있으면 부사관 학교로 양성반 교육을 하러 갑니다. 3개월 동안 다시 훈련병보다 더 한 교육생의 삶을 살겠네요. 

 12월 부터는 육군 하사로 군복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돈 열심히 모아서 동생 등록금도 내주고, 동생에게 대학 입학 선물로 백은 아니더라도

지갑은 사주고 싶습니다. 이쁜 지갑 하나정도는 가지고 대학에 들여보내고 싶네요.


저 역시 사범대학교를 재학중이었습니다. 교사가 꿈이었구요. 하지만 지금 새롭게 꿈이 생겼습니다. 육군 부사관으로서 장기복무를 붙어서

꾸준히 돈을 벌고, 집안의 빚을 갚는 일이요.

언젠가 빚을 제 손으로 다 갚는 날 어머니의 손을 잡고 함께 울어보고 싶습니다. 그동안 고생하셨다고, 

저를 낳아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어머니께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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