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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베간 집이 망했습니다 작성자님..
게시물ID : gomin_8134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bW1lY
추천 : 11
조회수 : 324회
댓글수 : 31개
등록시간 : 2013/08/21 02:29:25
새벽에 마음이 착잡해서 몇자 끄적여 봅니다.
 
전 29살 입니다.
저희집은 완전 시골동네에 살았습니다.
유선방송도 안들어 오던 깡촌.. 공중파도 잘 안잡혀 SBS채널을 20살이 넘겨서야 겨우 스카이라이프로 볼 수 있었던 동네 입니다.
그나마 티비도 아버지가 어디서 중고로 얻어온 흑백티비 였지요...
아버지 연세 64세인데 마을에서 아래로 1분 뿐인 동네 입니다.
저희 집 어머니 첨 시집왔을 때 식기조차 없는 허름한 집이었습니다. 그나마도 저희 집이 아니었죠
아버지는 이웃집에 밥을 얻으로 다녔고 항상 고구마와 옥수수를 먹고 사셨습니다. (지금은 고구마 옥수수 입에도 안대십니다)
더군다나 아버지 동생(저한테는 삼촌)이 정신지체 1급 장애라서 아무것도 못합니다. 이 삼촌까지 데리고 살아야 했죠
더욱이 그 아래 동생(작은아버지)은 아버지랑 나이차이가 많이나서 어린 학생이었구요.
작은아버지도 중학교 때려치고 공장에 들어간걸 겨우빼서 중학교에 다시 보내셨습니다(너라도 배워야 한다면서)
아버지는 초등학교도 제대로 못나왔으면서 작은아버지를 농고까지 진학시키셨죠(그땐 농고가 최고였습니다, 지금은 억대연봉 대기업간부입니다)
저희 큰누나는 태어나서 먹을게 없어 설탕물로 겨우 배를채우고(엄마도 못먹어서 젖이 안나와서요) 커서
몸이 너무 약해 몸무게가 39kg나갔습니다. 지금은 조금 쪄서 40키로 초반정도 되네요
악착같이 살았습니다.
항상 산에 나무를 하러 다녔고 먹고 싶은게 있으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빈 유리병을 팔아 돈을 모으고
저희가 4남매인데 껌하나도 아까워 씹던껌 장농 유리에 붙였다가 다시 씹고 살 정도였습니다.
 
누나들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그런 세월을 살았기 때문에 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희 아버지 여자들도 배워야 한다면서 누나셋 전부 인문계고등학교 보내고 큰누나 둘째누나는 대학졸업까지 했네요.
막내누나는 일찍 사회나가서 돈번다고 대학포기하고 일 시작했구요
저희 동네에서 유일하게 인문계고등학교 진학한 여자 저희 누나셋이 전부 입니다.
다른 동네 누나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실업계 고등학교를 진학했고.. 그러고 보니 남자중에서도 저만 유일하게 인문계 고등학교를 나왔네요
이정도면 어느정도 시골일지는 감이 오실 겁니다.
아직도 나이 80넘으신 할아버지가 소끌고 밭을 갈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힘들게 힘들게 살아서 시골땅이지만 집도 짓고 마을에서 차도 제일 처음으로 샀습니다(사실 다들 나이들이 많아 운전할 사람이 없어요)
지금은 시장님까지 아버지를 만나뵈러 오실정도로 여기저기서 아버지를 알아주십니다. 지금 한국 어디 도시에서 시장이
평생을 농사만 짓고 사신분을 만나러 와서 조언을 구하겠습니까..
 
글에 부사관이 된다고 하셨는데 뭘하든 그 노력에 진실만 있다면 안될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졸업하고 처음 자리 잡은 직장에서 정말 많이 노력했습니다. 남들 3개월씩 하는 인턴생활 1달만에 끝내고
남들 인턴 끝날때 승진까지 했습니다. 살면서 부모님을 봐왔던게 큰 도움이었지요.
 
이렇게 살아오신 저희 아버지 내일 모레 큰 수술을 하십니다..
2001년에 뇌종양 수술을 했었는데 다시 발견이 되어 또 수술을 해야 된답니다.
너무 깊숙한 자리라서 뇌를 들어내고 제거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수술이라는데 마음이 착잡합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잘 버텨오셨고 건강하셨으니 잘 될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힘들게 살아온거 이젠 제가 보상해드리려고 합니다.
철없이 살아왔던 저에겐 오히려 저를 일깨워준 계기가 되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집이 망했다는 글쓴님,,,
항상 노력하면 언젠가 빛을 볼 수 있는날이 올겁니다. 그리고 지금 가족이 옆에 있다는건 가장 큰 축복일 겁니다.
저는 이 나이를 먹어서 깨달았지만 글쓴님은 모든 걸 일찍 깨달으셧네요. 성공하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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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주저리 두서없이 쓴 점 양해 부탁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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