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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물고기 모모를 보냈었는데, 형아물고기도 저를 떠났어요.
게시물ID : animal_893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YourDelight
추천 : 9
조회수 : 56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6/03 14:19:06
벚꽃같이 예뻤던 모모야, 하고 울음을 참으면서 오유에 글을 올렸었어요.
그게 5월 19일이네요. 벌써 꽤 지난 일이었네요.
방금 귀가를 했습니다. 1시쯤이요. 그런데 현관에서 보니 바닥에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그때 본능적으로 알았어요. 모모 옆에 늘 있던 형아물고기라는 걸요...

형아물고기의 이름은 파사드였어요. 
어항 밖을 늘 궁금해하던 녀석이었어요. 덩치도 모모보다 한참이나 커서 힘도 세고, 억척스러운 녀석이었죠. 
대신 때때로 느리고 우직해서 조금 바보스럽다 싶을 정도로 (물고기는 지능이 다 낮아서 이 말이 웃기려나요?) 행동이 둔했어요. 모모에 비해서요.
그런데 녀석은 제가 제 손으로 손수 처음 키운 물고기였어요. 몇 년 정도 베타를 키우겠다, 키우겠다 맘만 먹고 있다가 어느날 문득 들린
동네의 수족관에서 녀석을 봤었어요. 3천원. 좁은 컵 안에 있는 녀석은 다른 베일테일에 비해서 꼬리도 짧고 많이 색이 거뭇거렸어요.
하지만 등줄기로 난 푸른빛과 아래의 지느러미에 있는 발긋한 그 색이 너무 좋아서 뭐에 홀린듯 녀석을 데리고 왔어요.

4월인데도 날이 너무 추워서 제가 품에 꼭 끌어안고 왔었어요. 아주 꼭.
그리고 어항이 마땅한 게 없어서 급한대로 하룻밤만 컵에다 놓자, 싶어서 와인잔 안에다가 녀석을 넣었어요.
그땐 진짜 작았죠. 하지만 짧은 꼬리도 팔랑거리면서 돌아다니는 게 예뻐서 몇 시간을 넋을 놓고 봤었어요.

초보였던 저 때문에 우리 파사드는 피곤할지도 모르는데 되게 건강하게, 아픈 적 한 번 없이 저와 1년 넘게 지내줬어요. 1년 2개월이네요. 꼬박.
아픈 적이 없던게 너무 다행이에요. 모모 죽고 파사드 혼자만 본가에 데려갈때도 되게 마음이 안 좋았는데, 병치레 한 번 없이 있어줬으니까요.
가리는 건 또 없어서 주는 먹이마다 잘 먹고, 아몬드잎을 띄워주면 그 나뭇잎 위로 올라가 잎을 가라앉히면서까지 위에 있고 싶어 하던 녀석.
제가 어항에 붙어 파사드를 보면 자기 보는건 어찌나 그렇게 잘 아는지 쌩하니 헤엄쳐와 제 앞에서 쉴새없이 팔랑거리던 파사드. 

힘들때 저는 녀석을 보고 힘냈었어요. 힘들었던 지난 1년 제 옆에 파사드가 있어서 정말 즐거웠어요. 물론 모모두요. 

어제 어쩐지 기분히 쎄했어요. 모모가 죽은지 얼마 안되서였는진 몰라도, 왠지 파사드도 며칠 안에 저를 떠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자기 전 한시간이나 붙어서 녀석을 봤죠. 이렇게 오래오래 봐두면 왠지 헤어져도 아쉽지 않을것만 같아서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제가 어항에 붙어있자 녀석도 어디 가질 않고 제 앞에서 한 시간 동안이나 어항 가장 높은 곳에서 저와 눈을 마주치고 계속
1시간 동안이나 저를 바라봐줬어요. 제가 불을 끄고 자러가자 녀석도 그대로 자기가 잠드는 구석으로 내려가 잠을 청했었죠.

그런데 이렇게나 빨리 갈줄이야...그것도 저 없는 새에, 물 밖으로 뛰쳐나가서요.

부모님이 소리도 못내고 네가 만지지도 못하는데 너는 꼭 정말 니 새끼처럼 키우네, 하고 웃었었죠. 사실 모모보다 파사드는 저에게 더 큰 의미였어요.
뭐든지 처음이 큰거잖아요. 모모보다 못생기고 덩치도 크고 성격도 우악스럽지만 그래도 파사드는 제 첫 물고기였어요.
내새끼, 내 아들, 늘 파사드에게 말을 걸고 이쁘다, 이쁘다, 사랑해...하는 제 모습을 보고 엄마도 언젠가부터 네가 그게 무엇이든 사랑을 주는 게 좋은거다,
라고 하셨었어요. 

모모 옆에 묻어주는데 비가 추적추적 와요. 우산도 쓰지 않고 녀석 옆에 앉아서 가만 비를 맞게 해줬어요. 
그렇게라도 젖으라고... 전 파사드가 젖은 모습으로 갈 수 없던게 가장 슬프고 미안하고 가슴이 아파요.
모모도 파사드도 물 속에 있는게 가장 아름다운거잖아요, 물고기란건요.

눈물도 안났어요. 갑작스럽기도 하고...뭔가 알게모르게 준비를 했던 것 같아요.
그냥 묻기 전에 한참이나 흙 위의 파사드를 보면서, 파사드, 이노무시키야, 물밖이 그리 궁금했어? 어땠니? 엄마 없어서 무서웠지? 미안해...
이 말 밖에 나오지 않더라구요.

모모 옆에서 싸우지 말고 둘이 잘 놀라고 부탁했어요. 둘은 아주아주 행복하게 넓은 물 속에서 헤엄칠거에요!

제일 아쉬운건 이제 집에 들어와도 저 혼자라는거네요.

전에 모모 글에서 어떤 분이 "우리 삶이 사랑받고 기억되기 위해 존재한다면 모모는 정말로 행복한 삶을 살았네요" 라는 답글을 달아주셨어요.
감사합니다. 비록 모모가 직접 말을 해준 건 아니지만 댓글로나마 나는 그래도 모모가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해줬구나, 라고 느꼈어요.
제 주변의 모두가 파사드, 모모 두 물고기에게 저는 충분한 애정을 쏟았으니 그걸로 녀석들은 행복했을거라고 말해줬어요.
그리고 지난 모모의 글에 댓글을 달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물론 만질 수 있고 껴안을 수 있다면 좋아요. 저도 강아지를 18년이나 키우다 몇년전에 보내줬거든요. 그런데 파사드와 모모를 키우면서 느꼈어요.
그게 어떤 것이든 상관없어요. 하물며 물건에라도요. 중요한건 마음인 거 같아요. 나는 비록 제게 말을 걸지도 못하고 저를 위해 재롱도 부리지 못하고, 제가 껴안을 수도 없지만 작은 어항 속에서 헤엄치던 녀석들의 꼬리만으로도 제 모든 걱정과 힘든 일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거든요.

비록 당분간 미안함과 여러가지 기분들로 인해 어떤 생명을 책임진다는 중대한 임무(?)를 맡을 순 없겠지만, (마음속엔 파사드와 모모가 아직 헤엄치고 있으니!) 언젠간 그 어떤것을 키우던 파사드와 모모한테 못했던 만큼 더 사랑을 쏟으렵니다. 

위로해주셨던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지난번에 정말 감사했어요.

여러분도 곁에 있는 모든 반려들에게 사랑을 듬뿍 주세요.
그 순간에는 충분히 줬다고 생각되지만 막상 떠나고 나면 모든게 다 후회스럽고 미안해지더라구요.

파사드, 엄마 아들로 1년 넘게 지내줘서 고마워. 
너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물고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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