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제 아이는 유치원에서 불미스러운 일을 겪었고,
저는 그로인해 교육자를 비롯한 사람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태였습니다.
제대로 된 가치 판단도 쉽지 않았고, 심지어 결정 장애까지 나타나서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블로그에 관련 글을 연재하면서, 그리고 제가 받은 상처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면서부터
슬픔은 조금씩 분노로 변해갔습니다. 그리고 궁금해졌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저는 많은 기관에 민원을 넣었고, (아직까지는) 그 어디서도 만족스러운 대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많은 민원 담당자들이 '교묘하게 비껴가는 듯한' 느낌의 답변만 보냈기 때문입니다.
글마다 제가 원하는 답변보다는 위로의 글이 넘쳐났습니다.
더 슬퍼졌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위로가 아닌 책임 있는 태도와 냉철한 상황 판단력을 가진 전문가의 답변이었기 때문입니다.
마침 교육감 선거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누굴 지지해야 할지 선택할 수가 없었습니다.
투표는 꼭 해야 하지만 여당도 야당도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냥 "쟤가 싫어서 얘를 찍을래'라는 식의 선거는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교육감 후보 캠프로 "안녕하십니까. 저는 서울 시민이자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큰 아이는 이제 여섯 살로 유치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로 시작하는 메일을 보냈습니다.
현 서울시 교육감은 문용린 후보(현재 지지율 1위)입니다. 저는 서울시 교육청으로부터 만족스러운 답을 얻지 못하였기 때문에 문후보에게 질의서를 보내지 않았습니다. 보내봐야 가장자리만 뱅뱅 도는 답신이 올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보수 단일후보인 이상면 후보는 지난 교육감 선거 때 문용린 후보의 당선을 위해 자진 사퇴를 하였고, 그 대가로 이번 선거에 보수 단일 출마를 약속받았다고 한 사람입니다. 그러니 문용린 후보와 다를 바 없다고 여겨져 역시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고승덕 후보(현재 지지율 2위)와 조희연 후보에게 질의서를 보내기로 결심했습니다.
제가 보낸 질의서에 성실하게 답하는 사람을 위해 소중한 투표권을 행사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작은 사람입니다.
유명 일간지나 방송국 기자도 아니고
이름있는 교육학자도 아닙니다.
그저 평범하게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서울 시민일 뿐입니다.
그런 제가 보낸 질의서에 성심성의껏 답신을 보낸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주 '괜찮은 사람'일 테니까요.
특별한 사람이 나타나 한 번에 바꾸는 것이 아니라
괜찮은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져서 조금씩 좋아지는 세상,
제가 생각하는 참 좋은 세상입니다.
'그래 당파고 뭐고 다 필요 없이, 그냥 괜찮은 사람이 있는지 찾아보자.'라는 심정으로 질의서를 보냈습니다.
교육감 후보의 메일 주소를 찾아서; http://ehsummit.blog.me/220011682892
교육감 후보 사무실 전화 통화 내용; http://ehsummit.blog.me/220014040726
"저는 안내를 맡고 있으며 관련 부서로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데요.
보내주신 메일 주소는 공용메일이기 때문에 다들 들어와서 보는 주소입니다.
...
정책실 부본부장님과 통화를 했거든요.
업무를 총괄하시기 때문에 내용을 말씀드렸고 부본부장님이 내일까지 메일 답신으로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좀 늦어서 죄송스럽고요.
이렇게 하시는 것은 유권자로서 당연한 권리시고요, 이런 분들이 많아야 우리나라 교육과 관련 정책이 잘 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한 후보 캠프에서 메일로 답신을 받았습니다.
눈물이 났습니다.
제가 듣고 싶었던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있었습니다.
저는 xx유치원이 극악하다, 없애야 한다는 식의 답을 기다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현실적인 해결 방안을 듣고 싶었는데 이제서야 그 답을 듣게 되었습니다.
어디까지나 '안'일 뿐이며 구체적인 정책은 준비 중이라는 말에도 불구하고 심장이 두근거렸습니다.
빙빙 둘러대지 않고 정직하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좋은 교육자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좋은 정치가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낮은 소리에도 귀 기울일 줄 알고
무엇이 옳은 것인지 알고 있으며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괜찮은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참 '괜찮은 사람'은 바로 조희연 교육감 후보님입니다.
물론 판단은 각자의 몫입니다.
그에 따른 결과는 우리 아이들이 받게 되겠지만 말입니다.
조희연 후보 캠프에서 보내온 답신에서 주요 부분을 공개합니다.
제가 받은 편지이므로 제 마음대로 공개합니다. ^^
이 '괜찮은 사람'이 당선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모든 스크랩 조건을 허용합니다.
출처만 밝혀주신다면 복사하기, 붙여넣기 뭐든 상관없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괜찮은 사람'을 알아봐 주면 좋겠습니다.
질의응답 형식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이들의 현재는 그 아이의 미래와 바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훌륭한 성원이 될 자원인 우리 자녀들이 잘못된 유아교육으로 인하여 왜곡된 성장과정을 거친다면 이는 우리 자녀들에게도 또한 대한민국으로서도 불행입니다. 현재의 유아교육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만족스런 청소년 교육도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저희 조희연 선거대책본부는 유아교육이 제대로 이우러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현재 구체적인 안을 준비 중인데 약간의 시간이 더 필요한 관계로 깊이 있는 답변을 드리지 못함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그 안이 마련된 후에 감자댁님이 주신 질문에 답하고자 하다가 이렇게 뒤늦게 답변을 올려드림을 양해해주십시오.
(1) 서울 시내 유치원들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현재 서울시내에 있는 유치원들 대부분이 사설 유치원입니다. 견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곳도 많지만, 상당수는 운영에 실재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방향에서 이런 문제를 다루어야 하는가 하는 기본적인 원칙이 정해져야 관리 감독이 가능해지겠죠. 무조건적으로 부실 유치원을 정리한다고 하는 것도 대안 없는 즉흥적 행사가 되겠구요, 교육청 혹은 시청의 예산을 추가적으로 투입하는 것도 단기적 발상입니다.
유치원 전반의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기본적인 원칙이 서야 합니다. 병설 유치원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치원 발전을 위하여 어떤 관리 기구가 필요한지 하는 것 모두 유아교육이라는 큰 틀에서부터 고민되어야 합니다. 저희가 정책으로 내세우는 유아교육 공교육화 또는 공영화는 현행 유아교육 체제를 재편하는 틀입니다. 이 큰 틀 내에서 유치원 육성계획과 관리 감독 등의 시스템을 준비하겠습니다.
(2) 유치원내 폭력이나 집단 따돌림, 폭언 등이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흔히 일어나는 필연적인 일’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다툼은 어느 사회에서나 필연적이라 하겠습니다. 다만 그 성격에서는 많은 차이가 있겠지요. 더구나 아직 사회성을 획득하지 못한 어린이들은 이기적 속성에서 기인하는 다툼 요인을 당연히 갖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경향성이 폭력 등의 파괴적인 형태로 표출되는 것은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인성의 피폐라는 지극히 나쁜 결과를 가져다줍니다. 한 자녀 가정이 많아지면서 형제애도 모르고 자라는 어린이들이 급증하고 부모의 과도한 관심과 애정 때문에 삐뚤어지는 자기애를 가진 어린이들이 늘어나는 현재에, 이런 폭력적인 유형의 행동양식이 일반적인 것으로 인식될 위험이 상당히 큽니다.
어린이 교육은 자신의 이기심이 자신을 넘어 주위로 확산되는 과정입니다. 현재 우리 사회가 이웃을 사랑하지 못하고 자신의 이기심에 종속된 채 살아가는 어른들을 양산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인성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입니다. 흔히 ‘어른들의 유아성’이라고 불리는 경향들은 바로 이런 인성교육의 부재에서 비롯됩니다.
집단화한 폭력이 일반적이라고 파악하는 현실인식은 어쩌면 유아교육 자체를 포기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자기애로부터 시작하여 형제애, 가족애, 친족애,고장애 등으로 확산되어지는 교육과정은 집단화한 폭력의 부정에서부터 시작됩니다.
3) 사회성이 부족하거나 기질이 예민한 아이는 원내폭력의 피해를 입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질문 내용에 대한 찬성 쪽이 엘리트 교육을 주장하는 분들의 주장입니다. 선도 그룹을 위하여 하위 그룹이 희생해야 한다는 의식이 존재하지요.
앞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사람을 위한 교육은 폭력성의 표출을 제어하고 그것을 이기심의 확장에서 얻어지는 사랑의 영역 확대를 통해 포용해내는 일입니다. 사회성 부족은 모든 유아기 어린이들의 대표적 특징이고, 기질이 예민하다는 것은 다른 아이보다 특별한 감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런 이유로 피해를 입어도 당연하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어린이들을 고정된 틀 속에서 이해하고, 이런 어린이가 바른 어린이다 라고 믿어버리는 순간, 살아 있는 교육은 사라집니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어린이를 일반적인 잣대 속에서 재단해서는 아이의 미래도, 우리나라의 미래도 창의성 없는 무미건조한 것들이 될 것입니다.
4) 해당 유치원 교사들은 ‘지금 이 상황을 아이가 견디지 못하면 초등학교 가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러므로 공식 사과 없이 아이가 이 상황을 가해 아동과 계속 지내면서 이겨내야 한다.’고 주장하였는데, 정말로 서울 시내 공립초등학교가 어렸을 때부터 폭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자라야 견뎌낼 수 있을 만큼 잔인한 곳입니까?
억울한 심정을 눌러 참아가며 성장해야 한다면 그러 교육은 사이코패스를 양산하는 교육일 것입니다. 스스로 옳다고 믿는 것에 목소리를 높이고 아닌 것을 아니라고 행동으로 하는 어린이들이 훌륭한 어린이 아닐까요.
잘못한 일이 없이 피해를 당했는데 가해자가 부당한 행사를 사과하지 않은 상황에서, 아무런 장치 없이 피해자가 가해자와 함께 하는 공간에서 스스로 견뎌내라 하는 것은 또 한 번 가해하는 일입니다. 어른들도 그런 상황을 극복해내기 쉽지 않습니다. 자기 소신을 잃은 채 식물처럼 살아가는 인간이 훌륭한 인간이라면 그런 교육이 바람직하겠지요.
성장하면서 많은 어린이들이 변해갑니다. 그 변화를 바람직하게 끌고 가는 것이 교육의 역할입니다.
(5) 관할 교육청 장학사는 이 일이 교육청의 소관이 아니라고 했는데 두 후보님들께서도 같은 생각이십니까?
한 영역을 주관하는 기관이 그 영역에서 일어난 일을 두고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고 하는 것은 책임 방기입니다.
유치원과 학부모가 알아서 해야 한다는 건 유치원 편을 들어준 것일 테지요. 집단과 개인 학부모 관계는 개인 학부모가 약자입니다. 교육청은 당연히 약자의 편을 들어 중재해야 합니다.
(6) 처벌을 하려면 ‘고의성’이 입증되어야 한다는데 아이들 말은 사실과 거짓이 섞여 있으니 신뢰할 수 없고, CCTV도 없고, 녹음된 자료는 실제로 본 것이 아니니 믿을 수 없고, 교사는 ‘몰랐다’라고 하니 ‘고의성이 있다고는 볼 수 없다’고 하는데 이런 조치가 유치원내 폭력(교사폭행, 동급생 폭행 등)문제를 근절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더욱 양산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말씀하시는 내용만으로는 정확한 판단이 어렵습니다. 아이들 증언의 사실성 문제가 어느 정도인지, 교사가 원생들의 집단 내 갈등 문제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 등을 자세히 알아야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피해자가 있고 가해자가 있는 상황은 분명하기에 이 상황은 피해자 중심에서 바라보아야 합니다. 원하시는 처벌이, 같은 원생을 가진 부모로서 가혹하지는 않으리라 짐작됩니다만, 수용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됨으로써 오히려 원만한 결과를 도출해내지 못하는 쪽으로 흘러간 것 같습니다.
유치원과 교육청의 불성실이 큰 문제로 보이고, 회복적 정의의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더라도 원만한 대화가 최우선되어야 했던 일이었습니다.
(7) 교사의 잘못은 죄가 되지만 교사의 무능은 죄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교사의 무능으로 아이가 죽거나 크게 다쳐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십니까?
교사는 무조건 학생들을 책임져야 합니다. 세월호 참극의 과정에서 보여준 교사님들의 헌신이 바른 교사상이 아닐까요.
(8) 유치원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덮기에만 급급한 유치원 교사들의 행동은 과연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무엇이 문제일까요?
우리나라 전반이 ‘책임’하고는 거리가 먼 듯합니다. 그 누구도 제대로 책임지는 분을 보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부패’와 같은 고리로 엮이면 국가가 총체적 난국에 빠질 것입니다.
누군가를 사회적으로 아웃시키기 위해서 책임을 주어주는 것이 아니라, 희생이나 사고를 막고 단체의 효율적인 운영을 꾀하는 의미에서 책임선을 분명히 하고 책임을 지도록 강제하는 사회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9) 후보님들께서 만약 당선 되신다면 임기 내 만들고자 하는 유아교육의 모습은 무엇입니까? 현실적으로 가능한 부분들을 간략하게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친구들과 즐겁게 뛰어놀면서 주위로부터 받는 사랑에 행복해하는 어린이들을 꿈꿉니다. 우리말도 잘 구사하지 못하는데 영어를 강제로 배워야 하고, 초등학교가 무엇인지 모른 채 서울대학교라는 말부터 들어야 하는 교육은 절대 아닙니다. 인성과 창의는 교육의 기본입니다. 기본에만 충실해도 좋은 유아교육이 이루어진다 생각합니다.
세부적인 혁신은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유아교육의 공교육화라는 큰 틀에서의 변화를 기대해주십시오.
(10) 가장 좋아하는 동요는 무엇입니까?
애들도 다 키워서 동요와 멀어진 지도 한참 됐습니다. 약간 당황!
“올챙이송”
밝고 명랑하고 경쾌해서 좋습니다.
전 그냥 질문을 한 것 뿐인데,
조희연 선거대책본부에서는 정책을 짜고 있다고 합니다.
맘스홀릭 회원님들께서는 어떤 후보를 지지하고 계신가요?
함께 보면 좋은 글,
G단조님의 [자식이 뭐라고(고승덕, 정몽준, 조희연 아들)] http://hayanee.blog.me/220015916936
[서울을 제외한 17개 교육청에 넣은 민원] - 계속추가예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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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http://cafe.naver.com/cafedaissue/4568
[3] 경기도교육청 http://cafe.naver.com/cafedaissue/4569
[4] 울산광역시교육청 http://cafe.naver.com/cafedaissue/4663
[5]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 http://cafe.naver.com/cafedaissue/46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