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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나쁜 딸이죠..?
게시물ID : bestofbest_813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이고ㅠ
추천 : 235
조회수 : 47417회
댓글수 : 0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2/09/06 11:59:07
원본글 작성시간 : 2012/09/05 15:46:08

 

방금 엄마랑 싸우고 집에서 혼자 꾸역꾸역 학교 숙제하다가 기분 너무 울적해서....여기에라도 털어놔요.

 

저희 집 사정은 엄청 안 좋아요. 아버지는 교도소에 계시구, 어머니는 식당 일 하시는데 벌이도 좋지 않아요.

제가 늦둥이라 아버지는 칠순 넘으시고 어머니는 예순이 넘으셨어요. 그 나이 많은 분들이, 특히 어머니가

식당에서 혼자 일하시는거 보면...진짜 너무 안쓰럽고 눈물 날 때도 많아요.

 

저는 대학생 이구요. 3학년 여자에요. 집안 사정 어려운거 아니까 대학 와서는 용돈 한 번 받은적 없이 알바해서

제 생활비 전부 감당했어요. 아버지 교도소 들어가시고 난 후에는 알바비 중 절반을 매달 어머니께 드리고 나머지로

생활했구요. 아! 혹시나 해서 그러는데 아버지 막 강도나 나쁜 짓 해서 들어가신거 아니에요. 친구 분 보증을 잘못써서

경제 어쩌구 하는 명목으로 들어가신거에요. 그래서 전 아버지가 부끄럽지 않아요. 하지만 원망스럽기는 해요. 아주 많이.

아빠를 보면요, 애증이라는 말이 어떤건지 정말 실감해요. 우리 아빠는 저 엄청 사랑해주셨거든요. 늦게 보신 자식이라 그러신지

저를 많이 애지중지 해주셨어요. 제가 부탁하면 어려운 살림에도 전자사전, 노트북 빚까지 져가며 철없는 딸 선물해주시고

좋아라하셨던......그만큼 절 사랑하세요. 제가 아, 나 사랑받는 애구나 하고 느낄만큼.

 

저는 호적상에 어머니가 실제 어머니와 달라요. 아버지가 결혼 중 어머니를 만나셨고, 전 부인이 이혼을 계속 해주지 않아

호적에는 제가 그 분 딸로 들어가있어요. 형제도 배다른 분들이 세 분이나 계시는데, 다 저와 제 어머니를 미워해요. 하긴

그 분들 입장에서는 저랑 어머니가 가정파괴한 원수겠죠. 어머니는 아버지 유부남인것도 모르셨는데....

 

아무튼 가정사는 여기까지하고, 지금 엄마랑 사이가 서먹해져서....엄마가 저 몰래 제 카드로 대출을 하셨거든요.

어머니 아버지 모두 신용이 회복하기 힘든 상태라 제 신용카드를 여러개 발급해서 생활하고 있어요. 어머니 일하시는 가게도

명의는 제꺼구요.

 

너무 가슴아픈게요. 어머니가 제 눈치를 봐요.....

신용카드 만들때도 만들어달라 말하시면서 눈 피하시고, 오늘도 대출 하시고 저한테 죄지어서 미안하다고 우시고...

대출 그까짓거 엄마가 그 돈으로 옷을 사시나요 가방을 사시나요. 다 우리 먹고 사는데 들어가는건데 그게 뭐가 미안하다고.

괜히 그 모습이 가슴아프고 짜증나서 도리어 화를 내버렸어요. 엄마한테는 씻을 수 없는 상처겠죠? 이거 쓰고 다시 가게에

갈려구요. 지금은 감정이 갈무리가 안되서....눈물만 자꾸 나와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희 부모님은 절 너무 사랑해주셨어요. 절 위해서라면 목숨도 버리실 만큼 많이요.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 급식비, 학비 못내서 맨날 불려가고 돈 없어서 울고 쩔쩔맸지만 그래도 제가 원망 한 번 안하고 큰 건

제가 그 분들께 받은 사랑이 돈에 비할바가 아니라는걸 너무 잘 느꼈기 때문이었어요. 전 사랑받는 딸이니까요.

 

이런 세상에 저 이만큼 사랑해주는 부모님 계신게 어딘데....저는 괜히 짜증내고, 힘들다고 투덜대고.

학교다니고 과외 4개씩 뛰고 있는데도 생활은 빠듯하네요. 그치만 그 이상으로 저한테 소중한 건 따로있는건데 중간중간 잊고살아요.

부모님 연세도 많으시고, 제가 철이 더 일찍 들어야하는데 많이 부족하네요.

그냥...푸념이었어요.

 

힘내야겠죠? 예전에 여기 글 중에서 어떤 여고생이 혼자 살면서 학비감당하고 그러면서도 열심히 밝게 사는 이야기를 읽고

많이 감동받았었어요. 전 그 분에 비하면 고생이 비할바가 아닌데...제가 철이 너무 부족합니다ㅠㅠㅠ

이 나쁜 딸은 이제 엄마한테 가서 눈물로 사과하러 갑니다.

이건 그냥.....그 전에 쓰는 반성문이에요...ㅠㅠ 철 없는 딸 용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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