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기억 나? 우리가 어머니한테 결혼한다고 말씀 드린 날?”
“어떻게 내가 그 날을 잊겠어? 어머니한테 결혼한다 말씀드리고 함께 저녁을 먹은 후 산책까지 했는데. 아, 그 날 릴리(바크셔 호수에 이들이 붙인 애칭)는 정말 아름다웠어.”
“그 때 누군가를 만났던 것도 기억해?”
데일리는 놀라 입을 다물지 못 했다. 너무 큰 소리로 숨을 삼켜 제임스가 그녀의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 댈 정도였다.
“그렇다면 그가? 살아 있었어?”
“그래, 여길 봐, D라는 말. 이건 그를 상징하는 말이야.”
2009년의 그 날, 제임스와 데일리는 어머니인 메릴랜드의 양 팔을 껴안고 릴리의 주변을 산책했다. 호수는 고요했고 메릴랜드는 감격한 얼굴로 눈물을 보이기까지 했다.
“난 너희 둘 모두를 사랑한단다.”
메릴랜드 부인은 고개를 돌려 제임스와 데일리의 얼굴을 차례로 쓰다듬었다.
“평생 너희를 축복하마.”
“고마워요 엄마. 우리 자주 올게. 너무 외로워하지 말고 있어.”
데일리가 메릴랜드 부인의 손을 꼭 붙잡았다. 그들이 행복한 얼굴로 자리를 잡고 앉으려는 순간, 자동차가 굉음을 내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제임스가 긴장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섰고 데일리는 메릴랜드 부인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굉음에 놀란 새들이 날아 올랐고 잔잔한 호수 위로 파동마저 이는 듯 했다. 80년형 구형 포드 자동차가 그들 앞에 멈춰 섰다. 포드에서 내려선 인물은 빈스, 그리고
“데이비슨 카테필드.”
제임스가 주먹을 쥐며 말했다. 데이비슨과 빈스는 능글맞은 웃음을 띄며 그들에게 다가왔다.
“날 알아봐주니 영광인걸? 나는 널 처음 보는데 말야.”
“디(D)! 너 이 녀석! 너 여기가 어디라고 까부느냐?”
“거 참, 노인 양반은 입 좀 닥치시고.”
데이비슨이 메릴랜드 부인을 험악하게 쳐다 봤다. 빈스가 주먹을 쥐고 우그러뜨리는 소리를 냈다.
“우리는 여기 이 두 남녀에게 볼 일이 있으니까. 소년원에서 탈주했던 두 전직 범죄자들이 바크셔를 드나드는 꼴을 못 보겠다는 사람들이 있거든. 초면이지만 잘 부탁해.”
데이비슨이 제임스 앞으로 나섰다. 제임스는 무표정한 얼굴로 데이비슨과 빈스를 번갈아 쳐다 봤다. 데일리는 몸을 사시나무처럼 떠는 메릴랜드 부인을 안고 위로했다. 데일리의 얼굴이 분노로 하얗게 질렸다.
그 날 유난히 밝았던 달빛이 이들 등 뒤의 공사장 터를 비췄다. 그 팻말 위에 <바크셔 생태 연구소>라는 말이 박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