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한국축구를 또다시 ‘네덜란드 콤비’가 구한다. 대한축구협회는 축구대표팀 사령탑과 수석코치에 각각 딕 아드보카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감독(58)과 핌 베어벡 전 대표팀 코치(48)를 ‘0순위 후보’로 올려놓고 협상에 들어갔다. 축구협회는 이르면 추석 전에 협상이 타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의 영입이 성사되면 태극호 지휘부는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에 이어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도 네덜란드인으로 구성된다. 한·일월드컵 때는 거스 히딩크 감독(60)과 베어벡 코치가 태극전사들을 이끈 바 있다.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3일 <스포츠칸>과의 인터뷰에서 “아드보카트 감독의 풍부한 국제대회 경험과 베어벡의 한국선수에 대한 노하우가 결합됐을 때 ‘시너지 효과’가 난다고 판단해 영입 협상을 시작했다”며 “비록 아드보카트 감독이 UAE 지휘봉을 잡고 있지만 한국행에 대한 의사를 밝힌 만큼 일이 잘 풀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드보카트는 유로 2004와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각각 4강과 8강에 올려놓은 명장으로, 지난 7월18일 1년 계약조건으로 UAE 사령탑에 올랐다. 하지만 UAE 축구협회가 “1년 간 좋은 성적을 내야 오는 2007년 걸프컵 때도 대표팀을 맡길 것”이라고 압박해 떠날 결심을 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베어벡 코치가 한국행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협회는 아드보카트-베어벡 콤비가 독일축구를 안다는 점에도 큰 점수를 주고 있다. 내년 월드컵이 독일에서 열리는 만큼 현지 운동장과 기후 등 세심한 부분까지 아는 ‘지독파(知獨派)’가 필요하다고 본 것. 이들은 지난시즌 보루시아 뮌헨그라드바흐 감독(아드보카트)과 코치(베어벡)로 활약하며 독일 분데스리가 1부리그를 경험한 바 있다.
축구협회가 아드보카트-베어벡을 우선협상 대상자에 올린 데에는 기술위원회와 대외협력국의 요구가 큰 몫을 했다.
기술위는 히딩크-본프레레로 이어진 네덜란드 축구의 흐름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대외협력국은 아드보카트가 협회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에이전트사 KAM 소속이라는 점 때문에 호감을 보였다.
축구협회는 네덜란드 콤비 영입이 실패할 경우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50)과 바비 롭슨 전 잉글랜드 감독(72)을 ‘대안’으로 삼고 있다. 이들이 에이전트를 통해 수용 가능한 연봉(60만~80만달러)과 부대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한편 축구협회 기술위는 이날 2005년 제11차 기술위원회를 열고 외국인 감독 7명을 차기감독 후보로 추렸다는 ‘형식적’인 발표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