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우리의 승리를 다시는 빼앗기지 않기 위하여
게시물ID : sisa_8140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권종상
추천 : 0
조회수 : 21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2/10 06:50:44
탄핵이 가결됐습니다. 234표. 친구들과 탄핵이 과연 몇 표로 이뤄지나를 맞춰보자고 해서 저는 225표 정도 나올 거라고 했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홉 표 정도가 더 나왔습니다. 그만큼 새누리당 국회의원들도 급했던 모양이지요. 그들은 생존 본능으로 투표했을겁니다. 다음 선거에서 그들이 살아날 수 있을까 하는 공포감을 가지고.

사실, 오래 전부터 이 정권이 제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하고 문을 닫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긴 해 왔었습니다. 벗님과의 대화에서 우리는 탄핵보다는 조금 더 '끔찍한' 방식으로 이 정권이 끝날 것 같다는 이야길 했었는데, 다행히 그런 일이 없었다는 것이 다행입니다. 그녀에게도, 또 우리에게도. 

스르자 포포비치의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을 읽으면서 우리도 이렇게 될 수 있을까 했는데, 우리는 더 위대하고 더 큰 첫 승리를 이뤄냈습니다. 시민들의 풍자와 문화적 발랄함,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엄숙함은 결국 탄핵을 이뤄냈고, 이것은 영국의 명예혁명에 버금가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선출된 국가의 공복이 아니라 지배자로 군림하려 했던 대통령이 망가뜨린 우리의 국격을 다시 바로세운 것은 바로 촛불을 든 주권자들이었습니다. 

다시 박근혜에게 감사하게 되는 것은, 그녀가 하야나 퇴진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 때문입니다. 그랬다면 많은 이들이 그녀를 용서했을 겁니다. 그러나 역사는 이제 더 이상 그 용서의 반복을 허용해선 안된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기라도 하듯, 그녀는 탄핵에 임하는 무리수를 뒀고, 그것은 결국 위협을 느낀 친박들마저 그녀로부터 등으로 돌리는 결과를 가져온 겁니다. 그리고 그 숫자가 증명하는 것은 위대한 시민의 힘이었던 것이고. 

미국에 사는 저와 제 친구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 결과를 지켜봤을겁니다. 탄핵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페이스북과 카톡, 텔레그램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시애틀 시간으로는 밤 열한시가 넘었던 시각, 그 시간에 함께 '미주동포설록'을 녹음하고 있는 동부의 벗님들에겐 이미 새벽 두 시가 지난 시각이었습니다. 

우리에게 있는 이 위대한 힘, 과거처럼 그 과실을 또 빼앗기지 않게 그것을 지켜낼 때입니다. 또한 지금의 대의민주주의 체제 아래서도 그것을 컨트롤할 수 있는 직접민주주의로서의 힘을 가진 시민으로서, 우리는 현대 문명이 우리에게 허락한 이기들을 통해서 저들에게 계속 압력을 가하고 감시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겁니다. 그리고, 이제부터 진짜 시작입니다. 지금부터는 헌법재판소 앞에서 촛불을 켜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정치가 저들의 것만이 아님을 제대로 보여줘야 합니다. 


시애틀에서...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