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지금 이런 글을? 분탕이 의돈가? 식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겠지만, 탄핵정국이 정리될 때 까지 기다렸다 올리는 글입니다. 바꿔 말하면, 이제서야 글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는 소리죠.
이런 이야기는 경선때 하자는 의견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저희 당이 경선을 언제 시작할지 알지 못합니다. 만약 1월에 탄핵이 인용되고 20일동안 번갯불에 콩구워먹듯 경선을 하게 될 수도 있겠죠. 이런 식이 되면 시장님에 대한 충분한 의견을 표명할 시간적 여유가 없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 올리게 됐습니다.
이 이야기를 단순한 내부분열이라고 평가하지는 말아 주세요. 우리는 당장 새누리당이 내부분열을 하지 않아서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걸요. 내부분열을 막기 위해 안철수를 검증하지 않았다가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저는 이재명 시장님을 좋아하지 못합니다. 민주당 주자가 대권주자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 기쁜 상황에 민주당 지지자면서도 괴로움을 느낀다는게 참 슬픈 이야기긴 합니다만, 저는 지금 상황이 괴롭습니다. 제 신념과 이재명 시장님의 신념은 같은 줄에 설 수 없어 보이니까요.
이건 개인에게 엮인 여러 논란들로 인한 불호가 아닙니다. 정통 관련 이슈, 음주운전 이슈, 논문표절 이슈, 백모 수행비서 이슈, 김부선씨 이슈, 판교 철거민 이슈... 이런 것들의 영향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만, 이것들의 영향만은 아닙니다.
제일 중요한 이유는 이겁니다. 이재명 시장님은 본인의 편이 아닌 사람을 동등한 국민으로 보지 않으시는 걸로 보입니다.
트위터를 하시는 분은 많이들 아실 겁니다. 이재명 시장님에게 거슬리는 이야기를 하면, 트위터에 주소를 적어요. 자기는 이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국정원이나 알바라는 코멘트를 덧붙일때도 잦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지 아십니까? 그렇게 찍힌 사람은 수백명의 시장님 지지자에게 공격을 받습니다. 지지자들 입장에선 이런 행동이 당연합니다. 누가 자기가 지지하는 사람에게 싫은 말을 했다.그러면 공격적이 되는 건 필연적이지 않습니까? 더군다나 자기가 지지하는 사람이 거기 반응해서 그 사람을 지목하면, 더더욱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게 되는 건 필연적인 일입니다. 그러니 더더욱 정치인은 그래선 안돼요. 그런데 시장님께는 이런 절제가 없습니다.
이런 행동이 트위터에서는 꽤 오랜기간 반복되었습니다. 트위터에서 이재명 시장님을 싫어하게 된 사람이 이재명이 아니라 이성남 등 다른 호칭을 사용하는게 이 때문입니다. 본명을 쓰면서 이재명 시장님을 공격하면 공격대상이 될거라는 걸 아니까요.
이렇게 떨어져 나간 사람 중에선 십년 이상 민주당 당원이었던 사람도 있고, 이재명 시장님의 강력한 지지자였던 사람도 있습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든, 이재명 시장님에게 거슬리는 이야기를 하면 국정원 요원이 되는 거예요.
이게 트위터에서만 일어난 일은 아닙니다. 이재명 시장님이랑 관련된 논란이 있을 때, 항상 이재명 시장님은 상대의 탓을 하십니다. 그러니 논문표절만 해도 본인이 잘못한게 아니라 가천대가 듣보잡인데 본인에게 악의가 있었겠느냐. 이렇게 되는 거고요. 본인은 옳으시니 뭔가 상황이 잘못되었으면 잘못한 건 항상 상대방일 거거든요.
이 광경은 좀 익숙하지 않습니까? 종북 빨갱이라는 단어를 국정원으로 바꾼 것 뿐이지, 새누리당이 하는 행동의 거울상입니다.
물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언제까지 저들에게 당하면서 살아야 하냐. 우리도 저들에게 되돌려줄 때가 되지 않았느냐.
그런데 제가 이재명 시장님의 대한민국에서 시민이 되느냐 알바가 되느냐의 결정권은 제가 가지고 있는게 아니에요. 이재명 시장님께서 가지고 계시죠. 이건 제가 종북 빨갱이가 되느냐를 결정하는 게 제가 아니라 새누리당인 거랑 똑같은 겁니다.
시장님께서는 언젠가 한국에도 두테르테같은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었죠. 그 말을 금방 주워담긴 했습니다만, 전 그게 시장님의 본심처럼 느껴졌습니다.
전 정권에 반대되는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두려움에 떠는 세상에서 살고싶지 않습니다. 최근 수 년간 두려움을 안고서도 다음 선거를 위해 계속 준비를 해오고, 당원을 모아오고 했던 건 자유롭게 말을 해도 괜찮은 세상을 그렸기 때문이에요. 제 기억에 그런 세상은 15년만 존재합니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때까지죠. 그런데 그런 자유의 맛을 본 이후론, 그 자유를 잃은 세상에서 사는 것이 치떨리게 싫어졌습니다.
그리고 이런 잣대가 우리 편이라고 해서 달라지진 않습니다. 우리 편의 잣대로 발언의 자유를 뺏는다. 이것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김영삼은 민자당의 사람이었는데도, 김영삼의 대한민국에는 발언의 자유가 있었습니다. 김영삼을 욕할 때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단 소리예요. 만약 이재명 시장님의 대한민국에서 이런 발언의 자유가 없다면, 제게는 이명박의 대한민국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정부에 분노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잖아요? 제가 이명박에게 분노했던 이유는 경제정책에 대한 실망이 아니라,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입을 막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사람마다 지지 후보를 고르는 이유는 다를 수 있겠지요. 누구는 오히려 저런 적과 아군을 나누는 모습이 속시원해서 마음에 든다고 이야기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아닙니다.
제가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은 단순히 민주당이 정권과 싸워온 역사 때문만이 아닙니다.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일반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할 자유가 생길 것이다. 이걸 믿고 지지하는 거예요. 물론 이재명 시장님께서 본선에 올라갈 경우, 그래도 새누리당이 되는 것 보단 나을테니 이재명 시장님께 표를 주기는 하겠지요. 하지만 대통령 후보를 "새누리당보다는 나으니" 같은 기분으로 뽑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세상이 나아질거다" 라는 기대를 가지고 뽑고 싶은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