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드리고 낮잠자다 어머니의 호령에 일어나보니 한시 사십오분, 수업에 늦은건지 안늦은건지 모를 애매한 시간이 버스정류장에서 흘러가고있다.
묘한 초조함에 담배하나물 여유도없이 그냥 버스만 기다리는 무렵. 그녀는 화사하게 치마를 나풀거리며 나랑은 약간 거리가 있지만 내눈에서 너무나도 잘보이는 자리에서 본인은 모르겠지만 내 눈과 시신경, 감성과 이성 모든것을 자극하고 있었다.
흡사 내가 챙겨주던 학교 후배가 신고다니던 비슷한종류의 하얀색 높은 힐부터, 동아리에서 만난 나의 첫번째 데이트상대가 자주입고다니던 나풀나풀 꽃무늬 원피스까지. 그냥 보기만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얼굴에선 미소가 한번 나오길 기대하게한다. 성형미인이라 할지라도, 그 찰나의 설렘을 만들어준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이렇듯 가슴뛰는 순간이 이렇게 찾아오다니...
거기다가 같은 3220버스를 타면서 그녀에게 나와같이 7호선을 탈 생각이 없는지 물어보고싶어진다. 자리가없어 그녀만 앉았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바로앞에 서있는건 세련되지 못한듯하여 뒤에서 쥐새끼마냥 훔쳐보는 내 자신이 너무 궁핍하게만 보인다.
그래. 내가 어떻게 저렇게 아름다운분을 만나겠어...
이어폰을 꽂고 핸드폰으로 쿨하다는듯이 빈지노의 부기온앤온을 틀고 카톡 안오나 설설 신경쓰는듯 관심없는듯 그렇게 지각에 대한 걱정만 앞선다.
그녀가 내리려는것같다
괜히 마음이 뭔가 불편하다
화양리쪽에서 내리네...세종대생인가? 어머니집이랑 가깝네.. 그냥 고시원 돈아까운데 통학하고 어머니집으로 다시 들어가면 자주 볼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