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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단편] 악령의 공포
게시물ID : panic_814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수위아저씨
추천 : 14
조회수 : 1362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07/09 10:3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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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 A양(21)은 마치 흑마술에 걸린 것처럼 귀신들에게 시달린다. 영화 '드래그미투헬'처럼 우연한 주술로 인해 끊임없이 악령에게 쫓기는 것 같았다. 이 악령에게는 얼굴이 없다. 그리고 형태도 없다. 이 악령은 여러 모습으로 A양을 괴롭힌다.


A양은 샤워를 자주 하는 편이다. 몸의 청결도 중요하지만 A양은 샤워를 해야 마음이 놓인다. 어느날 눈을 감은 채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에 몸을 맡기고 있던 A양은 갑자기 샤워기의 물에서 기분 나쁜 감촉을 느꼈다. 눈을 뜨자 A양의 눈 앞에 보인 것은 시커먼 점액을 쏟아내는 샤워기였다. 

A양은 그 자리에서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비명소리에 놀라 화장실로 들어온 A양의 어머니 앞에 보인 것은 투명한 물줄기를 쏟아내는 샤워기와 놀라 주저 앉은 A양의 모습이었다. A양의 어머니는 아무 말도 못하고 딸과 함께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A양은 대학교를 마치면 귀가를 일찍 하는 편이다. 여자들의 비율이 높은 유아교육과에 재학 중이지만 대학 2학년이 되도록 친구가 없다. 도서관에서 늦게까지 공부하는 일도 없이 어지간한 공부는 집에서 다 하는 편이다. 

그날은 조별과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학교에 남아야 했다. A양은 불안한 마음으로 안절부절 못한 채 어떻게 끝낸지도 모른채 조별과제를 끝냈다. A양의 집은 신도시의 아파트촌이다. 주택가의 밝은 조명과 CCTV, 곳곳에 경비아저씨들이 있지만 늦은 밤 인적이 드물때면 불안한 기분을 감출 수 없는 곳이다. 특히 악령에게 시달리고 있는 A양에게는 더한 공포로 다가온다.

가방을 끌어안고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향하는 A양. 악령에게 오랜 시간 시달리다 보니 악령이 나타날때면 일종의 전조같은 것을 느낀다.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일종의 기분 나쁜 한기같은 것이다. 발가락 끝부터 정수리까지 소름이 돋고 거미가 온 몸을 기어가는 것 같은 불쾌한 간지럼이 느껴진다. 

A양은 방금 그런 기분을 느꼈다. 여름이 다가오는 5월 마지막 주의 어느 날이었지만 기분 나쁜 한기가 온몸을 감싸고 등 뒤에서 묵직한 발걸음 소리도 들린다. A양은 한걸음도 내딛을 수 없을만큼 공포스럽지만 용기를 내서 걸음을 옮긴다. 늘 그랬던 것처럼 악령은 겁만 주고 나를 해치지 않을 것이라며 마음을 다잡아 본다.

발걸음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공포는 극에 달했다. 20미터 정도만 걸으면 집 엘리베이터 앞이다. A양은 전력을 다해 엘리베이터까지 질주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뒤를 돌아봤다. 발걸음의 정체는 한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집으로 가던 남자 중학생이었다. 그제서야 A양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악령이 처음 A양에게 붙은 것은 벌써 5년전 일이다. 그때부터 거의 매일 악령은 A양을 괴롭히고 있다. 처음에는 세상 모든 존재들이 자신을 괴롭히는 것 같아 5개월 넘게 집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불 꺼진 방에 있을수도 없어 불을 모두 켠 채 잠이 들어야 했다. 자연스럽게 제대로 잠을 이룰 수 없었고, 한때 A양은 몸무게가 34kg이 될 정도로 매말라가고 있었다. 

정신과 의사와 심리상담사의 치료를 거치다가 결국 스님과 무당의 퇴마의식까지 행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망가져가는 딸을 보며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던 A양의 아버지는 결국 스트레스로 인한 췌장암을 얻었고 A양의 어머니만이 집안의 생계와 A양의 간호를 책임졌다. 

힘겨워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A양은 스스로 악령을 이겨내겠다고 결심한 끝에 지금까지 왔지만 A양은 여전히 힘겨운 공포에 시달리며 점점 위축되어갔다. 


악령이 가장 A양을 자주 괴롭힐때는 A양이 잠들때다. 그래서 A양은 잘때가 아니면 잘 눕지 않는다. 처음 얼마간은 아예 앉아서 잠들때도 있었다. 

악령이 잠든 A양을 괴롭힐때는 주로 뱀이나 벌레의 모습을 하고 나타난다. 한여름에도 이불을 꽁꽁 덮고 자는 A양의 이불을 누가 잡아 당긴다는 느낌이 들면 악령이 등장한다. 뱀이나 벌레의 형태로 나타난 악령은 이불을 잡아당겨 틈을 만들고 그 속을 비집고 들어가 A양의 몸을 기어 다닌다. 간지럼에 잠이 깬 A양은 깜짝 놀라며 일어나 불을 켜고 이불과 온몸을 털어낸 뒤에야 겨우 다시 잠을 청한다. 

공포에 적응이 되려 하면 악령은 더 강한 모습으로 A양을 괴롭힌다. 하루는 잠을 자던 A양이 땀을 너무 흘리는 것 같아 자다가 이마를 닦았다. 그러다 뭔가가 만져져 일어난 A양은 얼굴 전체를 뒤덮고 있는 달팽이들을 보고 비명을 지르며 일어난 적이 있다. 물론 A양의 잠자리를 공격한 악령은 정신을 차리고 나면 사라지고 없었다. 


A양은 얼마전부터 유독 악령의 공격이 심해진 것을 느꼈다. 사실 A양은 힘들때 마음을 기대는 언니가 하나 있다. 오래전 심리상담사의 소개로 만난 언니 B씨(32)였다. A양은 한때 똑같은 공포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모인 그룹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 사람들과 연락을 주고 받지만 B씨와 마음이 맞아 특히 가깝게 지낸다. 

거의 매일 메신저로 연락을 주고 받던 B씨에게 A양은 최근의 악령이 더 자주 나타난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B씨는 A양의 고민을 듣고 한참 답이 없다가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혹시... 그 남자 출소할 때 된 거 아냐?" A양은 그제서야 인터넷 뉴스를 찾아봤다. 5년형을 받았던 그 남자가 출소하는 날이 바로 내일이다.


A양은 5년전 16살때, 학원에서 홀로 남아 자율학습을 하다가 학원선생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원래 A양은 겁이 없고 밝은 아이였다. 또래에 비해 체구는 작았지만 리더쉽이 강했던 A양은 친구들을 이끌며 반장까지 하던 아이였다. 지금처럼 말이 없고 겁이 많으며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던 A양과는 완전 다른 모습이었다. 

친한 언니 B씨는 12년전 대학교 MT에서 남자선배 4명에게 집단강간을 당했다. 그 선배들은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과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으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한때 이 성폭행 사건은 사회적 이슈가 되며 남자선배 4명이 강제퇴교 되기도 했지만 B씨 역시 과 선배와 동기들의 시선을 이기지 못하고 자퇴해야 했다. B씨는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악령에 시달리고 있다. 

B씨는 사실 악령을 이겨내지 못했으며 앞으로 죽기 직전까지 이겨내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다. 그저 악령을 참아내는 인내만 길러냈을 뿐이다. B씨는 12년 내내 불쾌한 기분을 참아내며 생활하고 있다. B씨는 A양이 이 공포와 불쾌함을 평생 안고가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길 바라고 있다.


5년전, A양의 해맑은 성격과 찬란한 꿈과 아름다운 미래와 소중한 몸이 한 남자에 의해 짓밟혔다. 그리고 그 남자는 내일 출소해 A양이 사는 도시를 활보할 것이다. 남자의 신상은 인터넷에 고지될 것이고 발목에는 검은 발찌가 부착될 것이다. 하지만 그 어느것도 A양을 악령의 공포로부터 지켜줄 수는 없다. A양은... 평생 이 공포와 함께 살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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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픽션이며 모든 상황은 허구임을 밝힙니다.


제가 남자라서 성폭행의 공포를 묘사한다고 한게 제대로 묘사됐는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피해여성들의 아픔과 공포에 대해 많은 분들이 공감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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