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은 머릿수로만 따지면 9:8로 간발의 차이이지만 야권이 의미있는 승리를 거두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 차기 내지 차차기를 노릴 수 있는 박원순, 안희정 후보가 건재함을 과시
2. 전통적인 새누리 강세지역인 강원도에서 승리
3. 대권의 향방을 결정하는 캐스팅보드 지역인 충청권 석권
4. 비록 낙선했지만 부산, 대구에서 의미있는 선전(졌다고 낙심할 필요가 없음. 왜냐하면 노무현 전대통령 정도 되는 인물도 해내지 못한 거니까)
그런데 문제는 기초단체장...
2010년 지방선거에 비해 야권이 확 밀려버렸죠. 여러모로 야권에 유리했던 이번 선거인데;;
땅 위로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고 있는데 땅 밑에 있는 뿌리가 너무 부실해요.
새누리당이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야권의 정당들에 비해서 잘 짜여진 조직을 갖추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잠재적인 대권주자로 여겨져서 인물이나 정국상황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기초단체장은 유권자들 피부에 와닿는 지역 현안에 따라 당락이 좌우될 여지가 큽니다.
수백개의 선거구에 수백개의 지역 현안이 있을텐데 이를 중앙에서 일일이 파악해서 대응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결국은 잘 갖춰진 풀뿌리조직이 있어야 보다 능동적이고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겠죠.
새누리당이 야권에 비해 견고한 조직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1.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독재정당이다 보니 강력한 권한을 가진 보스의 지휘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에 익숙함.
반면에 야권은 국민들의 눈높이에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여권에 비해"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의사결정이 내려지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밀림.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야권이 새누리당 방식을 지향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대의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정당이 그렇게 하면 안되죠.)
2. 3당합당이후 당명은 자주 바꿨지만(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 조직이 크게 흔들릴만한 변화를 겪지않음.
야권은 괴물같은 여당에 맞서기 위해 상황에 따라 이합집산을 반복했고, 그래서 조직구조가 자주 바뀌었을 것으로 생각됨.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진 경기장에서 play하느라 야권에서 이런 부분까지 챙기지 못해온 것 같은데
앞으로는 장기전을 각오하고 차분하게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선거 때마다 드러나는 거지만 콘크리트지지층은 엄청 단단하고 따라서 이를 박살내려면 야권에서도 단단히 준비해야겠지요.